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장애인 노동력 착취사건 ‘장애인학대특례법’ 제정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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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장애인 노동력 착취사건 ‘장애인학대특례법’ 제정돼야
  • 이재상 기자
  • 승인 2021.03.0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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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 염전노예사건 국가배상판결 이후에도
장애인의 노동을 울력과 품앗이 정도로 취급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2월 2일 ‘장애인 노동착취 근절을 위한 수사 및 처벌의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최근 발생한 10건의 장애인 노동착취 사건의 수사과정 및 결과 분석과 국내 법제의 문제점과 국제인권규약 및 해외사례를 분석하며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모색했다.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염전노예사건 이후에도 장애인 노동력 착취사건은 지속되고 있다. 매년 끊임없이 언론을 통해 ‘타이어 수리점 노예’, ‘잠실야구장 노예’, ‘사찰노예’ 등 장애인 노예사건들은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있으며, 2019년 한 해만도 총 94건의 장애인 노동착취 사건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접수됐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염전노예사건 수사는 2011년, 2014년 하반기, 2015년 3차례 진행됐다. 염전노예 사건 4명의 지적장애인 피해자가 국가배상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었던 원인은 수사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이 재판을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차 수사결과 근로계약은 본인만이 체결할 수 있음에도 부모의 위임각서 효력을 인정해 내사종결 처리됐다. 2차 수사 땐 근로기준법 위반만을 인정하고 벌금 500만 원으로 약식기소하자 장애인단체가 불복해 항고했다. 이후 재수사가 이뤄졌고 3차 수사결과 구속기소 돼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최 변호사는 염전노예사건 수사과정의 문제점으로 △경찰과 근로감독관이 서로 자기 관할이 아니라고 떠밀었던 점 △형사소송법과 발달장애인지원법에 규정된 ‘신뢰관계인 동석제도’가 1차와 2차 수사 땐 이뤄지지 않은 점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지 않고 수사해 지적장애인 피해자가 피고인이 원하는 대로 진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차 가해가 발생했던 점 등을 꼽았다.

더 큰 문제는 국가배상 승소 판결 이후에도 이런 문제점들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 ‘잠실야구장 노예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지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검찰은 고소능력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고소인에게 수사결과를 즉각 통보해야 함에도 6개월이 지나서야 통보가 이뤄졌으며 이에 장애인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흑산도노예사건’에선 검찰은 세 차례나 진술을 조력한 전남장애인권익옹호기관 상담원을 장애인 피해자 진술이 오염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며 신뢰관계인 동석요청을 거부하고 퇴실조치 시켰다.

‘곡성 품앗이 사건’ 때엔 17년 동안이나 이웃 주민들은 지적장애인 부부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성폭행을 저질렀음에도 근로감독관은 성폭력 피해자가 심리적 두려움을 호소했지만 가해자를 분리시키지 않고 대질 조사했다.

최 변호사는 “염전노예사건의 국가배상판결 이후에도 수사기관은 장애인의 노동을 울력과 품앗이 정도로 취급하고 있으며, 장애인복지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적용해야 함에도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만을 적용해 기소함으로써 체불임금만 지급하면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권리협약 등 국제적 기준,

장애인 노동력 착취는 인신매매나

현대판 노예로 인식

 

∎정다혜 장애인법연구회 변호사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등 국제적 기준에 따르면 장애인 노동력 착취는 인신매매나 현대판 노예로 인식하고 있으며 장애인 노동력 착취를 강력히 처벌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27조 ‘근로 및 고용’에선 ‘장애인 노동권’을 개방적이고 통합적이며 접근 가능한 노동시장과 근로환경에서 자유로이 선택하거나 수용한 직업을 통해서 삶을 영위할 기회를 가질 권리로 정의하며, 당사국은 입법을 포함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 장애인 노동권의 실현을 보호하고 증진시킬 의무가 있음을 규정하고, 장애인이 노예상태 또는 강제노역에 처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며 강제노동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2012년 제22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된 ‘장애인의 노동과 고용에 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적장애인이나 심리·사회적 장애인의 경우 강제노동과 착취에 취약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하면서, 장애인을 노동력 착취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안으로 △강제노동 착취 예방 △피해 발생 시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기소할 것 △착취가 무엇이고 발견 시 국민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교육할 것 등을 제시했다.

정 변호사는 “유럽과 미국의 경우 장애인 노동력 착취를 인신매매로 규정하고 있으며 사건 조사과정에서의 피해자 참여 의무 강조, 가해자 처벌 형량의 엄정성 등을 통해 범죄의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미국 판례를 소개했다.

‘고용기회평등위원회 대 헨리 칠면조 서비스 사건’에서 헨리 칠면조 가공업체는 지적장애인 근로자들에게 주당 35시간 이상 근로를 시켰음에도 비장애인 근로자보다 적은 월급을 지급하고 초과 근무 수당도 주지 않았다.

또한 피해자들은 학교를 개조한 비표준 주거지에서 생활하였고 방에 감금되거나 묶이거나 화장실 사용이 제한되는 등의 혹독한 징계를 받았으며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업체가 고용한 감독관은 피해자들을 발로 차고 때렸고 차별적이고 혐오적인 이름으로 피해자들을 불렀다.

2011년 4월 고용기회평등위원회는 32명의 피해자를 대리해 미국 아이오와주 남부지방법원에 헨리 칠면조 서비스를 상대로 지적장애를 이유로 한 임금 차별, 차별적 대우, 적대적 근무 환경의 유지에 대해 손해배상 및 구제조치 청구 등 미국 장애인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2012년 9월 법원은 헨리 칠면조 서비스가 위법함을 인정하고 △2년간의 미지급 임금과 판결 전 이자를 지급할 것 △장애인의 권리 침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할 것 △사업 재개 시 차별의 영구 중단 △직원 등에 관한 미국 장애인법 교육 실시 △정신건강 상담사 고용 등을 내용으로 한 구제조치를 명령했다. 헨리 칠면조 서비스는 항소했으나 항소심 법원은 항소를 기각했다.

 

장애인 피해자 손해배상액 산정시

최저임금 아닌 도시 일용노임으로

양형기준 강화와 소멸시효 제외를

근로감독관 아닌 경찰․검찰 수사를

 

∎조미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장애인 노동력 착취는 현대판 노예제로 봐야 하며, 장애인을 노동력 착취 행위자에게 맡기는 행위 역시 인신매매로 포섭돼야 한다.”며 장애인 학대 근절 방안에 대해 실체법과 수사절차로 나눠 개선방향을 설명했다.

먼저 실체법상 개선방향으로 “현행 장애인복지법엔 장애인 학대 관련 정의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그 역할을 수행함에 부족함이 많다. 또한 형법이나 노동법 등 장애인 대상 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이 개별 법률에 산재돼 있는 상황”이라며 “장애인 대상 범죄의 정의와 처벌 규정을 정리한 장애인학대특례법이 제정돼야” 함을 주장했다.

길게는 수십 년 동안 노예생활을 한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 최저임금이 아닌 농촌 또는 도시 일용 노임을 기준으로 해야 하며, 양형기준 강화 및 민법상 소멸시효 10년으로 한정된 것을 제외시켜야 한다.

또한 경찰청의 범죄 발생 통계원표에 가해자의 범행 당시 정신상태만을 기록하게 돼 있는 것을 피해자의 장애여부 및 장애유형 기록을 추가해 장애인 대상 범죄 동향을 별도로 작성해 공표토록 해야 한다.

수사 절차상의 개선방향에 대해 조 변호사는 “노동 관련 범죄의 경우 기본적으로 고용노동지청 소속 근로감독관이 수사를 진행한다. 그러나 장애인 노동력착취사건에서 피해자들과 체결한 근로계약은 민법 제103조(반사회적 법률행위), 민법 제104조(불공정한 법률행위)에 따라 무효라고 해석되고 업주와 피해자들 상호간에 유효한 근로계약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노동 관련 법률을 적용하고 고용노동지청 소속 근로감독관이 조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근로감독관이 아닌 경찰․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경찰·검찰 조사 등 형사절차 전반에 걸쳐 피해자 국선변호사제도와 진술조력인제도를 성폭력 및 가정폭력, 아동학대뿐만 아니라 노동력 착취 등 장애인 대상 모든 범죄로 확대해 절차적 또는 법적 지원과 의사소통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장애인의 경우 장기간 자신을 보호-

감독한 보호자에 대한 의존성 높아

수사기관, 피해장애인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강남수 중앙경찰학교 수사법률학과 교수(경위)는 “10년 동안의 장애인 관련 사건 수사 경험으로 봤을 때 장애인 노동력 착취사건은 학대피해가 동반된다.”고 말했다.

장애인의 경우 장기간 자신을 보호하고 감독한 보호자에 대한 의존성이 매우 높다. 외부와 다른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학대 당시 피해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피해를 얘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또한 피해장애인이 가해자와 분리되더라도 스스로 찾아가기도 하고 이를 제지하면 울먹이며 가해자가 보고 싶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강 교수는 “제가 수사한 사건의 경우에도 10여 년간 노동력과 성 착취를 당했음에도 지자체나 수사기관 점검에선 피해가 없었다고 얘기했다. 오히려 가해자를 가리키며 나에게 직업을 갖게 해준 은인이라며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대피해 장애인들은 가해자와 분리되고 따뜻한 보호를 받으면서 적응하게 되면 자신이 학대당했던 곳과 비교하게 되고 서서히 진술을 하게 된다.

그는 “수사기관은 피해장애인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수사기관의 장애감수성 향상을 위한 노력을 주문했다.

이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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