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도 반복되고 있는 장애인의 학습 단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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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도 반복되고 있는 장애인의 학습 단절
  • 윤다올/한국장애인재활협회 대외전략본부 미래전략팀
  • 승인 2020.08.20 09:22
  • 수정 2020-08-20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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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혹은 컴퓨터를 통해 영상을 시청하던 중에 자막이 끊기거나 음질이 불량하여 영상을 마저 시청하기 어려웠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툭툭 이것저것 건드려 해결될 문제라면 괜찮겠지만 영구적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면 아마 당신은 극한의 감정을 경험할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대학의 수업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었고, 이 과정에서 모든 학교, 교수, 학생들은 당혹감과 허탈감 등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장애학생 특히 시·청각장애를 가진 대학생들에겐 감정적인 어려움 이외에 ‘학습 단절’이라는 치명적 어려움이 생겼습니다.

예전에 한 활동가를 만나 장애로 인해 초등학교를 지속적으로 다니지 못하고 그만두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장애가 있어서 학습이 단절된다는 것은 구시대적 시행착오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통해 장애인의 학습 단절이란 문제와 다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온라인 수업이라는 양상은 차이가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같습니다.

지난달 한국장애인재활협회에서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교육 실태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장애학생들 중 온라인 강의 참여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단 5%에 불과하였습니다. 95%의 학생들이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는 데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학생들은 처음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기 위해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기본 환경을 설정하는 것에서부터 어려움이 있었으며, 이후 수업 내용에 있어 수어통역과 자막지원이 되지 않아 학습에 불편을 겪었다고 응답했습니다. 일부 채널의 경우 자동 자막 기능이 있지만 이는 불명확한 번역이 잦아 제대로 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습니다. 또한 온라인 수강이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학습보조인력이 배치되지 않아 수업의 모든 내용을 충실히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응답했습니다.

곧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사회가 도래한다고 합니다. 처음엔 마스크 착용이 매우 불편하고 당혹스러운 면도 있었지만 이제는 마스크 없이 외출하는 것이 더 불편하고 당혹스러운 일상이 된 것처럼 이 사회도 비대면이 일상이 되어가며, 온라인 소통의 역할이 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온라인 학습의 판도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온라인 강의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 생산될 수많은 콘텐츠에 모든 이들이 무리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장치는 마련되어야 합니다.

먼저는 학생들을 위한 자막과 통역이 제공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학교 측의 노력이 요구됩니다. 학교는 장애학생을 위한 편의지원에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장애학생의 욕구를 파악하여 학습 단절이 되지 않도록 대학 자체적인 교수·학습 지원책을 수립하는 데 게을리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에 따른 국가차원의 지원으로 권역별지원센터 수립과 연구개발 지원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장애를 가진 대학생이 많이 다니는 학교의 경우 해당 학생들을 위한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환경을 조성하는 데 유리할 것입니다. 하지만 소수의 장애학생이 다니는 학교는 장애감수성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학생을 위한 수어통역 배치 등의 문제가 어려울 것입니다. 권역별지원센터를 통해 학교의 요구에 신속히 자막 기술과 전문 통역사 배치를 매칭 받을 수 있도록 한다면 개별 학교의 부담감도 줄이면서 효율적인 학습지원이 가능할 것입니다.

현재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문서를 읽어주는 기계는 한글파일만 적용 가능한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최근 대학에서 한글문서로 교육 자료를 제작하는 수업은 드뭅니다. 대부분 PPT 혹은 PDF를 사용하는 것으로 압니다. PPT 혹은 PDF로 제작된 학습 자료에 대해 장애학생들의 편의를 위한 개별 자료를 요청하는 순간, 개인적 차원의 교수와 조교들은 어려움을 느낄 수 있고, 이를 제작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어 결국 꼭 필요한 순간에 알맞은 자료를 받아보기 힘들 수 있습니다. 궁극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비장애학생들과 같은 수업을 들을 때 동일한 자료를 제공받아 공부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모든 파일을 읽을 수 있는 기술개발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미고용 기업체는 근로자 채용 시 주된 애로사항 1순위에 대해 ‘업무 능력을 갖춘 인력이 부족해서(44.2%)’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우리 사회는 장애를 가진 한 사람이 좋은 인재가 될 수 있도록 충분히 노력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며, 도래하는 비대면 시대에 시·청각장애인들의 학습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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