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에 장애물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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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장애물 만드는 방법
  • 편집부
  • 승인 2021.03.05 09:36
  • 수정 2021.03.05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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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용 / 칼럼리스트

 

쌍둥이 여자배구 선수가 묵직하고도 큰 공을 쏘아 올렸다. 이로 말미암아 사회 각계에서 학창시절 저질렀던 명사(名士)들의 잘못된 언행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유독 눈길을 끈 건 한 아이돌 멤버에게 제기된 의혹이다. 핵심은 정신적으로 발달이 느린 장애인 친구에게 정서적으로 위해를 가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능발달이 느린 학생에게 비슷한 유형의 괴롭힘이 많이 일어난다.

정낙상(31·지적장애1급) 씨에겐 아픈 기억이 있다. 정 씨는 초등학교를 일반 학교에서 졸업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친구들에게 맞기도 많이 맞고, 따돌림을 당하며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특히 전후 사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능력이 없는 특성을 가해 학생들이 이용했다고 한다.

정신적으로 발달이 늦은 학생들이 비장애 학생들로부터 폭력을 당하는 건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비장애 학생들이 지적장애를 장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이다. 어린이 교육기관에서는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사람들이 간단한 그림으로 표현한 것들이 내포한 의미를 배운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바퀴가 의미하는 휠체어와 그 위에 앉은 사람이 장애인이란 걸 깨닫는다. 따라서 그들은 휠체어를 곧 장애인이란 징표로 인식하고,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 지적장애 친구들을 장애인으로 보지 않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상대적으로 신체장애 학생보다 지적장애 학생이 일반 학교 또는 일반 학교 특수학급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충북의 한 일반 학교에서 특수학급을 맡았던 백승호 교사는 “특수교육을 전공할 때, 장애 학생을 드는 방법을 배운 적이 있지만, 단 한 번도 실전에서 써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10년이 넘게 일반 학교 특수학급 교사로 일한 그의 제자들은 대부분 지적장애 학생들이었기 때문이다. 지적장애 학생들이 학교폭력의 피해자로 많이 노출되는 이유에 대해 백 교사는 “표면적으론 그들이 피해 사실을 명확히 진술하기 어렵고, 선생님들 또한 비장애인인 가해자의 말에 좀 더 신뢰를 보내기 때문”이라면서도 “근본적으론 이해 부족”이라고 말했다.

한 장애인 인권강사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 가면 먼저 꼭 하는 게 있다고 한다. 자신의 장애에 대한 설명이다. 일각에선 ‘장애인이 동물원 원숭이냐’고 비판한다. 똑같은 사람이면 됐지, 왜 굳이 장애에 대해 설명하냐는 까닭이다. 맞는 말이다. 한데 장애인과 생활하다 보면, 비장애인이 분명히 도와줘야 할 일이 있고, 그들에겐 장애인과 편하게 지낼 권리가 있다. 바꿔 말하면, 장애인에겐 비장애인의 그러한 권리를 지켜줄 의무가 있다. 장애인이 먼저 오픈하고 나면 비장애인들도 장애인과 편하게 관계할 수 있다.

마찬가지다. 학교 내 장애 학생에 대한 폭력이 사라지게 하려면, 비장애 친구들이 장애 친구에 대해 많이 알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하다. 자신의 특성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학생의 상황을 비장애 친구들에게 알려 그들의 이해를 도와야 한다. 대체로 모든 오해가 무지에서 오는 것처럼, 장애 친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수반된다면, 학교폭력을 당하는 장애 학생도 사라지는 날이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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