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장애아동 보육시스템의 한계가 만든 사회적 방임의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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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장애아동 보육시스템의 한계가 만든 사회적 방임의 결과물
  • 편집부
  • 승인 2021.03.05 09:38
  • 수정 2021.03.0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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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인 /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

 

전국민을 분노케 한 서구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2개월 남짓이 지났다. 각종 언론을 통해 학대가 추가 폭로되고 서구청의 부실한 사후 지원이 도마에 오르내리기도 하였다.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은 끊임없이 발생해왔다. 그러나 이번 서구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은 지금까지의 아동학대 사건과는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먼저 학대가 특정 교사에 의해 일부 아동이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니라 어린이집 보육교사 전원이 학대에 가담한 집단 학대 사건이라는 것이다. 가해자가 교사 집단이다 보니 피해 아동도 재원 아동 19명 중 10명으로 대다수 아동이 학대피해에 노출되었다. 이 어린이집은 작년 개원한 신규 어린이집이었는데 보육교사 전원이 가해자였다는 것은 결국 이 어린이집 현장이 학대에 무감각하고 이에 대한 견제나 감시가 전혀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어린이집 원장의 일상적 점검과 지도가 전혀 없었으며 오히려 원장에 의해 학대가 묵인 또는 방조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될 정도이다. 학대가 이루어진 교실 바로 옆이 원장실이었고 원장실에는 교실 상황을 손쉽게 볼 수 있는 CCTV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원장은 구청과 경찰의 조사에서 자신은 학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사실상 모르는 게 더 이상할 정도로 학대가 빈번히, 집단적으로 이루어졌다.

두 번째는 이 어린이집이 국공립 어린이집이었다는 것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공적인 관리가 가능한 국공립 어린이집은 많은 부모들이 희망하는 곳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공립 어린이집조차 아동학대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공공이 지원하고 관리하니 보육의 질이 더 좋을 것이라는 부모들의 희망이 무참히 깨진 것이다. 학대에 대한 현장 관리를 전혀 하지 않은 원장은 서구청의 보육심의위원회를 통해 선정되었으며 작년 10월 서구청, 11월 보건복지부의 지도점검이 있었으나 아동학대는 발견되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오히려 이 어린이집에 대해 평가등급 A를 주기도 했다.

세 번째 가장 많은 피해를 받은 아동이 장애아동이고 가장 많은 가해를 저지른 가해자는 이들의 담임이었던 특수교사였다는 것이다. 경찰이 확인한 학대정황은 268건인데 학대의 70%인 188건이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아동 두 명에게 집중되었다. 우리가 이 사건을 아동학대 사건이자 장애인학대 사건으로 보는 이유이다.

이러한 세 가지 특징으로 볼 때 이번 서구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은 어린이집의 현장 관리시스템은 물론 공공보육시스템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장애아동을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장애전담, 장애통합 어린이집의 극심한 부족과 이로 인한 부모와 아이들의 고통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서구청의 보육심의위원회에는 장애아동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위원이 없다. 때문에 장애아동 보육에 대한 전문성 검증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각 구청의 보육심의위원회에 장애아동 전문가가 의무적으로 배치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장 지도점검 및 평가인증 과정이 서류 및 행정에 대한 점검에 그치지 않고 아동의 만족도와 학대피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실제로 11월 보건복지부 점검 날에도 아동학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만약 이때 CCTV 열람 등 학대를 확인할 조치가 있었다면 이러한 피해를 미리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때문에 대대적인 매뉴얼 보완이 반드시 필요한 상태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에서 피해아동과 부모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든 것은 학대피해에도 불구하고 학대가 있었던 어린이집을 다시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비장애아동은 물론 장애아동은 특히나 대안이 될 만한 어린이집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았다. 현재 인천지역 어린이집은 2,000개 정도가 되는데 이중 장애전담, 장애통합 어린이집은 4%인 80여 개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러니 장애아동과 부모들의 요구에 맞춰 어린이집 보육이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아동과 부모들이 어린이집의 요구에 맞춰야 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아이가 갈 수 있는 장애통합 어린이집을 찾아 이사를 하거나 30분 넘는 거리를 감수하고 아이를 보내기도 한다. 어린이집 보내기가 어려우니 어린이집의 부당한 대우나 요구에도 섣불리 항의하기 어렵고 장애아동 키우는 게 죄인이 되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아동 보육 현황에 대한 조사조차 제대로 된 적 없이 사실상 방치되어 있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이 결국 이번 서구 어린이집 장애아동 학대 사건을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지금과 같은 장애아동에 대한 사회적 방임이야말로 학대이며 우리 사회가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서구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학대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넘어 우리 사회 장애아동 보육 현실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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