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사람)자신의 기억을 그림 속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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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사람)자신의 기억을 그림 속에 담는다
  • 차미경 기자
  • 승인 2020.08.04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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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청년작가전2020 : 보고…다시 보고’ 윤진석 작가

본지는 발달장애청년들의 예술 활동을 응원하고 그들의 작품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됨으로써 장애인예술의 이해와 대중화를 이루기 위한 특별한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에 전시회 ‘발달장애인 청년작가전2020 : 보고…다시 보고’에 참여했던 19세부터 34세 발달장애청년작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작품을 통해 담아내고자 하는 세계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본지가 이번 호에 만난 작가는 과거의 기억을 그림으로 기록 하는 윤진석 작가다. 

누구나 자신만의 방법으로 기록을 남긴다. 그것이 일기가 될 수도 있고, 마음 속에 ‘기억’이라는 도구로 남기기도 하며 최근에는 SNS룰 활용해 순간의 감정을 기록하기도 한다. 이런의미에서 윤진석 작가 그림은 자신의 지난 기억과 감정을 기록하는 도구이다.

윤 작가는 시계와 화장실, 문(문고리)를 통해 당시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기록한다. 그가 그린 시계에는 과거의 풍경이 담기기도 하고, 문고리에서는 그 곳을 드나들 때 느꼈던 감정이 담겨있기도 하다.

어려서부터 시계와 변기, 문에 유독 관심을 보였다는 윤진석 작가, 그의 작품 보는 내내 그가 이 세 가지의 사물을 통해 기록해 놓은 그의 기억이 궁금해졌다.

“연필을 쥐기 시작한 5~6세 무렵부터 낙서처럼 조그맣게 동그라미를 그리고 그것을 오려 시계나 문고리 등에 붙이는 행동을 반복해서 했었어요. 그 시기에는 외출할 때 늘 연필과 볼펜, 색연필, 크레파스, 가위, 풀 등을 가방에 챙겨 다녔던 것 같아요. 방문했던 친구 집이나 친척 집에서 눈에 잘 띄지도 않을 정도로 작게 그려서 오린 그림을 시계나 변기, 문고리 부분에 붙이는 일이 비일비재했죠. 그때나 지금이나 진석이에게 시계와 문, 변기는 자신이 편안하거나 두려움, 또는 새로움을 느끼게 했던 요소였던 것 같아요.”

이랴이랴숯불 갈비시계, 캔버스/아크릴, 73×61, 2019
이랴이랴숯불 갈비시계, 캔버스/아크릴, 73×61, 2019

실제로 윤 작가의 시계 그림에는 빼곡히 시계를 관찰했던 곳의 명칭이 쓰여 있다. ‘이랴이랴숯불갈비 시계, 그랜드 수영장 시계, 온누리조약국 시계’ 등 시계를 봤던 곳도 함께 기록함으로써 자신이 방문했던 현장을 기록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윤 작가의 또 다른 소재인 화장실은 그에게는 배설과 힐링의 공간의 역할을 한다.

편안한곳, 캔버스/아크릴, 65×92, 2019
편안한곳, 캔버스/아크릴, 65×92, 2019

윤 작가의 어머니 신인섭 씨는 “진석이는 긴장, 불안도가 높아서 늘 새로운 상황, 사람들을 만날 때는 더욱 긴장하는 모습이에요. 그럴 때는 자연스럽게 화장실로 가서 손을 씻고 배출을 하면서 긴장감을 풀어내는 시간을 갖어요. 화장실을 들어갈 때와 다시 나올 때의 진석이의 마음에는 많은 변화가 있고 그것은 대부분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나고 있어요. 누구나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잖아요. 그곳에서 슬퍼하기도 그것을 이겨내기도 하듯이요. 진석이에 화장실은 그런 곳인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문’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사회와의 소통의 기억이다. 자신의 세계에서 또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중간에 놓여있는 ‘문’을 통해 세상과의 소통의 감정을 기록하고 있었다.

실제로 윤진석 작가가 그린 언어치료실의 ‘문’은 그에게는 힘들고 어려웠던 당시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추억의 문, 캔버스/아크릴,  61×73, 2019
추억의 문, 캔버스/아크릴, 61×73, 2019

“작품에 대해 진석이에게 물어보면 그에 관해 설명을 해주는 편이에요. 언어치료실의 문을 그린 작품을 보고 물었을 때 진석이가 말하기를 ‘언어치료실에서 수업받을 때 힘들었어요. 선생님도 무섭고 말이 잘 안 나왔어요’라고 말하더라고요. 아마 진석이에게는 그 문 저편이 두렵고 힘든 존재였을 거에요. 그곳을 들어서거나 다시 그곳에서 나올 때의 감정을 ‘문’에 담았던 게 아닐까 생각해요.”

이처럼 윤진석 작가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과거의 장소와 감정 들을 시계와 변기, 문을 통해 차곡차곡 기록해 나가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윤 작가의 그림을 통해 또 다른 추억이 생겨나기도 한다.

“지난해 진석이가 그려놓은 시계들이 아직 그 장소에 있는지 궁금해서 몇 군데를 직접 찾아가 봤었어요. 없어진 곳들이 많았지만, 그중 광안리에 있는 ‘온누리조약국’에 갔더니 당시 진석이가 그린 3개의 시계 중 하나가 아직 그 자리에 걸려있더라고요. 그 시계를 보니 당시 진석이와 이곳을 찾았을 때가 떠오르면서 묘한 기분이었어요. 진석이도 자신의 그린 시계를 보고는 아주 좋아하더라고요. 아마 온누리조약국의 그 시계는 진석이에게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나 봐요.”

윤진석 작가와 그의 어머니 신입섭 씨
윤진석 작가와 그의 어머니 신인섭 씨

윤진석 작가 기억의 기록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만큼 그의 활동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8월 부산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장애 예술본능 토크 살롱 전시와 빛 된소리 글로벌 예술협회가 주최한 공모 그룹 전시 ‘세상에 하나뿐인 전시’는 물론 오는 9월에는 휴먼에이드 포스트에서 주최하고 유럽, 미국, 중국, 중동의 발달장애인 작가들과 함께하는 특별교류전이 예술의 전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곳에서 윤진석 작가는 자신 기억을 많은 사람과 공유할 계획이다.

새로운 곳에서의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는 윤진석 작가의 이번 행보는 좋은 기억으로만 남아 다음 작품에 기록되길, 그리고 그 기록의 작품을 다시 우리가 만날 수 있길 바라본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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