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서비스 패러다임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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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복지서비스 패러다임 바뀌어야 한다
  • 편집부
  • 승인 2021.02.04 09:06
  • 수정 2021-02-04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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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자/미래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

 

어느덧 자립생활센터에 발을 담근 지 1년이 되어 간다. 나름 장애인 당사자로서 장애인복지에 모퉁이 돌 하나는 놓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 일찍이 여성장애인단체에서 활동을 하였었다. 하지만 동년배의 활동가들은 알듯이 아무것도 없이 맨땅에 헤딩하듯이 내 돈 들여가며 운영했던 시절을 지내며 보조금 한 번 받아보려 여기저기 쫓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때가 20여 년 전이었나 보다. 10년 정도 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하다 다시 장애인단체에 돌아 와 보니 현장은 여전히 상황이 나아진 것이 없어 보였다. 몸을 던져 장애인복지서비스를 쟁취하고자 투쟁하고 목숨을 걸었던 선배장애인분들의 노고가 그나마 이 정도의 장애인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었다고 생각하며 이제부터는 현장에 있는 우리 후배장애인들이 세상을 또 한 번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애써 쌓아 놓은 선배들의 노고의 성과들로 누가 혜택을 보고 있는지 한 번 살펴보려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지난 한 해 모든 사회복지기관들이 문을 닫았다. 물론 제가 있는 자립생활센터도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중지하기를 반복하며 한 해를 보냈다. 센터를 이용하는 이용인들에게서 매일매일 전화가 온다. 언제 프로그램을 진행하냐고! 물론 뉴스를 보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센터에 올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너무 무료하고 우울하기까지 하다 보니 하소연이라도 하려고 전화했다는 거다.

복지기관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프로그램 1~2시간을 참여하러 가는 것만은 아니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삼삼오오 모여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하면서 동료들과의 만남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한 시간들이 코로나19로 인하여 모두 빼앗기고 집에만 머물러 있어야 하니 얼마나 답답하겠나? 부랴부랴 비대면 프로그램을 진행하려 노력은 했지만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복지기관 현장에서는 속수무책으로 손 놓고 있어야 했다. 고작 진행할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 공모전이나 온라인 퀴즈대회 등 손에 꼽힐 만한 프로그램이 각 기관 공지사항에 올라와 있었다. 기관에 지원되었던 프로그램 보조금은 추경도 없이 고스란히 반납하라는 지자체의 요청도 있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비대면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개발하라는 것이 아니라 진행하지 않은 프로그램 보조금은 반환하라는 요청만 했다. 올해 또 다시 사회복지기관들은 문을 열지 못하고 코로나가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종사자들은 모두 출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현장에 있는 사회복지사들이 프로그램을 하지 못한다 하여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름 바쁘게 자기 역할을 하고 있으며 행정일이 많은 사회복지기관들은 늘 대기 상태다.

우리 센터엔 5명의 사회복지사가 근무를 한다. 장애인복지관은 적어도 30~40명의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근무를 하고 있다. 센터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오지 못하는데 저희 사회복지사들은 꼬박꼬박 급여를 받아간다. 장애인들이 갈 곳도 없는데 활동보조사들의 바우처 시간은 꼬박꼬박 찍어 줘야 한다. 무슨 양심선언이냐고 하시겠지만 지금의 현상이 그동안의 장애인복지서비스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장애인들에게 사회복지사가 있는 현장으로 와서 복지서비스를 받으라고 한 것.

그러다 보니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팬데믹에 사회복지기관들이 텅텅 비어 있는 것이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지원하겠다고 하면서 어느 기관이 장애인들을 많이 모으는지 양적 실적을 요구하는 정부의 방침이 오늘 이런 사태를 맞게 했다고 본다. 1대1 맞춤형 서비스만 지원했더라도, 장애인이 있는 곳을 사회복지사가 찾아가는 서비스만 지원했더라도 소규모 인원이 모여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복지관이나 장애인단체에서 10명의 장애인을 모아 놓고 모든 기관들이 똑같은 서비스를 일반강사를 투입시켜 진행했던 프로그램들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 사회복지사가 직접 투입되어 진행하는 소규모 프로그램, 맞춤형 프로그램, 전문적인 프로그램으로 사회복지기관의 프로그램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아직도 진정되지 않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지금 곧 종식된다 하더라도 언제 또 다른 전염병이 우리 장애인들의 외출을 막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사회복지 현장의 실태를 파악하고 질 높은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누구의 몫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현장에 있는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고민해야 하며 정부가 어떠니 정책이 어떠니 논할 때가 아니다.

이제 처음에 언급했던 선배장애인 노고의 최고 수혜자가 누구인지 정리하고 글을 맺고자 한다. 아이러니하게 장애인 당사자들이 아니라 장애인복지기관에 종사하는 사회복지사나 활동보조사, 그리고 관련 기관종사자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물론 나 또한 포함된다. 현장에는 장애인사회복지사의 일자리도 거의 없다. 보호작업장에 다니는 장애인들을 최저임금을 지원해 주면서 장애인일자리가 늘었다고 한다. 주 20시간 정도의 장애인일자리를 만들어 놓고 취업이 늘었다고 한다.

선배장애인들이 목숨을 걸고 쟁취한 장애인복지정책이 오롯이 장애인 당사자가 최고의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현장에 있는 동안 열심히 노력하겠다. 더 늦기 전에 사회복지서비스 지원 방법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사회복지사들이 장애인이 있는 곳을 찾아가는 서비스를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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