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장애아동 학대 어린이집 원장, ‘행정처분’은 커녕 버젓이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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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장애아동 학대 어린이집 원장, ‘행정처분’은 커녕 버젓이 ‘출근’
  • 차미경 기자
  • 승인 2021.02.08 18:17
  • 수정 2021-02-09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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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아동 학부모들, “어린이집 폐쇄 원했지만 서구청은 폐쇄 대신 보육교사 대체투입 운영
구청 지정 장애통합반 전원 및 치료기관에서만 심리치료” 권유
이재현 구청장, “원장 출근은 지속출근 아닌 인수인계 차원”
“전원-심리치료, 아동-학부모 편의방안 모색…교사채용시 학부모 면접 참여” 입장 밝혀
8일 서구청에서는 인천시 서구의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학대 피해를 입은 장애아동의 학부모들과 장애인 단체들이 서구청의 안일한 대처를 비난하며 피해자 지원과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8일 서구청에서는 인천시 서구의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학대 피해를 입은 장애아동의 학부모들과 장애인 단체들이 서구청의 안일한 대처를 비난하며 피해자 지원과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인천시 서구 장애아동을 포함한 원생 학대사건이 발생한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우 학부모들이 전원을 원치 않아 어린이집을 계속 운영하는 것처럼 일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과는 달리 피해아동 학부모들은 해당 어린이집 폐쇄를 요구했지만 관할 서구청은 폐쇄 대신 교사를 대체 투입해 운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해당 어린이집 원장과 가해 보육교사 6명은 모두 자격정지 행정처분 조치하고 대체교사를 투입했다는 서구청의 말과는 달리 원장은 버젓이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어린이집 가해교사들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피해원생 부모와 장애인단체들이 서구청의 안일한 대처를 비난하며 피해자 지원과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2월 8일 서구청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피해아동 어머니는 “이 어린이집을 택한 이유는 딱 하나였다. 국공립 어린이집이니까, 나라에서 운영하고 관리하는 곳이니까 믿을 만하겠다는 제 믿음이 이렇게 어리석은 생각일 줄 몰랐다.”고 말문을 열었다.

“사건이 발생한 이후 서구청에서는 특단의 조치를 내려주겠노라 큰소리쳤지만 사실 실질적인 지원은 어떠한 것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아직도 원에 출근 중이며, 피해아동에 대한 심리치료 역시 서구청에서 지정한 치료기관에서만 받을 것을 권유하고 있다. 장애가 있는 우리 아이들은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들에 대해 어려워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 아이들 심리를 치료해준다면서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의료진과 처음 가본 낯선 공간에서 치료를 받으라는 것이 진정한 피해자를 위한 지원인지에 대해 반문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부모 역시 서구청의 탁상행정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몇몇 언론을 통해 학부모들이 전원을 원치 않아 어린이집을 계속 운영하는 것처럼 보도가 나갔는데, 이는 피해를 당하지 않은 일부 학부모의 의견일 뿐 대다수의 피해아동 학부모들은 어린이집 폐쇄를 원했다. 하지만 이때도 서구청은 지정된 하나의 어린이집에 새로운 장애통합반을 만들 테니 그곳으로 전원하라는 방안만을 제시했다. 우리 아이들이 동물도 아니고, 정해진 곳으로 우르르 움직여야 하는지 정말 화가 난다. 아이들이 적응할 수 있는, 부모들이 믿을 수 있는 어린이집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 정해진 곳으로 가라고 떠밀듯이 제안하는 서구청의 모습에 그들이 우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던 말에 진정성까지 의심된다.”

이날 기자회견 이후 피해 학부모와 장애인단체들과 이재현 서구청장과의 면담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재현 서구청장은 우선 해당 어린이집 원장의 출근 문제에 대해 행정정리와 인수인계로 인한 조치이지 지속적인 출근을 허락하거나 원장에 대해 봐주기식 행정이 아님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학부모들이 어린이집이 아닌 서구청 내에서 그 업무를 진행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전했고, 구청장은 이를 수락했다. 피해아동에 대한 심리치료와 관련 기존에 아이들이 다니던 센터 등에서의 치료지원은 힘들다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아동과 학부모들의 편의를 위해 다른 방안을 모색해보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지정 어린이집으로의 전원 조치에 대해서는 학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부분에 대해 사과하고, 서구 내에 다른 국공립 어린이집에 장애통합반을 구성하겠다는 계획과 교사 채용 시 학부모들이 면접 과정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내놨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학부모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늘 구청장님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답변을 듣기는 했지만, 이 약속이 잘 지켜질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실 교사 채용 시 저희가 참관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지만, 첫 인상과 면접 과정에서 어떻게 교사의 진정성을 다 볼 수 있겠냐, 가해 교사들도 이번 일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저희 앞에서는 항상 친절했고 아이들을 엄청 사랑하는 것처럼 행동했으며, 우리 역시 그것을 진심으로 믿었었다. 채용과정보다 이후의 관리·감독이 철저히 이루어지는 것이 이와 같은 일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학대사건 해당 국공립 어린이집의 20∼30대 보육교사 6명은 지난해 11∼12월 자폐증 진단을 받거나 장애 소견이 있는 5명을 포함한 6세 이하 원생 10명을 학대한 혐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이 2개월 치 CCTV에서 확인한 학대 의심 행위는 2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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