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다시 주어진 기회, 농아인들 피부에 와 닿는 복지향상 위해 노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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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 사람) “다시 주어진 기회, 농아인들 피부에 와 닿는 복지향상 위해 노력할 것”
  • 차미경 기자
  • 승인 2021.03.19 10:03
  • 수정 2021-03-19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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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대 회장에 재임한 김정봉 인천광역시농아인협회장

제10대 인천시농아인협회장으로 4년간 협회를 이끌었던 김정봉 회장이 지난 2월 20일 치러진 임원 선거를 통해 제11대 회장으로 재선됐다.

지난 4년간 농아인들에게 실질적인 생활의 편의와 도움을 주기 위해 불철주야 달려왔지만 아직 부족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는데, 재선을 통해 그 부분을 메울 수 있을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농아인들의 일상생활 편의 향상은 물론 지역 내에서의 자립을 위한 방안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현시켜 나갈 생각에 몸도 마음도 바쁘지만 그만큼 변화할 내일이 설레고, 그에 따른 책임감도 무겁게 가지고 있다는 김정봉 회장이 그려낼 앞으로의 4년의 청사진을 들어보자. - 차미경 기자

Q. 우선 제11대 인천광역시농아인협회장으로 재선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지난 4년간 회장직을 맡아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이며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요?

지난 4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지회를 설립한 일입니다. 제가 처음 임기를 시작할 때 인천농아인협회 산하 지회가 강화군과 연수구 2곳으로 매우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인천지역 농아인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복지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회를 늘리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미추홀구, 부평구, 서구지회를 설립했습니다.

설립 준비 당시 지금의 지회장들에게 인천지역 농아인을 위해 헌신과 봉사를 해 줄 것을 요청했을 때 각자의 상황과 재정의 부담 등 결코 쉽지 않은 요청임에도 불구하고 함께 인천지역 농아인을 위해 지회운영의 결정을 내려준 각 지회의 지회장들에게 항상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합니다.

아쉬움이 남는 일이 있다면 지역센터 설립을 이루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입니다. 인천지역구에 거주하는 농아인들이 원활한 통역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지역센터의 설립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항간에 인천수어통역센터가 있는데 지역센터의 필요성을 모르겠다는 이야기들이 있지만 인천의 전 지역을 한 곳의 센터에서 통역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센터의 입장에서는 행정이나 이동상의 불편 등의 문제가 있으며, 서비스를 제공받는 농아인의 입장에서는 생명이 직결될 수 있는 위급한 순간에 통역사의 근무지가 멀어 빠르게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결코 단순 불편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지역센터 설립 추진은 인천지역 농아인이 적재적시 원활한 통역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이번 재임기간 동안 풀어 나가야 할 숙제입니다.

 

Q. 인천광역시농아인협회는 어떤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등 독자들을 위해 협회에 대한 설명 바랍니다.

인천광역시농아인협회는 1983년 4월 8일에 인천지역 농아인들의 권익 향상 및 복지증진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 장애인단체입니다.

현재 농‧난청평생학습지원교실, 전국 농아인 수어예술제와 같은 교육 및 행사를 통해 농아인들의 다양한 복지욕구 해소와 함께 문화‧예술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관공서, 지역주민, 학교 등 수어를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대상자들을 선정하여 수어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수어통역사 양성 등 지역사회 내 수어 보급률을 높이고자 힘쓰고 있습니다. 또한 수어를 청각장애의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문화로 자리매김하고자 매년 인천수어한마당 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인천지역 농아인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관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인천농아인협회는 지역사회 내 다양한 기관과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협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운영 체계를 갖추어 나가기 위해 앞장서고 있습니다.

 

Q. 회장께서 협회장에 출마하면서 내건 공약에 대해 소개 바랍니다. 특히, 공약 중 ‘글로벌 수어카페, 농인맞춤여행사 설치’ 등 인천지역 농아인 수익 창출을 위한 사업 계획을 밝혔는데,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이번 출마공약으로 첫째 농아인복지시설 확충 및 대회 유치, 둘째 수익사업 창출 및 농인 일자리 확대 시행, 셋째 인천지역 지회 설립 및 수어통역센터 설치를 큰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수익사업 창출과 일자리 확대는 농아인의 자립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현재 상당수의 농아인들이 청인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이유로 많은 회사에서 거절당하고 기초생활수급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능력과 기술을 갖춘 농아인이 능력을 발휘하며 일할 근무지가 없다는 것은 아주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협회 차원에서 글로벌 수어카페와 농인 맞춤 여행사 등을 설립‧운영하면 직원으로 농아인을 고용해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지원할 수 있고, 운영 시 발생하는 수익금을 활용 농아인에게 더 좋은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위에서 말한 사업을 자세히 설명하면, 글로벌 수어카페와 농인 맞춤 여행사는 세계와 통하는 하늘의 문 인천공항이 위치한 지역의 특성을 활용한 특화 사업입니다. 세계인이 밟는 대한민국의 첫 땅인 인천에서 전 세계 농아인이 소통의 제약 없이 쉼을 누리는 공간을 제공함과 동시에 전국을 여행할 수 있도록 맞춤 여행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사업입니다. 이 사업을 운영하면 세계적으로 인천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성숙한 장애인식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또한 각국 농아인과의 교류를 통해 견문을 넓힐 수 있으며, 농아인과 청인의 교류를 통해 농아인에 대한 인식개선 및 수어의 홍보 효과를 동시 나타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공약으로 내세웠던 농아인복지시설은 현재 서구지역에 농아인복지관을 건립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복지관, 사회복지관이 있는데 농아인복지관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농아인은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합니다. 타 복지관에서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어도 수어통역이 제공되지 않아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기 어렵습니다. 농아인을 위한 맞춤 복지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농아인복지관이 임기 내에 완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수어통역센터와 수어통역사 증원은 지속적으로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고, 회장께서도 지난 재임기간 역점을 둔 현안이었음에도 별로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다시 공약하셨는데, 어떤 복안이 있으신지요.

제가 처음 임기를 시작할 때 인천 청각언어장애인 등록자 대비 수어통역사가 매우 부족했습니다. 통역사가 부족하다는 것은 농아인들의 소통 단절을 의미합니다. 지난 임기에 수어통역사의 부족함을 알리고 증원을 위해 노력해 17명의 직원을 증원했지만 약 2만4000여 명 농아인의 소통을 32명 수어통역사로 채우기에 너무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번 재임기간 동안 지역 지회 및 센터를 설립, 수어통역사를 증원해 인천지역 농아인의 삶에 소통으로 소외되고 차별받는 막막한 시간을 줄여 나가겠습니다.

 

Q. 최근 제1회 한국수어의날이 재정되고, 우리나라 첫 한국수어교재인 ‘수화’가 문화재 등록 예고되는 등 수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수어는 농인에게는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언어임에도 지금까지는 관심은 물론 그 중요성에 대해 크게 인정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인데요. 농인들에게 수어란 어떤 의미이며, 또 국가와 사회가 어떠한 시선으로 수어를 바라보고, 또 어떻게 발전시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회장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2016년 2월 3일 ‘한국수화언어법’이 통과되면서 한국수어는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아인의 공용어로 인정받았습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2월 3일을 법정기념일로 제정하고 2021년 2월 3일 제1회 한국수어의날 기념식이 개최되었습니다. 농아인으로서 참 반갑고 영광스러운 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아인의 고유한 언어로 인정받기까지 오랜 시간과 아주 많은 노력의 땀방울이 있었습니다. ‘한국수화언어법’이 통과되어 많은 농아인들의 정보접근권 및 언어권을 바탕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켜나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처럼 이번 한국수어의날 제정은 더욱 보편적으로 국민들이 수어라는 언어를 인식하고 농아인을 이해하고 관심 갖게 될 시초가 될 중요한 기념일입니다.

농아인들에게 수어는 모국어입니다. 청인들에게 ‘국어가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느냐’는 질문을 하지 않듯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존재하는 공기 같은 것입니다. 내가 태어나서 접하고 사용하는 언어, 농아인들에게 수어는 태어나서 접하고 소통해 나가는 모국어가 국어가 아닌 수어인 것입니다.

예전과 비교하자면 수어가 많이 알려지고 농아인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인식과 관심의 차이는 매우 큽니다. 농아인이 사용하는 언어가 수어구나라고 인지하는 과정에서 끝나지 않고 관심으로 이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관심을 갖고 들여다 보면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던 농아인이 보입니다. 더 큰 관심으로 농아인을 들여다보면 농아인의 생활이 보이고, 농아인의 생활을 보면 농아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농아인의 마음을 이해해 나가는 과정 속에 수어의 필요성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녹아들 것입니다. 수어와 농아인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여주세요. 농아인과 청인이 함께 동행할 수 있는 길이 더 다양하게 열릴 것입니다.

 

Q. 최근 공중파 방송을 포함한 방송서비스 등에 자막과 수어통역 제공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청각장애인의 정보접근성에는 어려운 점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청각장애인의 방송접근성은 물론 문화, 전시 등 정보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어떠한 변화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코로나19 정부브리핑에 발화자와 수어통역사가 함께 나오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농아인과 수어통역의 필요성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정부와 인천시에서도 코로나 관련 브리핑과 주요 정책 발표 등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해 농아인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브리핑통역 같은 경우 TV 화면 속 우측 하단에 아주 작게 나타나던 예전의 통역 모습과는 다르게 바로 옆에 서서 통역이 진행되니 농아인의 입장에서 더 확실하게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자체 행사나 브리핑 시 대부분의 수어통역 화면이 조금만 커져도 영상에 방해가 된다며 우측 하단에 작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청인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어통역 화면은 청인들에게 볼륨과 같습니다. 아주 작은 볼륨으로 말한다면 제대로 들을 수 없는 것처럼 작은 원안에 갇힌 수어통역사를 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행사에서 수어통역 화면이 크게 보여 정보를 얻기 원하는 모든 농아인들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녹화방송의 경우 수어통역, 자막 지원 서비스가 제공되는 프로그램 편성수를 늘리고 수어통역화면 크기 조정과 자막화면 크기가 조정되는 스마트 수어 방송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원되며 확충‧보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 전시와 관련한 정보제공은 비장애인이 도슨트를 이용하듯이 QR코드를 스캔하면 수어통역 도슨트 서비스와 연결이 되는 등 서비스 제공이 확대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일부 지차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수어 문화관광 해설과 같은 서비스를 인천시에서도 도입해 농아인들이 더욱 쉽게 문화 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사태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계신 인천시 거주 농아인분들게 앞으로의 각오와 함께 희망의 격려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천지역 농아인 여러분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가 참 많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19 상황은 1년 넘게 지속되고 있으며 종식까지 얼마의 시간이 더 필요할지 가늠되지 않습니다.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지금 농아인으로서 마스크 착용은 소통의 불편을 더하고 제한적인 대면 통역지원으로 많이 답답하고 힘든 마음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힘든 시기 불편만 이야기하기보다 서로 이해하며 힘을 합쳐서 잘 이겨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통역의 공백을 지혜롭게 잘 해결해 나가겠습니다. 다시 한 번 주어진 이번 재임기간 동안 약속한 공약사항을 이뤄나가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모습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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