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당사자 옹호하는 단체들 다 같이 참여하는 구조적 틀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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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당사자 옹호하는 단체들 다 같이 참여하는 구조적 틀 만들 것”
  • 배재민 기자
  • 승인 2020.08.03 17:42
  • 수정 2020.08.03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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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 기관장/인천광역시장애인권익옹호기관
권오용 기관장/인천광역시장애인권익옹호기관
권오용 기관장/인천광역시장애인권익옹호기관

 

올해 6월 8일부터 내년 7월 1일까지 (사)정신장애인권연대 카미(이하 카미)가 인천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하 권익옹호기관)을 위탁 운영한다. 카미의 대표이자 변호사인 권오용 권익옹호기관장(직무대리)은 3년 전, 인천시에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처음 설치할 때에도 위탁받으려 준비를 했으나 여건상 신청하지 못했다가 마침내 올해 위탁공고가 나서 신청을 했다.

권오용 기관장은 “권익옹호기관이 설립된 지 3년이고 직원도 얼마 안 되며 비록 위탁운영 기간은 짧지만 기여할 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익옹호기관은 권오용 기관장이 대표로 있는 카미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의 장애인들을 상대하지만, 그는 과거의 경험들이 집약된 현재 권익옹호기관을 이끌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동안 정신장애인 인권활동을 10여 년간 해오며 장애인 권익옹호 활동을 하는 국내 단체들, 국제단체들 그리고 민간단체들과 교류했다. 인천시에서 각 시설마다 장애인인권모니터링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고 오랫동안 인천시 장애인시설 점검도 나가며 TF로도 참여했다. 타 시설 위원회도 나가고 있다. 그래서 다른 장애인들, 단체들의 다양한 사정을 잘 알고 있다. 또한, 관련 소송들도 많이 접하며 어떤 점이 취약한지도 느꼈다. 많은 사건들을 통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인지하고 다른 기관들하고 잘 교류해 왔다.”

이어 권오용 기관장은 자신 또한 정신질환으로 장애를 경험한 당사자라고 말하며 “장애를 겪는 사람들의 불편과 아픔, 그리고 그들이 있는 위치의 취약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나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 정신장애인들의 취약함에 대해 알리고 소송을 통해 법 제도를 바꾸는 데 기여한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법률가들 중 이런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다. 보람 있는 일이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서 법률가로서의 사명감이 느껴졌다. 권오용 기관장은 “필요하다고 믿고,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기에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도 했다.

권익옹호기관은 장애인들을 법적으로 돕는 기관이다. 현재 기관에서 다루는 사건의 80%가 정신장애, 지적장애, 자폐장애, 시설거주 장애인들의 인권침해 사건들이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학대현황보고서’를 통해 장애인학대 신고건수가 전년보다 19.6%나 늘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은 개선되는 게 보이지만 폭행은 멈추지 않는다. 특히 시설폭행은 여전히 심각하다. 권오용 기관장은 시설에서 작동하는 폭력의 메커니즘에 대해 설명했다.

“분명한 점은 시설을 관리하는 측하고 시설에 수용하는 사람들의 힘의 차이가 있다. 규율에 따르고 복종하는 문화가 시설에 있다. 벗어날 수 없으니 취약하다. 시설이라는 환경이 중증장애인들에게 완전히 불필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장애인들이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살려면 사회통합과 탈시설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시설을 운영하려면 그에 맞는 장애인들을 옹호하는 활동과 제도가 같이 따라야 한다. 지금의 시설구조는 폐쇄적이다. 그래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증거도 잘 남지 않는다. 그러니 관리·감독하는 사람들은 나쁜 유혹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시설을 조금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까. 권오용 기관장은 가치와 존엄성을 강조했다. “취약하더라도 우선 장애인들을 한 명의 인격으로, 동등한 가치와 존엄을 가진 인간으로 존중하고 대우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재정과 고급인력들을 투입해 일하는 사람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여건을 개선한다. 또 중요한 점은 규모도 줄여야 한다. 규모를 키운다는 것은 경제성을 보고 운영한다는 뜻이다. 인격적으로 대우하려면 대형시설은 옳지 않다. 그게 가능하지 않다면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도움을 받아 살 수 있는 여건을 사회에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하루만에 바뀌지 않는다. 그러니 확실한 목표를 두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정확한 방향 설정과 현재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권오용 기관장은 “장애인분들은 스스로 표현하기 쉽지 않다. 학대상황에서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계속 학대당하는 처지에 있을 수밖에 없는 사회취약자들이다. 그분들을 돕는 일이 가장 우선이다.”고 우선순위를 말하며 “먼저 학대행위를 조사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지원과 고발을 해주고 법정에서 재판 진행이 되면 직원들이 가서 모니터링하며 지원하는 활동을 한다. 경찰과 네트워킹하고, 장애인시설, 단체, 민간에서 장애인 권익옹호 활동하는 단체들과도 네트워킹하며 장애인 인권침해에 대처할 것이다. 다른 활동으론 학대를 예방하는 교육을 하고, 메뉴얼도 만들고 시 정책을 컨설팅하는 활동을 한다.”고 현재 중점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을 설명했다.

권오용 기관장은 변호사의 관점에서 현재 가장 심각한 문제는 아동과 성폭력 피해자들에게는 국선 변호가 지원되나 성인장애인들에게는 국선 변호가 지원되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장애인분들에게 변호사가 필요한 일들이 많다. 자기방어, 법적인 주장은 장애인들에게 쉽지 않다. 명백한 피해 상황인데 알리기도 어렵고, 알린다 하더라도 가해한 사람들이 일을 꾸민다. 목격자들은 가해자의 지배하에 있기에 진술을 번복하거나 쉽게 말을 못 한다. 그렇기에 법률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직 제도화되지 않았지만, 우리 기관에서 법적인 도움을 시작해 보고 제도적으로 자리잡힐 수 있게 장기 추진해보려 한다.”

권익옹호기관은 기관장을 모집하는 채용공고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아직 새 기관장이 취임하기까지 얼마나 남아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새 기관장이 오기 전까지 권오용 기관장은 “권익옹호기관이 인천지역사회의 장애인단체들, 특히 당사자들을 옹호하는 단체들이 다 같이 참여하는 구조적인 모양을 만들겠다. 물론 나 혼자 다 하긴 어렵다. 좋은 관장님을 모시고 지금까지 권익옹호기관이 해 온 것들을 더욱 발전시켜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짧은 기간 내 이루고픈 목표를 다짐했다.

그리고 곧 취임할 기관장에게 “기관을 위탁받은 법인 대표인 저와 새로 오신 기관장님이 같이 힘을 합쳐 장애인의 인권과 권익옹호를 위해 잘 유대하고 협력관계로 좋게, 즐겁게 기관을 운영하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배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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