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복지기준선 설정, 끝이 아닌 시작
상태바
인천복지기준선 설정, 끝이 아닌 시작
  • 신진영/인천평화복지연대 협동사무처장
  • 승인 2020.11.20 09:48
  • 수정 2020-11-20 09: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0월 29일, 인천광역시는 ‘인천복지기준선’을 마련해 발표하였다. 소득·건강·주거·교육·돌봄 등 5개 분야별로 최저기준과 적정기준을 설정하고 2025년까지 118개 사업, 총사업비 10조8천억 원의 예산을 세우기로 하였다.

2012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다수의 지방자치단체에 복지기준선이 수립되었다. 시민복지기준 수립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앞서 타 시도에서 수립된 시민복지기준이 실제 정책으로 반영된 경우는 크게 보아도 서울, 부산, 대구 등에 불과하고 이마저 평가가 아주 긍정적이지는 않다. 그럼에도 인천지역 시민사회는 복지기준선 수립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그 이유는 인천시의 경우 지난 몇 년간 재정위기 속에서 자체복지사업이 축소와 확대되는 과정을 겪었다. 대부분 축소되었던 자체복지사업의 경우 그 원칙과 기준이 부재했다.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복지기준선을 제안한 것이다. 또한 복지기준선의 논의 과정에서 시민자치 역량을 키워가는 주민참여과정이 될 것을 기대했다. 복지기준선은 지역사회보장계획과는 법적 성격과 수립주체, 참여자들의 역할이 다르다. 복지기준은 지자체가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논의하고 그 결과로 제시되는 공동산물이 돼야 하기에 수립 과정 자체가 시민참여의 장이 될 수 있다.

인천복지기준선 수립 과정에 각 분야별로 시민과 지역의 관련 연구자와 현장전문가,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하여 총 89명의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시민평가단 52명, 연구진 21명, 공무원TF 53명이 참석하였다. 50여 회에 이르는 회의와 토론을 진행하였고, 500인 시민대토론회도 개최하였다. 그 결과물로 인천광역시는 시민이면 누구나 누려야 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복지기준으로서 ‘복지기준선’을 발표한 것이다.

과연 이번 복지기준선 발표로 인천시민이 누구나 누려야 할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자신 있게 끄덕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부족한 점이 많다. 무엇보다 다양하고 원칙 있는 시민참여 방안이 마련되기 바랐다. 통상적으로 정책 결정 과정에서 개최되는 수동적이고 일회적인 공청회가 아니라 시민의 의견을 여러 번,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별 또는 분야별로 들을 수는 없을까. 타 시도에서는 취약계층 거주지역을 범주화하여 모든 곳에서 방문설명회 및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새로운 사업을 시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복지기준선 수립 과정에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원칙을 협의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각 영역에서의 기준설정도 필요하지만 인천시의 제반 상황을 고려한 종합적이고 원칙 있는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행정은 다양하고 참여하기 쉬운 교육과 토론의 장을 펼쳐놓고 시민들이 최대한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여야 한다.

복지기준선은 설정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인천시민의 삶의 질이 개선되고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시민복지기준 수립단계뿐만 아니라 실시단계와 평가단계에서 지속해서 시민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시민참여는 소외되고 배제된 시민들이 공개적인 장에서 발언하고 행동하며 삶의 주체로 성장하고 자기 삶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결정들에 개입할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만들었으면 한다. 이는 감시력, 의견제시력, 참가력 등과 같은 시민자치 역량을 키워가는 방향으로 연결될 것이다. 지방분권 및 지방자치는 시민참여와 뗄 수 없는 관계이지만 자동적으로 창출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시대에 맞는 사회복지에 대한 요구가 큰 시기이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