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의 천박한 ‘장애인식’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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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장의 천박한 ‘장애인식’ 우려된다
  • 편집부
  • 승인 2020.08.1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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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독거나 와상이면 모르겠는데, 부모가 안방에서 잠자기 위해 활동지원사를 밤에 24시간 붙이는 게 과연 정의로운 나라인가.” 지난 7월 서철모 화성시장이 장애인단체와 간담회에서 ‘화성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혁신안’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내뱉은 발언이다. 시정을 책임지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입에서 나왔다기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무지하고 몰상식한 언어폭력이 아닐 수 없다. 서 시장은 “거꾸로 이것을 전국에 확산시키고 싶다.”며 공식 석상에서 한 것도 모자라 문제 발언을 자신의 페이스북으로 생중계까지 했다니 말문이 막힌다. 무엇보다 ‘혁신안’의 취지와 내용이야 어떻든 지자체장의 장애에 대한 천박한 인식 수준과 장애인정책에 대한 몰이해가 심히 염려스러울 정도이다.

서 시장은 가족돌봄 문제가 사회적 중요 현안이란 사실을 알고는 있는지 묻고 싶다. 오죽했으면 돌봄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하겠는가. 올해 들어서만 장애인 가족이 돌봄부담을 이기지 못해 제주와 광주에서 잇따라 어머니와 장애아들이 동반 자살하지 않았는가. 이뿐인가. 언론에 보도된 사례만 봐도 2013년 11월 서울 관악구에서 40대 아버지가 장애아들을 살해하고 목숨을 끊었다. 이 아버지는 ‘발달장애인을 가족으로 두고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는 유서까지 남겼다. 그해 10월에도 부산시 기장군에서 40대가 장애아들과 함께 투신했고 6월에도 30대가 동반자살을 시도했다 딸을 살해하는 등 장애인 가족의 비극이 끊임없이 매스컴을 탔다. 이래도 “왜 가족이 있는데 국가가 장애인을 돌보냐.”는 말이 나오는가.

게다가, 서 시장은 장애인활동지원제도가 왜 생겼고 왜 필요한지조차 모르는 듯하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그저 생긴 제도가 아니라 많은 장애인들이 희생된 결과물이다. 이들 곁에 누군가가 있었더라면 막을 수 있었을 텐데, 24시간 활동지원이 안 돼 목숨을 잃는 사례가 빈번했다. 2012년 고 김주영 씨가 활동지원사가 없는 사이 화마로 숨졌고, 박지우·박지훈 발달장애남매도 부모가 일하러 간 사이 발생한 화재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2014년 고 송국현 씨는 장애3급이란 이유로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어 홀로 지내다 화재로 사망했다. 고 오지석 씨도 활동지원사와 어머니가 자리를 비운 사이 인공호흡기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래도 지원 시간을 턱없이 줄여가며 지원 대상을 늘리는 게 ‘혁신안’인가.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가족의 부담을 줄일 목적으로 만든 제도이다. 지자체장이라면 시정에 앞서 관련 법만 들춰봐도 알 수 있었을 것을 ‘가족의 돌봄’ 운운했다는 것은 제도 취지를 도외시한 망발이다. 더군다나, 장애인의 탈시설과 자립생활을 지향하는 복지정책의 시대적 추세에도 역행하는 행태이다. 서 시장의 발언은 그간 가족에게 떠맡겨진 돌봄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장애인정책 기조와도 배치된다. 지자체장의 무례하고 빈곤한 시정 철학에 상처받았을 모든 장애인들에게 깊이 사죄하길 바란다. 동시에 정부는 발달장애인국가책임제 도입과 부양의무제의 전면 폐지를 앞당겨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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