코로나와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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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장애
  • 이주언
  • 승인 2021.04.22 10:27
  • 수정 2022-01-12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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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언/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일 년 이상 코로나와 생활하면서 이제 좀 무뎌지던 시기에 가까운 지인이 코로나에 확진되면서 경각심이 다시 생겼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이 멈출 수는 없기 때문에 마스크를 다시 쓰고 손소독제를 바르면서 회의를 하러 나가고, 사람들과 삼삼사사(오오는 위법) 식당에서 밥을 먹고 커피도 마신다. 아이들이 한 달 넘게 감기로 고생하면서 일주일에 두 번씩 병원을 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불안한 일상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만성기침을 달고 사는 호흡기장애인들은 감염의 우려 때문에 외출이 겁나기도 하지만, 지하철이나 식당에서 기침만 해도 눈총을 받는 것이 무서워 외출을 못 하고 있다. 기저질환 때문에 병원 진료가 필요해도 외출이 어려운 데다 그때마다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하니 병원 진료도 꺼리게 된다. 신장투석이 필요한 신장장애인들이 코로나 감염의 위험에 노출된 투석실을 이용해야 하고, 자가격리 중에는 투석을 받기 어려운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고, 올해 들어서야 자가격리자에 대한 혈액투석 가산수가를 신설하는 정책이 마련되었다. 척수장애인의 경우 병원에 파견되어 척수환자들을 심리 지원하던 동료지원가들의 활동이 중지되었고, 지속적인 격리생활과 사회활동 위축으로 인한 불안감과 우울감, 강직이 심해지는 문제가 있다. 의료기관과 뇌병변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의 경우 의사소통을 위한 편의 제공이 안 되는 문제도 계속 지적된다(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2020. 5. 8.). 중증장애인 확진자에게는 적합한 병상이 부족하고, 생활치료센터나 119구급차조차 휠체어 접근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더인디고, 2021. 2. 26.).

이쯤 되면, 우리나라가 방역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장애인을 포함한 감염취약계층의 건강권 문제에 있어서는 좋은 평가를 하기 어렵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에서는 코로나 이전에 장애인을 감염취약계층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시행령에서 감염취약계층에 기저질환자를 포함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호흡기장애인, 심장장애인 등 기저질환이 있는 일부 장애인들은 이 규정이 적용될 수 있었지만, 그 외에 많은 장애인들은 감염병예방법에서 고려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 후 법이 개정되면서 감염취약계층에 저소득층과 사회복지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이 포함되었다. 보호조치는 마스크와 이에 준하는 방역물품을 지급하는 것에 특별한 조치를 예정하고 있지 않다.

작년에 국제사법재판소가 발간한 보고서를 포함한 다수의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에서는 감염병 확산 시기에 장애인에 대한 특별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장애인이 스스로 손을 씻거나 소독을 하는 것이 어렵고, 손으로 만져서 정보를 습득하거나 손을 이용해 활동하는 경우 감염의 위험이 더 높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또한 단순한 격리 조치로 다른 사람의 지원에 의존해야 하는 사람들이 음식을 먹거나 옷을 입거나 목욕을 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코로나 전파의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된다고 지적하였다.

‘위험한 시기이니, 이 시기에는 어쩔 수 없이 시설로 가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설이 가장 위험한 공간일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대남병원에서 보았다. 그리고 일부 장애인거주시설들은 안전을 이유로 일 년이 넘도록 아직 가족들의 면회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건강권은 건강할 권리와 건강 관련 서비스에 동등하게 접근하는 절차적 권리가 모두 포함된다. 코로나 시기에 장애인의 건강권이 확보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감염병예방법이 개정되면서 감염병 위기관리 대책에 감염병 발생 및 전파상황에 따른 감염취약계층 및 사회복지시설의 유형별 대응방안이 포함되도록 하였다. 감염병 위기관리 대책을 수립하는 단계에서부터 장애인들이 참여하여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위기관리 대책에 그치지 않고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여야 한다.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에 도입된 장애인건강주치의제도를 코로나 시기에 맞게 활용하고, 원격진료를 포함하여 지역사회 공동체 내에서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어 가야 한다(장애인법연구회, 2020. 12.). 코로나가 장애인을 포함한 감염취약계층에 대한 새로운 의료 체계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어, K방역이 장애인의 건강권 측면에서도 모범이라는 평가를 받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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