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 지방정부에 떠넘길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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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 지방정부에 떠넘길 일인가
  • 임우진 국장
  • 승인 2020.09.23 10:05
  • 수정 2020-09-23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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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차원의 장애인 탈시설 정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가 탈시설 정책을 견인하는 모양세다. 인천시의회가 탈시설 자립생활 지원을 위한 통합기구인 ‘장애인전환지원센터’ 설치를 골자로 하는 ‘인천시 장애인자립생활지원 조례’ 개정안을 9월 18일 통과시켰다. 서울시 또한 장애인거주시설을 새로운 주거서비스 모델로 바꾸는 ‘장애인 거주시설 변환사업’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법률적 뒷받침 없는 지방정부만의 상이한 탈시설 정책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탈시설 정책은 단순히 시설 퇴소 그 자체에만 그치지 않는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생활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복지서비스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중앙정부 차원의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 수립이 시급하다 하겠다.

인천시 개정 조례의 경우는 ‘장애인전환지원센터’를 설치해 장애인의 자립생활 준비·전환·정착·유지 등에 필요한 지원을 하고 이러한 센터 업무를 사회복지 관련 법인·단체 등에 위탁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 때문에 ‘장애인전환지원센터’를 위탁 운영하는 법인·단체로선 장애인의 탈시설을 적극적으로 주도해 나갈 수 있는 권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의 ‘장애인거주시설 변환사업’은 입소 장애인 모두 장애인 지원주택 등으로 이전해 자립생활을 시작하고, 기존 거주시설은 폐지 후 지역사회 기반 주거서비스기관으로 변환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역시 서울시가 스스로 밝혔듯이 법과 제도적 기반이 없기 때문에 풀어야 할 난제가 많아 실험적 사업에 불과하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2014년 10월 한국의 시설중심 정책에 우려를 표명하고 효과적인 탈시설 전략 개발을 권고한 바 있으나, 한국정부는 여전히 시설·병원 중심의 서비스에 매몰돼 있는 형편이다. 현 정부는 2017년 출범 당시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맞춤형 사회복지’ 국정과제 중 ‘탈시설 등 지역사회 정착 환경조성’을 실천과제로 채택하고,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18~2022)’에 탈시설 정책을 담았고,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 계획(2019~2022)’에도 ‘장애인 자립생활 및 지역정착 지원모델’ 개발을 명기해 놓고도 더 이상의 진전된 내용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복지부는 만들어 놓은 탈시설민관협의체조차 제대로 운영하지 않아 탈시설정책 의지가 있는지 장애계는 의심하고 있다.

이처럼 탈시설 정책이 오리무중임에도, 중앙정부는 1년 전인 지난해 9월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장애인탈시설추진단’을 구성하고 정책 방향과 추진 일정, 예산 등을 포함한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을 마련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조차 이행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코로나19 재난상황에서 집단시설 강제격리의 폐해와 위험성을 확인하지 않았는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서라도 중앙정부는 하루빨리, 인권위 권고를 수용해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을 수립하고 탈시설 정책을 적극 주도해 나가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탈시설 정책을 견인할 장애인복지법 등 관련 법령을 정비하는 등 법률적 수단과 추진체계를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중앙정부의 일차적 책무이다.

 

임우진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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