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안전 위협하는 지하철 ‘단차’…법원은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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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안전 위협하는 지하철 ‘단차’…법원은 외면
  • 차미경 기자
  • 승인 2020.07.30 11:18
  • 수정 2020-07-30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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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차 간격 10cm 넘는 승강장에 안전발판 등 설비 설치 요구 했지만 기각당해
3호선 충무로역(대화행) 4-3 단차 /사진=원고소송자료, 더 인디고
3호선 충무로역(대화행) 4-3 단차 /사진=원고소송자료, 더 인디고

지하철 차량과 승강장 사이의 연단의 넓은 간격 때문에 사고를 입은 장애인 당사자가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법원에 차별구제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당한 것에 대해 장애계가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 2019년 4월 휠체어 장애인 장 씨는 홍대입구역 방면 신촌역 3-2번 승강장에서 하차 하던 중 휠체어의 앞바퀴가 열차와 승강장 사이의 끼는 사고를 당했다. 이 승강장의 경우 열차와의 간격은 12cm였다. 

이에 장씨는 또다른 원고 전 씨와 함께 서울지하철 신촌역, 충무로역을 상대로 지하철 차량과 승강장 연단의 간격이 10cm를 넘거나 그 높이 차이가 1.5cm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 '장애인 승객의 사고를 방지하고 정당한 이동편의지원을 위한 안전발판 등 설비를 설치'하라고, 지난해 7월 서울교통공사(이하 교통공사)를 상대로 서울동부지방법원(이하 법원)에 차별구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7월 8일, 피고인 교통공사의 편을 들어 이 사건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도시철도건설규칙 승강장 안전시설 부분에 ‘차량과 승강장 연단의 간격이 10센티미터가 넘는 부분에는 안전발판 등 승객의 실족사고를 방지하는 설비를 설치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장씨가 사고를 당한 신촌역의 열차와 단차 간격이 12cm로 규칙에 위반됨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규칙이 개정된 이전에 만들어진 역사에는 ‘소급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은 교통약자법 시행령 별표2를 준용해 교통사업자가 제공하여야 하는 편의의 내용을 규정하면서도 원고들이 적극적 시정조치로 구하는 안전발판 등 설비는 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정당한 편의제공이 없다고 볼 수 없다 밝혔다.

현행 장차법의 ‘현저히 곤란한 사정’과 ‘과도한 부담’의 이중적 사유로 장애인차별구제의 면죄부를 마련(동법 제4조제3항제1호)한 부분도 이번 판결에 한 몫을 담당했다.

법원은 충무로역에서 시행 중인 원스탑케어 서비스와 교통공사가 시행 중인 안전 승강장 위치안내 앱, 이동식 안전발판서비스 등을 들며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저히 곤란한 사정’으로 ‘2016년경 감사원이 자동안전발판의 안전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실제 설치에 나아가지 못한점, 해당 역사에 고무발판 설치시 위험과 안전상 우려 외 달리 설치할 사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소송의 또다른 원고 전 씨는 “개인적으로 바퀴가 턱에 걸려 오르지 못하고 내 몸만 튕겨져 지하철 바닥에 나동그라지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경험이 트라우미처럼 남아있다. 장애인들이 매일 숨어있는 단차를 넘나들다 결국 누군가가 죽어야 국가가 나설 것인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장애계는 “중증장애인의 본격적 이동권 투쟁의 시작을 알렸던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추락사건 이후에도 수많은 전철, 지하철 관련 사건사고와 희생, 그에 따른 뒤늦은 대응이 반복되어왔다.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안전과 생명에 직결된 일상의 이동에 있어서도 과연  '소급'을 운운하는 것이 법원과 교통공사의 역할”이냐며 비판했다.

이어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고 하는데, 도대체 그 ‘정당함’은 어디서 오는 것이냐”며, “매일 이용해야 하는 전철에서 몇 정거장부터 긴장하며 전화하고, 내가 탄 차량의 고유번호 질문에 스스로 답변해야하고, 역마다 다른 안전승강장 위치에 낙담하며, 불안한 이동식 발판을 이용하기 위해 수십여분을 기다려야 하는 서비스가 ‘정당’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해당 원고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함께 항소를 결정하고, 지난 7월 27일 항소장을 접수했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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