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승의(哀者勝矣) 마음으로 봄을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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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자승의(哀者勝矣) 마음으로 봄을 맞으며…
  • 편집부
  • 승인 2021.03.18 10:11
  • 수정 2021.03.18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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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영 국제사회복지사

겨울과 봄 사이 보람 있는 것 한가지 했다. 도덕경 한문 원문을 틈틈이 필사했다. 태블릿 위에다 전용펜슬로 썼는데 과학 기술은 한지 위에다 먹물을 묻혀 붓으로 쓰는 그 느낌을 누리게 해 주었다. 이 필사의 순간만큼은 제법 자기애에 빠지게 했다. 즐거움의 시간이었다. 도덕경을 써 본다고 해서 그 의미까지 다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현들의 가르침에 한 걸음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소박한 마음이다. 늘 읽던 경전의 글귀가 이해가 안 되다가도 어느 날, 경전의 한 구절이 가슴 깊이 박힐 때가 있다.

도덕경 69장은 전장에 나가는 병사를 다룸과 전쟁에 임하는 마음 자세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한 자씩 한 문장씩 음미하다, 마지막 4글자에 마음이 머물렀다. 애자승의. 성현은 전쟁터에 사용하는 여러 가지 전술과 병법을 말하면서 마지막에는 ‘상대방을 가엾게 여기는 사람이 이긴다.’고 말하고 있다.

국제사회복지사의 직업을 가진 필자는 국제개발 세미나도 기획하고, 사회복지 강의도 하고, 칼럼도 쓰고, 라디오방송의 게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로 시작한 일이 전문 사회복지사로 이끌어서, 이 길로 접어든 지도 올해로 30년이 넘었다. 인생의 절반은 외국, 특히 아프리카의 청소년들과 장애아동가족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 살아가면서 수다한 인생들의 이야기를 접하거나 전하고 있다.

브라질의 한 아기는 양쪽 팔과 다리가 없는 해표지증장애아로 출생했다. 미국으로 입양된 이 아기는 스무 살의 청년이 되었고, 브레이크댄스를 추고, 춤을 통해 세계의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이탈리아의 유명 자동차 레이서인 자나르디 씨는 경주 도중 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지만, 2016년 리우 패럴림픽 핸드사이클 종목에서 금메달을 수상하면서 재기했다. 칠레의 휠체어 사용 장애인 여행전문가는 장애인 여행자들을 위한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케냐의 한 여성은 어린 시절 당한 성폭행으로 장애인이 되었지만, 호주 유학을 통해 구강의학 전문 의사가 되어 케냐에 돌아와서 장애아동을 돌보고 있다. 미국의 호튼 박사는 흑인 여성이자 청각장애를 가진 물리학자로 나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시리아 내전을 피해 휠체어를 사용한 채 피난길에 오른 20대 뇌병변장애를 가진 여성은 약 6천 킬로미터의 피난길을 지나 마침내 독일에 정착했다. 그녀는 유엔에서 난민을 대표해서 장애인 난민 지원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세계에 알렸다.

이 인물들은 필자가 지난 몇 년간 칼럼을 통해 독자들에게 소개한 100여 명의 해외 장애인물들의 예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공감하고 기사의 행간에 담긴 어려움과 노력과 눈물과 고통을 공감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갖고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사람을 사람답게 하는-그러한 사람, 장면, 일을 만나면, 눈물이 일고, 박수가 나오고, 와우.. 하고 감탄한다. 세상과 자신의 환경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인생을 살고 있는 이 인물들은 자신과 타인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계는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마치 전쟁을 치르듯이 정신없이 살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당장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운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사람들의 일상이 대부분 중지 혹은 우선멈춤을 반복하고 있다. 상식과 과학이 통하던 세상살이가 불안전하고 불확실하게 되었다. 직장을 잃고, 사업은 접을 수밖에 없고, 수입은 줄어들다 못해 없어졌다. 이러한 지경에 처한 사람들의 마음은 ‘타들어 간다’고 표현할 수 있다. 인생의 위기가 자신의 발등에 떨어지고, 불안한 사람의 마음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돌볼 여력이 없어진다. 타인을 가엾게 여길 마음은 더 자리할 곳이 없다. 그러나, 이 얼마나 다행인가! 타인을 돌볼 마음의 한자리도 없는 상황이 와도 인간은 근본적으로 자신을 우선한다. 그러니 자신의 마음을 돌볼 일말의 여지는 본성적으로 생겨나는 법이다.

자신을 가엾게 여기는 본성적 마음의 씨앗을 가볍게 여기지 않은 사람이야말로 인생길에서 무너지지 않고, 두려움과 역경 앞에서 피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싸워서 죽이고 죽을 수 있는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와 병사들에게, 성현은, 그래도 가장 최선의 방책은 상대방을 가엾게 여길 때 이긴다고 가르치고 있다. 인생은 전쟁처럼 싸워서 이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코로나19로 미래가 불안하고, 인생의 위기 앞에서 허덕이는 우리에게 일말의 가르침이 되었으면 좋겠다. 인생길에서 장애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친구들과 가족들도 ‘애자승의’하는 마음으로 일상에서 꽃이 피는 아름다운 봄날을 맞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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