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기 위해 매일 붓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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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기 위해 매일 붓을 잡는다
  • 차미경 기자
  • 승인 2020.09.03 16:37
  • 수정 2020-09-05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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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청년작가전2020 : 보고…다시 보고’ 서비주 작가

 

본지는 발달장애청년들의 예술 활동을 응원하고 그들의 작품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됨으로써 장애인예술의 이해와 대중화를 이루기 위한 특별한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에 전시회 ‘발달장애인 청년작가전2020 : 보고…다시 보고’에 참여했던 19세부터 34세 발달장애청년작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작품을 통해 담아내고자 하는 세계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본지가 이번 호에 만난 작가는 행복하고 보람을 느끼기에 그림을 그린다는 서비주 작가다.

보리밥#1, 아크릴물감, 53.5× 38cm, 2020
보리밥#1, 아크릴물감, 53.5× 38cm, 2020

서비주 작가가 이번 ‘발달장애인 청년작가전2020 : 보고…다시 보고’에 출품한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어릴적 모래와 풀, 돌멩이를 사용해 소꿉놀이했던 추억과 동시에 당시에 순수했고 따뜻했던 기분까지 함께 떠오른다.

서비주 작가의 어머니 한규미 씨 역시 그녀의 작품인 ‘보리밥’, ‘떡국’에는 그녀가 가지고 있는 따뜻한 기억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출품했던 보리밥과 떡국에 대해 직접 비주에게 물어봤을 때 외가에서 외숙모가 정성스럽게 차려줬던 밥상, 명절이면 큰집에서 친척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었던 기억들, 또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추운 날이면 비주의 손발이 차가워 질까 봐 이불을 덮어주시던 큰집 할머니에 대한 사랑 등을 이야기해요. 보고 싶고, 그리운 얼굴들, 좋은 추억과 기억, 웃음과 사랑이 있는 곳에서 항상 즐겁게 음식을 먹었기 때문에 눈으로 보이기에는 떡국 한 그릇, 밥 한 그릇이지만 그 안에는 비주가 간직하고 싶은 추억이 고스란히 담아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떡국, 아크릴물감, 40×56cm, 2020
떡국, 아크릴물감, 40×56cm, 2020

서비주 작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언제라고 딱 꼬집지 못할 정도로 이상에 속에서 항상 그림과 함께 했었다고 한다.

글을 익히고 그것을 잊지 않기 위해 쓰기 시작한 일기에도 항상 그림을 더했었고, 중,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필기 노트 한 구석에다가 그림을 빼곡히 그리기도 했다. 그렇게 취미 반, 장난 반으로 노트와 메모지 등에 끄적이던 활동은 지난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붓을 들고 도화지와 캔버스 위에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기 시작했다.

서비주 작가는 ‘작가’라는 직함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지만 그림을 그리지 않을 때는 여느 또래의 학생들처럼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학교수업을 마친 후에는 특수교육 관련 학원에서 그룹수업과 음악수업에 참여하고 있고, 수업을 기다리거나 마친 후에는 친구와 언니, 오빠들과 함께 노래도 듣고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또 집에 도착해서는 저녁을 먹으며 드라마를 보는 여유를 즐기기도 하고, 노래를 틀어 놓고 춤을 추기도 하며 책상에 앉아 일기를 쓰거나 책을 꺼내 읽기도 하는 등 평범하면서도 편안한 하루를 보낸다.

이러한 일상은 심심해 보이지만 작품 속에 기분 좋은 추억을 담는 서비주 작가에게는 영감으로 이어지는 순간순간이다.

서비주 작가에게 그림은 어떤 의미일까? 이 질문에 서 작가는 곰곰이 생각에 잠기더니 곧 ‘그림은 보람이야’라는 대답을 내놨다.

그림을 그리고 다양한 색을 활용에 색칠해 가는 모든 과정을 스스로 뿌듯해하며, 보람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어머니 한규미 씨는 “그림을 그리는 곳에는 친구들도 모이니 좋고, 작은 체구에 조그마한 손가락으로 꼬무락거리며, 그린 것이 작품으로 완성되어 누군가에게 보이고 전시회 등에 걸려지는 모든 과정이 자신감과 기쁨으로 자리 잡아가고, 그 느낌을 알기에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서비주 작가(왼쪽)와 그녀의 든든한 지원군이 어머니 한규미 씨
서비주 작가(왼쪽)와 그녀의 든든한 지원군이 어머니 한규미 씨

서 작가만이 알고 있는 추억의 맛과, 그녀만의 이야기가 담기 그림들이 하나둘 완성될 때면 스스로 해내고 있다는 만족감이 다시 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원동력의 역할을 하는 듯했다.

‘발달장애인 청년작가전2020 : 보고…다시 보고’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하며 만났던 모든 작가의 부모님들이 그러했듯, 서비주 작가의 어머니 한규미 씨도 서 작가가 좋아하는 그리는 활동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고 전했다.

“그림을 그릴 때 보람을 느낀다는 비주의 말을 들으니까, 비장애인들이 가지고 있는 직장생활과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비장애인들의 대부분은 일하며, 보람을 느끼고 또 그것으로 자립을 하잖아요. 비주 역시 그러한 자연스러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비주 자신도 더욱 열심히 작품활동에 매진해야겠지만 사회의 분위기와 기업 등의 지원도 함께 이루어져야겠지요. 비주와 같은 발달장애 예술인들이 지속해서 예술 활동을 넓혀 갈 수 있도록 지원 체계가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마칠 때쯤 기자에게는 작은 욕심이 생겼다. 오늘의 인터뷰가 서비주 작가의 기억에 ‘행복하고 즐거움’으로 남아, 이날의 인터뷰를 어떤 형태로든 담아낸 작품을 마주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럼 그때 그 작품을 마주하며, 그녀가 느꼈을 행복을 함께 느끼고 싶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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