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인천장애인인권영화제 사람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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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인천장애인인권영화제 사람 36.5
  • 배재민 기자
  • 승인 2020.11.20 10:08
  • 수정 2020-11-20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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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장애인인권영화제가 주최한 ‘제1회 2020 인천장애인인권영화제 사람 36.5’가 지난 11월 12일부터 13일까지 이틀간 열렸다. 멈출 기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만 진행됐지만, 제1회 영화제는 상영작들과 부대행사를 통해 ‘인천장애인인권영화제’의 지향점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

본지는 ‘2020 인천장애인인권영화제’를 주관한 ‘함께걸음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인터뷰를 통해 이번 영화제를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본다. - 배재민 기자

2020 인천장애인인권영화제 사람36.5 담당자들
(왼쪽부터) 이부옥 사무국장, 최완규 센터장, 정다희, 장은지 사회복지사

 

인천에서 처음 선보인 ‘장애인 당사자 중심’ 영화제

 

비장애인과 장애인은

같은 온도를 지녔다

 

인천에는 작지만 다양한 영화제들이 매년 개최된다. 생각하면 바로 떠오르는 영화제만 해도 ‘인천디아스포라영화제’, ‘인천인권영화제’, ‘인천여성영화제’, ‘인천실버영화제’ 등이 있다. 이런 다양한 영화제들 사이, 새로 등장하는 영화제는 당연하게도 기존 영화제들과는 다른 가치와 다른 개성을 가지고 관객들을 공략해야 한다.

‘2020 인천장애인인권영화제 사람 36.5’는 인천에서 처음으로 장애인 당사자들이 중심이 돼 개최된 영화제라는 점에서 인천의 여타 다른 영화제들과 비교해 특색이 짙다.

올해, 제1회로 포문을 연 ‘2020 인천장애인인권영화제’의 공식 슬로건은 사람 36.5이다. 36.5는 사람의 건강체온을 뜻한다. 이는 모든 비장애인과 장애인은 같은 체온을 가지고 산다는 아주 당연하고도 간단한 사실을 전면에 내세워 사람의 온도에 주목한다.

함께걸음인처장애인자립새활센터 측은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공공장소에서 체온을 재는 것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비장애인 사회가 큰 사회라면, 그 안에 장애인들의 작은 사회가 있다. 장애인이 추구하는 사회환경은 차가운 무관심과 불평등도 아니고 뜨겁게 과열된 연민도 아니다. 장애인들의 삶이 나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인식들이 바뀌어야 한다. 비장애인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장애인들도 같이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을 알아갔으면 좋겠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일정하게 유지되는 36.5도, 우리는 이번 1회 장애인인권영화제를 즐기는 모두에게 알맞게 따뜻한 온도가 전해졌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번 영화제의 상영작 대다수가 장애인들이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제 준비 기간 3개월

어쩔 수 없는 온라인 상영

 

‘2020 인천장애인인권영화제’의 준비 기간과 예산은 그리 길지 안 했고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주최 측이 한정된 예산 속에서 최선의 영화제를 만들려고 했음이 팸플릿과 홈페이지를 보면 드러난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지 않았더라면, 인천장애인인권영화제는 본디 오프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함께걸음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측은 “코로나가 한창이어서 시에서도 영화제를 진행해야 할지 아니면 중지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증언했다.

주최 측은 인천 유일의 독립, 예술영화 상영극장인 ‘영화공간 주안’을 영화제를 위해 대관했으나, 코로나19 경보가 2.5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오프라인 방식으로 영화제를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으로 10월 초 온라인 방식의 영화제로 노선을 변경했다. 온라인 방식의 영화제로 변경되며 상영작 수도 5편에서 10편으로 늘렸다. 그들이 준비한 대면 행사들은 모두 온라인으로 넘어갔다. 다만, 공식적으로 영화는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됐지만, 함께걸음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용장애인들에 한해서는 사무실에서 같이 영화를 관람했다.

부대행사 - 인권강연회
부대행사 - 인권강연회

 

준비된 부대행사들이

비대면으로 바뀐 것 아쉬워

 

영화제는 축제다. 단순하게 영화만 상영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에 관계된 다양한 부대행사들을 개최해 영화를 보지 않는 다른 관람객들을 불러온다. 이번 ‘2020 인천장애인인권영화제’ 역시 다양한 부대행사들이 준비됐다. 함께걸음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측은 “다른 영화제들과 차별되는 부대행사들을 많이 만들었다. 하지만 대면으로 관객들과 교감을 하면 의미있을 행사들이 다 온라인으로 넘어가버린 것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부대행사로는 △윤대기 변호사와 배은진 울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이 장애인과 인권으로 강연하는 ‘인권강연회’ △지금은 정의당 소속 국회의원이 된 장혜영 의원의 영화 ‘어른이 되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감독과의 대화’ △장애인 캘리그라피 아티스트들의 ‘캘리그라피 전시회’ △뻔장코(뻔뻔한 장애인 코미디언) 한기명 씨의 스탠드업코미디 △혜성원 솔바람풍물단의 사물놀이 △UCC 공모전 등이 열렸다. 또한 <장애인식개선캠페인> 퀴즈를 풀고 경품을 받을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됐다.

안타깝게도 관람객들은 부대행사들을 직접 체험하진 못했지만,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함께걸음장애인생활센터 측은 “내년에도 다시 선정된다면, 올해 못 했던 부대행사들을 진행하려 한다. 아무래도 온라인으로 진행하다 보니 원래 하려고 했던 것들이 제대로 안 된 부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최완규 센터장이 추천하는 상영작 두 편

 

'아무것도 아니지만' 스틸컷
'아무것도 아니지만' 스틸컷

 

아무것도 아니지만

황지은 감독의 <아무것도 아니지만>은 15분짜리의 짧은 단편 영화다. 발달장애학생 민건이 엄마가 작년 민건이 담임이었던 선생님에게 선물을 전해주기 위해 선생님이 전근 간 학교까지 찾아가는 내용이다.

최완규 함께걸음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발달장애인 학부모로서는 아이들을 잘 보살펴주는 선생님이 고마울 것이다. 15분밖에 안 되는 짧은 단편영화지만 어머니의 입장에서 영화를 감상하면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평했다.

'어른이 되면' 스틸컷
'어른이 되면' 스틸컷

 

어른이 되면

장혜영 감독의 <어른이 되면>은 다큐멘터리로 감독이 동생 혜정을 18년 만에 만나 함께 살기로 하면서 생기는 일들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최완규 센터장은 “지금은 의원이 된 장혜영 감독이 동생과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인데 한국 사회의 탈시설에 대해 잘 보여준다.”고 추천했다.

 

미니인터뷰

 

“장애가 더 이상 불편하지도 어색하지도 않은 내일 기대”

 

영화제 UCC공모전 금상

송은석 감독

송은석 감독 시상식
송은석 감독 시상식

 

송은석 감독
송은석 감독

2020 인천장애인인권영화제 36.5가 인천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제의 사전홍보 혹은 장애인 인식개선을 주제로 실시한 UCC공모전 금상 수상자는 ‘같은 온도를 가진 사람임을 느끼는 시간, 인천장애인인권영화제’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송은석 감독이다.

‘같은 온도를 가진 사람임을 느끼는 시간, 인천장애인인권영화제’는 감독의 랩에 맞춰 애니메이션 영상이 뮤직비디오처럼 흘러나온다. 가사는 ‘장애라는 소재를 시혜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며 장애는 무겁고 불편한 것도 아니다.’고 말한다.

송은석 감독은 올해 서른둘로 현재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으며 영상을 업으로 삼지는 않는다. 그에게 영상은 취미다. 평소에 송 감독은 풍경을 주로 찍는다. 송 감독은 “UCC를 출품할 때만 해도 수상을 하리라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개최한 제1회 인천장애인인권영화제 ‘UCC 공모전 사람 36.5’를 통해 따뜻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뜻깊었다.”며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내 영상이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사람의 온도가 36.5도로 같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UCC는 송 감독이 직접 작사·작곡한 음악과, 다채로운 이미지들이 포인트다. 송 감독은 작업 기간은 총 4일이 소요되었다고 밝혔다.

기자는 처음 UCC공모전의 주제 ‘장애인인식개선’을 보았을 때, 많은 이야깃거리와 광범위한 주제 때문에 UCC형식으로 짧게 압축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송 감독은 “인천장애인인권영화제 슬로건이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 우리는 같은 온도(36.5도)를 가진 사람임을 느끼는 시간이니만큼 슬로건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제작 방향을 설명하며 “우리는 장애라는 소재를 시혜의 대상으로 보고, 무겁고 불편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함께 살아간다는 생각을 한다면 장애가 더 이상 불편하고 어색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 영상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송은석 감독 UCC 작품 스틸컷
송은석 감독 UCC 작품 스틸컷

 

의외로 송은석 감독은 장애인들을 평소 자주 접하는 환경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영화제 또한 공모전 사이트를 통해 접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 감독은 “장애인들에 대해 늘 생각하는 것이 있다.”고 했다. 그는 “장애의 유무와 관계없이 사회적 구성원으로 동등한 위치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장애가 더 이상 불편하지도 어색하지도 않은 대한민국의 내일을 기대해 본다.”고 자신이 원하는 대한민국의 사회상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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