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뇌병변장애아동에게 사회적 거리 두기는 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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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뇌병변장애아동에게 사회적 거리 두기는 무색하다
  • 김현정 대표 / 해피링크
  • 승인 2021.01.21 10:41
  • 수정 2021-01-21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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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중증뇌병변·지체장애아동은 아무런 대책 없는 의료적 현실 속에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중증뇌병변·지체장애아동은 재활치료를 매일 받지 않으면 근육이 굳어지고 관절의 구축으로 인하여 신체적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럼에도 중증뇌병변·지체장애아동이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은 희소하며 현재 장애아동의 재활치료를 진행하고 있는 병원 역시 치료거부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근에 병원들은 환자가 없어 폐업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으나, 장애아동의 낮은 의료수가의 적자를 안고 선뜻 장애아동을 받아줄 병원이 있을 리 만무하다.

장애아동은 성인대비 10분의 1의 낮은 의료수가 때문에 운영비는 낮고 소아 재활치료의 업무노동 강도가 높아 직원의 이직률이 발생하니 병원 측은 10세 미만의 어린 장애아동을 선호하고 있다. 재활병원 측은 장애아동 중 나이가 어릴 수록 치료 효과가 높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장애아동이 10세 이상이 되면 신장과 몸무게가 급격히 증가하므로 더욱 재활치료의 필요성이 간절해진다. 10세 이상의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재활치료를 진행하는 병원은 인천 내에서 단 두 군데 요양병원만이 존재한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이 중 한 곳이 간헐적으로 문을 열기 때문에 두 병원에 다니는 장애아동이 한 곳의 요양병원을 이용하게 되었다. 10세 이상의 중증뇌병변·지체아동은 경쟁을 통하여 선택된 아동만이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다. 생명이 걸린 중대한 문제임에도 중증뇌병변·지체장애아동의 재활치료는 선착순 진료로 늘 순서 대기가 몇 개월, 몇 년씩 이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코로나19 유행으로 ‘거리 두기’를 생활화하는 지금도 중증뇌병변장애아동과 가족들에게는 ‘거리 두기’라는 단어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재활병원의 점심시간이 되면 낮 병원 대기실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무색할 만큼 콩나물 시루를 연상시킨다. 작은방에 많은 장애아동과 부모들, 활동지원사들로 휠체어 바퀴가 서로 닿을 지경이다. 장애아동 어머니들은 코로나19 걸려서 죽으나, 재활치료 못 받아서 죽으나 마찬가지라면서 불안 심경으로 매일 아침 재활병원을 찾는다.

뉴스에서는 인근의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수십 명이 나왔다는 기사를 마주하고서도 장애아동 어머니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중증장애자녀의 얼굴에 마스크로 씌우고 요양병원을 오간다. 코로나19가 두려워 잠시 병원을 쉬게 되면 대기자로 되어 언제 병원을 이용할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또한, 쉬는 동안 재활을 받지 못해 장애아동들의 근육위축이 발생하는 고충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아(장애아동) 재활치료는 성인과는 달리 치료사와 아동이 1대1로 매칭되어 서로 몸을 가까이한 상태에서 치료를 받는다. 요양병원 치료실 안에는 노인 대상자, 치료사, 보호자, 활동지원사 등 수십 명이 생활하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 두기는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장애아동 어머니들은 코로나19 감염이 될까 봐 불안한 상황에서 장애아동들은 매일 전쟁 같은 일상을 지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코로나19가 감염될까 두려워 재활병원을 쉬고 집에 머무는 중증장애아동 가족은 수 달 동안 자녀의 재활을 가정에서 책임져야 하므로 양육 스트레스와 양육부담이 더욱 가중되었다. 뇌병변·지체장애아동은 하루 중 적당한 재활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근육위축, 소화기 문제, 장 문제 등 여러 가지 건강상 문제가 발생한다. 움직임이 적어지면 근육량이 현저히 줄어들고 이는 체력 저하로 이어져 건강상 많은 문제를 야기시킨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재활병원뿐만 아니라 발달치료실도 문을 닫는 상황이 반복되어 장애아동 가족들은 아무런 대안 없는 현실 속에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또 다른 바이러스로 이 상황은 계속될 거란 불안한 미래가 예측된다. 이에 정부는 중증뇌병변·지체장애아동들의 생명권과 치료권을 존중받을 수 있는 적극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해피링크를 포함한 전국의 중증뇌병변장애아동을 둔 가족들은 정부에게 성인대비 10분의 1 수준의 의료수가를 조정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지만 현실화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답변이다.

우리 정부와 사회는 평생 동안 장애라는 멍에를 짚어지고 돌봄의 무게를 안고 살아가는 장애아동 부모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천장만 보고 누워서 살아가는 장애아동들이 생명권과 치료권을 존중받을 재활치료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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