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비장애인 시각에서 장애인 여부 단정하면 안돼”···“가중 처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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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비장애인 시각에서 장애인 여부 단정하면 안돼”···“가중 처벌하라”
  • 이재상 기자
  • 승인 2021.02.2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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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소아마비라서 걸음 불편하지만
일상생활이 가능해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원심 파기’

겉으로 장애인처럼 보이지 않는다 해도, 장애인을 상대로 한 성폭력은 더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는 지체장애와 시각장애가 각각 3급인 여성을 강제추행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장애인 강간이 아닌 일반 강간죄만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2월 25일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A씨는 지난 2013년 10월 옆집에 사는 장애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았는데, 사건 당시 시행된 ‘성폭력처벌법’ 6조는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한 성폭행범에 대해서는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피해 여성은 소아마비로 보행에 어려움을 겪었던 데다 오른쪽 눈 역시 사실상 보이지 않는 상태로 지체장애와 시각장애 모두 3급 장애인으로 등록돼 있어, 검찰은 A씨를 장애인 성폭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 6조에서 규정하는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에 해당하려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를 특별히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을 정도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가 있어야 한다”며 “소아마비인 피해자가 걸음은 불편하지만 일상생활이 가능해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으로 보기 어렵다.”며 장애인 성폭행 혐의는 무죄로 보고,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신체적 장애를 판단할 때 피해자의 상태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고, 비장애인의 시각에서 장애를 쉽게 판단해선 안 된다.”며 A씨를 더 무겁게 처벌하라고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 제6조의 취지는 성폭력에 대한 인지능력, 항거능력 등이 비장애인보다 낮은 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해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데 있다”면서, “이 조항이 규정하는 ‘신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이란 ‘신체적 기능이나 구조 등의 문제로 일상생활 등에서 제약을 받는 사람의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범죄를 가중처벌하는 성폭력처벌법의 취지를 명확하게 규명하고,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의 의미와 범위, 판단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최초의 판결”임을 밝혔다.

이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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