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배제의 불허용 ‘차별금지법’과 코비드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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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배제의 불허용 ‘차별금지법’과 코비드19
  • 박진용/장애인법연구소 소장, 법학박사
  • 승인 2020.08.20 11:25
  • 수정 2020-08-20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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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대유행(pandemic)이 반년을 훌쩍 넘기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불안과 공포로 ‘신종 위험사회’를 견뎌내고 있다. 혐오와 차별은 늘 불안과 공포를 먹고 자라난다. 질병이나 전쟁이 인간의 삶을 위협하게 하는 경우 불안감은 부조리한 내면을 징표하고 배타성을 강화하며 차별적 편견을 생산해 냈다. 즉 모두가 힘들 때 사회적 약자를 치명적으로 힘들게 만드는 차별 양식이 함께 대유행했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얼마 전 국회에서 한 의원은 ‘정책 수단이 절름발이가 될 수밖에 없다’라고 이야기했다가 사과하는 일이 있었고, 어느 아프리카 출신 방송인은 블랙페이스(흑인이 아닌 사람이 흑인 분장을 하는 것)는 인종적 편견을 조장하는 행위로 지양해 줄 것을 지적했다가 도리어 대국민 사과를 하는 일이 벌어졌다.

두 사건 모두 인권 감수성의 흠결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었다고 평가하는데 나는 인권 감수성의 척도를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고사성어를 빌려서 표현한다. 즉 주변에 나와 다른 신체적 인종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절름발이, 깜깜이, 검둥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 질문해 보면 차별 여부에 대한 해답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차별행위의 가해자는 보통 ‘비유일 뿐이다’라는 말로 가해를 부정하거나, 행위와 인과관계가 없는 사회적 조건 등을 들어 피해자에게 수인을 요구한다는 면에서 최근의 두 사건은 서로 닮아 있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 헌법은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차별 금지를 호소하면 때때로 사과를 해야 하거나 차별을 받아들여야 하는 위헌적 일들이 벌어지는 비극적 법 현실이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이른바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2007년부터 오늘날까지 국회에서 7차례 발의되었으나 모두 종교계의 반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철회되거나 폐기되었다. 2017년 유엔인권위원회의 워킹그룹인 유엔 국가별인권상황정기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는 제3차 심의에서 우리나라 정부에게 인종, 성별,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의 주요 차별금지 요소가 포함된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촉구하였고, 올해 6월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이 7번째로 발의되었다.

차별금지법의 제정과 관련하여 여전히 잘못 알려진 편견들이 존재한다. 차별금지법이 다수를 차별한다는 주장인데 사실 반차별입법은 모든 배제의 불허(no one left behind)를 의미하기 때문에 결코 다수자의 권리를 제한하지 않으며,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요소와 충돌하지 않는다. 이 점에 관한 충분한 설명과 진지한 설득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법의 제정 과정에서 어느 특정 소수 집단을 제외한다면, 이는 또 다른 차별행위의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의 목적이 훼손된다면 이를 더 이상 차별금지법이라고 부를 수 없게 되는 것은 당연하며 본질적인 요소에 대한 침해로 귀결된다.

모든 행위에 대하여 법적 제재를 우선시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겠으나 과거로부터 답습해 오던 삶의 모든 영역에서 다양한 차별행위를 금지규범으로서 인식하고 법률을 통해 그 해악을 경고하는 절차는 인간 고유의 인격과 가치를 존중하고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영역에서 나와 생각이 다르거나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완전치 않은 열등한 존재로 낮춰 부르며 부정적 편견을 조장하는 말들인 ‘토착왜구’, ‘빨갱이’, ‘병맛’, ‘된장녀’라는 말의 유행도 조금씩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들과 함께 코비드19의 대유행도 하루빨리 사라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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