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기종료 발달장애인, 11년간 치료감호…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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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기종료 발달장애인, 11년간 치료감호…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
  • 차미경 기자
  • 승인 2021.03.30 18:14
  • 수정 2021-03-30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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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6개월 징역형 살고도 11년4개월 동안 부당 구금
차별구제 소송도 제기

징역선고 이후 형기를 마치고도 명확한 이유 없이 장기간 치료감호소에 수용됐던 발달장애인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와 차별 구제 소송을 제기했다.

3월 30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치료감호 대상이 아님에도 오랜 시간 치료감호소에 부당 구금됐던 발달장애인 2명에 대해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며, 위자료 등 3억7천여만 원을 청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번 소송의 원고인 황 씨는 지적장애인으로서 범죄를 저지른 뒤 징역 ‘1년 6월’ 형을 받았다. 황 씨는 이후 형을 다 마치고 난 후 피치료감호에 처했으며, 이후 재범 위험성 평가에서 총 0점으로 위험 수준 ‘하’에 해당하는 평가를 받아 의료진이 ‘치료감호 종료’ 의견을 냈음에도 형기의 8배가 넘는 11년 4개월 동안 치료감호소에 수용됐다.

수용기간 동안 황 씨는 여러 차례 재심사 신청을 의뢰했으나 그때마다 탈락됐다. 이후 황 씨가 인권위에 이 같은 내용을 제소했으며, 인권위의 권고를 받고 나서야 원고는 치료감호소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원고 이 씨는 자폐성 장애인으로 자신의 범죄행위에 대해 지난 2019년 10월 15일 징역 1년 6월과 병과해 치료감호 선고를 받았고, 징역형 형기가 만료되었음에도 치료감호소에 수용돼 있다.

연구소 측은 “황 씨는 물론 이 씨 역시 치료로 호전될 수 없는 유형의 장애를 가졌음에도 부당하게 치료감호를 받던 중 동료 치료감호자에게 폭행을 당하는 등 신체적·정신적 위험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발언 중인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
발언 중인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

이날 발언에 나선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치료감호는 사법권 통제를 받지 않는 행정 구금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최대 15년까지 구금이 가능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심사를 진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치료감호심의위원회가 하루 1~2시간 동안 심사해야 하는 심사 건수가 무려 3~400건이다. 형식적인 심사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기 때문에 발달장애인의 경우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대상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속적인 구금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손해배상은 국가배상법이 아니라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청구 사건”임을 강조하며, “입증책임을 원고가 아닌 국가가 책임지게 하는 것이 지우려는 목적이다. 왜 황 씨와 이 씨를 필요 이상으로 구금했는지 대한민국이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발언자로 나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류다솔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국가의 법 집행 과정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선명하게 드러난 사안일 뿐 아니라 국제인권법도 위반한 것”이라며, “유엔에 진정을 제기해 판단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원고 대리인단은 “대한민국 정부에 원고들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바이며, 발달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행형절차의 개선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원고 대리인단에 따르면, 유일한 치료감호소인 공주치료감호소 내 지적장애인은 지난 1월 기준 전체 수용자 1002명 중 88명이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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