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의 생애 첫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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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의 생애 첫 일자리
  • 정지혜 음악점역사/실로암시각장애인음악재활센터
  • 승인 2020.09.23 09:32
  • 수정 2020-09-23 09: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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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에게 일자리는 어떤 의미일까? 세상으로 나올 수 있는 통로, 그리고 자립할 수 있게 하는 가능성과 동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에게 일자리는 직업만이 아닌 삶 자체이지만 대부분은 일자리를 구하기 힘겨워하고 있다. 지난 2015년 11월 발달장애인법이 실행되었으나 중증장애인이 직업을 갖기에는 여전히 어렵기만 하고 200여만 명이 넘는 장애인 3명 중 2명가량이 취업을 하지 못한 상태이며 특히 중증장애인 미취업률이 83%를 넘어서고 있다.

이에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장애인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다양한 분야에서 자립하도록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올해 7월부터 ‘서울형 권리중심의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사업을 시행하고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이하 실로암복지관)이 주관하여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일자리는 권익옹호활동, 장애인인식개선, 문화예술활동 세 가지 분야로서 이 중 특히 주목할 것은 문화예술활동 분야가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새로운 장애인일자리의 한 직무로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문화예술 분야의 중증장애인 자립기반을 위해 실로암복지관은 음악적 재능이 있는 시각중복장애인 7명(아코디언, 피아노, 클래식 기타, 성악, 색소폰, 해금, 판소리)을 선발하여 ‘드리미예술단’(dream, 음악의 꿈을 갖고, 꿈을 드리는)을 창단했다. 이를 통해 이들의 공연과 음악적 재능 향상을 돕고 사회적 가치 생산을 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드리미예술단은 지난 7월 창단 후 이미 두 차례 초청연주를 통해 멋진 공연을 선보였으며 관객들로 하여금 큰 호응과 장애인 인식개선의 효과까지 이끌어 냈다. 비록 중증장애가 있으나 음악에 대한 열정과 부단한 노력, 천부적 재능이 합쳐진 공연이었으며 단원들 스스로에겐 큰 즐거움과 자아실현 경험의 기회가 되었다. 최근 이러한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통해 드리미예술단에 대한 주변의 관심과 긍정적 시선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한편 드리미예술단 아코디어니스트 이순재(41세) 씨는 장애인거주시설에서 탈시설한 시각중복장애인으로 “실로암복지관으로 출근하는 게 너무 즐거워요”, “동료들과 같이 합주도 하고 공연도 해서 행복해요.”라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도 “우리 순재가 드리미예술단을 하고부터 바뀌었어요. 말도 잘하고 웃기도 하고 모든 면이 좋아졌어요.”라고 말했다. 이처럼 늦은 나이에 생애 처음으로 갖게 된 일자리가 고립됐던 이순재 씨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놨다. 나머지 단원들 또한 드리미예술단에서 동료들과 소통하고 공연하는 과정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과 성취감을 느끼고 긍정적 성격 변화를 보인다고 단원 보호자들이 말을 전했다.

남은 2020년 동안 문화예술 분야가 드리미예술단 공연을 시범사업으로 선구자적 역할을 함으로써 사업의 적정성을 인정받아 내년에 본 사업으로 자리를 잡으면 공연 이 외에도 인식개선교육이나 연수활동 등 영역을 확대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을 것으로 전망해 본다. 이를 통해 중증장애인의 공공일자리 사업이 더욱 뿌리를 내려 중증장애인의 탈시설화와 자립, 음악을 통한 일자리의 사회 문턱을 넘을 수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 드리예술단의 공연활동과 소식은 유튜브 채널 ‘시소TV’(시각장애인의 소소한이야기)에 게시할 예정이다. 시소TV는 시각장애인인들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최중증시각장애인에 대한 권익옹호, 인식개선, 문화예술 활동을 소개하고 알리는 채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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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오스 2020-10-07 19:45:16
멋진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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