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에서 장애인 권리의 보장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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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상황에서 장애인 권리의 보장을 위하여
  • 조한진/대구대학교 대학원 장애학과 교수
  • 승인 2020.12.17 09:41
  • 수정 2020-12-17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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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외적으로 가장 큰 이슈는 바로 코로나19였다는 것에 그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라 짐작되며, 그것은 장애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영향은 비장애인에 비해 장애인에게 훨씬 더 심각하였다.

우선, 시설에서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들이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였다. 정신과 폐쇄병동이 있는 청도 대남병원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많이 나오자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호트 격리 조치에 들어갔고, 이후에도 대남병원에서는 추가 사망자가 계속 나왔다. 심지어 경북에서는 사회복지 거주시설에 대하여 예방적 코호트 격리 조치를 실시한 바도 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를 볼 때 비장애인 사회에 만연해 있는 질병으로부터 시설 장애인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시설 장애인의 질병으로부터 비장애인 사회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인지 혼동이 된다. 더구나 안 그래도 시설 내에서 자유가 제한되어 있던 장애인들은 예방적 코호트 격리 조치 하에서 자유가 거의 박탈되었다. 또한 웬만하면 다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 못한 시설 내 장애인들은 시도 때도 없이 발송되는 재난 문자마저 받지 못하는 등 응급 상황에 대하여 적절히 공지 받지 못하였다.

지역사회 장애인들도 지원 시스템이 정지됨에 따라 심각하고 치명적인 피해를 보았다. 복지관이 휴관을 하고 활동지원사들이 자가격리 장애인의 집을 방문하기를 꺼림에 따라 기본적인 일상생활의 유지 자체가 어려웠다. 질병관리본부 상담센터 1339에는 수어 통역 등 영상전화 서비스가 불가능하였고, 코로나 우울증 상담 서비스가 대부분 전화로 제공되기 때문에 청각장애인들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팬데믹 하에서 장애인의 권리가 침해받는 상황은,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잦아들기는커녕 겨울 들어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코로나19 상황에서 장애인의 권리가 더는 침해되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시설 장애인과 관련해서 정부는 다른 국민과 대등하게 장애인들에게 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한 완전한 접근성을 보장해야 하고, 다양한 형식으로 응급 상황에 관한 접근 가능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전향적으로는,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자립적으로 생활함과 지역사회에 통합됨)에 의거하여 응급 탈시설 계획을 개발하고, 시설에서 지역사회로의 이전을 지원하기 위하여 적절한 인적·물적 자원을 할당해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살고 있는 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활동보조, 재가 지원, 보조 기술을 포함하여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를 보장해야 하고, 다양하고 접근 가능한 형식으로 응급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모든 관련 브리핑과 보고서는 장애인의 관점과 권리를 고려하도록 보장해야 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그래도 우리나라가 이만큼이나마 버티고 있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택배 근로자들의 과도한 노동 덕분이고, 그렇다면 우리가 다른 누군가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요즈음만큼이나 분명한 때가 없다. 그런데 코로나19 상황에서 사회의 저변에 위치해 있던 장애인들이 무너지고 있고, 언젠가는 중심이 무너질 것이다. 우리의 움켜쥔 손을 펴야 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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