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통해 행복한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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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통해 행복한 삶을 꿈꾼다
  • 차미경 기자
  • 승인 2020.10.21 13:31
  • 수정 2020.10.21 13: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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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윤 작가

본지는 발달장애청년들의 예술활동을 응원하고 그들의 작품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됨으로써 장애인예술의 이해와 대중화를 이루기 위한 특별한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에 전시회 ‘발달장애인 청년작가전2020 : 보고…다시 보고’에 참여했던 19세부터 34세 발달장애청년작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작품을 통해 담아내고자 하는 세계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본지가 이번 호에 만난 작가는 이번 릴레이 인터뷰의 마지막 주자이자, 그림과 함께 행복한 삶을 꿈꾸는 김병윤 작가다. <차미경 기자>

색의 농도와 붓끝에서 느껴지는 선 하나하나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민화를 그리는 김병윤 작가는 서양화부터 인테리어 패션디자인, 삽화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적지 않은 발달장애인 작가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끄적거리기 등 미술과 그리기에 관심을 보여온 것에 반해 김병윤 작가는 6살이 됐을 때야 처음으로 끄적거리기에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사실 저는 병윤이가 그림을 그리지 못할 줄 알았어요. 보통 유아기 때 낙서화를 시작하는 것에 비해 병윤이는 그림에는 전혀 관심이 없을뿐더러, 그 흔한 끄적거리기에도 흥미를 보이지 않았었거든요. 그러다 6살 무렵에 서울 할머니 댁에 다녀오면서 자동차 뒷좌석에서 혼자 연필로 끄적이며 그린 그림을 보고, 병윤이의 미래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던 것 같아요. 병윤이의 그림은 실제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건물의 뒷공간까지도 입체적으로 묘사하는 특징을 보였거든요. 그때 아, 병윤이가 앞으로 그림을 그리는 삶을 살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김병윤 작가가 처음부터 민화를 그렸던 것은 아니다. 그의 첫 작품은 서양화였다. 서양화를 그렸을 때와 지금의 민화를 그릴 때 가장 다른 점에 대해 김병윤 작가와 그의 어머니 김영미 씨는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써야 하는 작업과정을 꼽았다.

“아크릴 작업은 스케치를 한 다음 바로 채색에 들어가며, 수정‧보완이 수월해 쉽게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지만, 민화는 스케치는 기본이며, 채색을 할 때도 수분을 잘 맞춰야 하는 바림기법(그라데이션)과 매끄러운 선을 표현해 내기 위해 끊임없이 집중하고 공을 들여야 하는 다소 까다로운 작업이 많아 노력이 많이 필요해요. 그래도 병윤이가 민화를 선택했을 때도 누군가의 의견 때문이 아닌 스스로 선택한 것인 만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고 있어요. 부모로서 그 모습이 대견해 보이고요.”

오리들의 호숫가, 한지 위에 수묵채색, 90.9×60.6(cm), 2020
오리들의 호숫가, 한지 위에 수묵채색, 90.9×60.6(cm), 2020

이처럼 김병윤 작가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에 망설임이 없고, 또 주어진 일을 끝까지 해 나가는 책임감을 가진 데에는 그의 어머니 김영미 씨와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영미 씨는 김 작가가 항상 스스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자신감을 키워낼 수 있도록 양육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했다고 회상했다. “지금의 병윤이가 있기까지는 성장 과정 중에 받은 많은 경험과 사건, 주변 사람들의 영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몸도 마음도 약했던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스스로 살아갈 만큼 강한 아이가 되도록 양육하고 노력했거든요. ‘안쓰러운 사랑은 가슴으로만 하자, 장애를 가진 자식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부모로서 후회 없이 키우자’라는 목표로 병윤이를 키웠어요. 그래서 모든 것을 선택할 때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 아닌 병윤이 스스로가 선택하도록 했고, 그에 대한 결과도 병윤이가 받아들이도록 했던 것 같아요.”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김병윤 작가는 수영선수로서 총망받던 생활을 뒤로하고, 그림을 그리는 일을 자신의 삶의 목표로 두는 선택을 할 때도 담담하지만 단호하게 스스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미대 입시를 준비하며, 또 대학을 가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어울리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고난도 있었지만 이 역시 김병윤 작가는 스스로 이겨내고 한 단계씩 성장하고 있다.

현재 민화의 여러 가지 종류의 그림들을 차례대로 경험해 보고 있는 중이라는 김병윤 작가는 하나의 민화 소재를 그려보면 그 소재를 가지고 바로 응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다양한 창작민화를 그리기 위한 재료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고 한다.

또한 김 작가가 서양화를 그릴 때 익힌 아크릴 물감을 사용한 자신만의 민화 작업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아크릴 물감을 사용함으로써 작업 속도는 물론 보존력을 높이면서도 한국적인 감성을 가지고 가는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모란도, 한지 위에 수묵채색, 27.3×22.0(cm), 2019
모란도, 한지 위에 수묵채색, 27.3×22.0(cm), 2019

올해 연말과 내년 상반기에 도민익아트랩민화연구소의 정기전시회 등에 작품을 출품하기 위해 작품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김병윤 작가는 2021년에는 비장애인 미술 공모전에 도전하는 것은 물론 첫 개인전을 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병윤 작가는 그림을 그릴 때 풍요로움을 느낀다고 표현했다. “그림은 고요하고 풍요로움을 느끼게 해줘요. 마음이 편안해지고 부귀영화의 의미를 담은 모란꽃이나 무병장수의 의미를 담은 복숭아 등을 그리면 풍요롭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어머니 김영미 씨에 따르면 그림을 그리는 동안 김 작가의 얼굴에는 익살스러운 표정과 행복한 웃음이 가득 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면 김병윤 작가가 평생 행복하게 그림을 그리며 살아간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가지고 있는 능력만큼이나 그걸 펼쳐나갈 용기와 끈기를 가진 김병윤 작가의 모습을 보며, 그의 다음 작품은 물론 스스로 그려나갈 김 작가의 미래의 모습이 궁금해지는 시간이었다. 부귀, 영화, 품격을 뜻하는 모란의 꽃말처럼 김병윤 작가 역시 깊이가 있는 울림을 전할 수 있는 작가로 성장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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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ddalll 2020-10-21 14:18:47
대단하네요~~ 익살스러운 듯 하면서도 편안해 보이는 까치호랑이와 아름다운 모란도 등 섬세하게 표현을 하셨네요. 앞으로도 화선지위에 펼쳐질 작가님의 세상이 기대됩니다~!! 멋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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