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은 힘을 낼 수 있는 가장 큰 ‘원천’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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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은 힘을 낼 수 있는 가장 큰 ‘원천’인 것 같아요
  • 차미경 기자
  • 승인 2020.09.23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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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해피링크 대표

인천시 남동구 독곡로 6번길 조용한 골목 안쪽에 위치한 ‘해피작은도서관’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그들의 형제, 부모들이 언제든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쉼터 같은 곳이다. 그리고 이 도서관은 장애아이와 그 가족들을 위한 비영리 단체 <해피링크>의 김현정 대표가 외부의 도움 없이 혼자서 일구어 낸 공간이기도 하다.

김현정 대표와의 2시간 가까운 인터뷰 시간 동안 그녀의 지난 15년의 삶과 단체를 만들게 된 동기, 그리고 현재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듣는 내내 기자는 “대단하다”라는 말만 몇 번을 반복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말 ‘대단하다’라는 표현 외에는 그녀가 버텨온 삶을 대신할 수 있는 단어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매일매일이 절망이었던 순간

“아이가 태어나서 9개월이 되던 해 갑자기 고열 증상을 보였어요. 급하게 응급실로 달려갔을 때 이미 원인불명의 뇌염이라는 판정과 함께 하루도 넘기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의식을 잃은 아이가 17일 만에 다시 깨어났을 때는 청각 외에는 모든 기능을 잃은 상태였죠. 그때부터 저와 서연이의 병원 생활이 시작됐어요.”

입원일 수를 맞추기 위해 이 병원 저 병원을 옮겨 다니는 동안 김현정 대표는 장 활동이 활발하지 못해 매일매일 배가 부풀어 오르는 서연이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루 24시간 아이의 몸을 마사지하고 배를 쓰다듬는 일을 쉬지 않고 이어갔다. 하루 종을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던 날이 허다했으며, 그로 인해 그녀의 손발은 퉁퉁 부어 갔고, 손톱은 영양 부족으로 반 토막이 나기 일쑤였다.

“정말 사람의 삶이라고 할 수 없었던 기간이었어요. 아침인지 밤인지, 봄인지 겨울인지도 모르고 그냥 서연이의 몸을 마사지하고 작은 반응 하나에 의사와 간호사를 찾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정확히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무렵, 서연이의 시각이 돌아왔어요. 서연이의 달라진 반응을 보고 제가 시력검사를 해보자고 했어요. 사실 이전에도 병원에서는 ‘가능성 없으니 그만 검사하셔도 돼요’라는 반응이 여러 번 있었지만 그날 저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근데 정말 서연이의 시각이 돌아온 거예요. 물론 사물을 구분하고 하는 정도는 아니고 빚의 여부 정도를 인식하는 정도였지만 그래도 정말 기적이 일어난 거잖아요. 누군가는 제가 그 7년 동안 제 청춘을 다 잃은 게 아니냐고 안타깝다고도 하시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서연이가 앞을 볼 수 있고 서 있을 수 있게 된 것과 제 젊음을 바꿨다고 생각해요. 잃는 게 있어야 공평하잖아요.”

김현정 대표는 지금의 해피링크의 대표로 활동하기 전부터 최중증장애아이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아픔을 나누며, 희망을 찾다

그녀는 딸 서연이의 치료를 위해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온라인 상에서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블로그는 순수하게 서연이의 치료를 위한 거였어요. 단순히 지켜만 봐서는 서연이의 변화를 알 수가 없었어요. 단 1~2분뿐인 진료시간은 의사선생님들이 서연이를 관찰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죠. 그래서 제가 영상으로 찍고 그것을 슬로우모션으로 돌리면서 관찰하고 또 관찰했어요. 그렇게 보니 조금씩 변화가 보이더라고요. 그것을 다음 치료시간에 가지고 가서 설명했죠. 그렇게 찍은 영상이 840편이 넘었는데, 저와 같은 최중증장애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그 영상을 보면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말들을 하시더라고요. 편지도 보내주시고, 그래서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돼 보자라는 마음으로 전화번호를 공개하고 그때부터 정보를 서로 공유해 왔던 게 지금의 해피링크의 발판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2016년 해피링크라는 타이틀로 단체를 만들어 부모들과 교류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전달하던 그녀는 2018년 인천시에 ‘비영리단체’로 정식 등록한 후 강의는 물론 장애인 가족의 심리치료 프로그램, 후원활동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장애가족들 살만한 세상 되길

하지만 김현정 대표의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서연이를 낳기 전까지 사회복지사로 근무했던 김 대표는 서연이가 9살이 됐을 때 다시 사회복지 박사과정에 도전을 했다고 한다. 24시간 아이만 케어하기도 힘들 거라 생각했지만, 그녀는 안주하지 않았고, 당당히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 역시 서연이를 그리고 장애가족들에게 보다 전문적인 정보를 전달하고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사실 박사과정은 제 오랜 꿈이기도 했어요. 그게 조금 늦어진 거죠. 물론 서연이를 케어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고 생각이 들 때도 있었죠. 제 꿈을 위해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은 욕심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간절함이야말로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주는 원천 같아요. 안 되는 건 없어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작은 빛줄기는 찾을 수 있다고 믿어요. 저 역시 그냥 평범한 장애아이를 둔 엄마예요. 특별한 게 없어요. 그렇기에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제가 그 증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절대 포기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결국 살아 가야 하잖아요.”

기자가 김현정 대표를 만난 날인 9월 2일은 해피링크의 남동지부의 문을 열던 날이었다. 이로써 해피링크는 미추홀지부와 남동지부, 그리고 해피도서관을 운영하게 된다.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그녀의 노력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장애자녀를 둔 부모의 간절함과 막막함을 알기에 손을 잡아주고 싶은 마음에 시작된 활동이 한 단체의 대표가 됐지만 결국 그녀의 최종 목표는 단 하나라고 강조했다. “모든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힘든 삶을 살고 있지만 최중증장애자녀들은 그 중에서도 의료와 재활이라는 최소한의 권리에서도 소외받고 있어요. 저와 해피링크는 그 최소한의 권리를 찾고, 우리 아이들의 건강권과 장애인가족의 행복권을 위해 노력해 나갈 거예요.”

차미경 기자

 

※해피링크와 함께 하고 싶은 장애인 가족은 전화(010-7332-8817)로 언제든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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