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장애인의 암검진을 확대하는 방법
상태바
척수장애인의 암검진을 확대하는 방법
  • 이찬우/(사)한국척수장애인협회 사무총장
  • 승인 2020.07.24 10: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통계 구축과 장애유형별 특화된 서비스 필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암을 조기에 발견함으로써 암 치료율을 높이고 급격히 증가하는 암 발생과 사망을 감소시키기 위해 5대(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암 검진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국립재활원이 발표한 ‘2016년 장애와 건강 통계’에 의하면 지체장애인의 사망원인 1순위인 악성신생물에 의한 조사망률은 전체인구 통계에 2.5배나 달한다고 한다. 악성신생물은 인체 조직에 새로운 물질이 생성되어 정상조직에 피해를 끼치는 조직으로 흔히 암이라고 총칭한다.

국립재활원의 통계에 의하면 전체인구의 암검진 수검률은 47.6%이고 장애인 평균으로는 42.7%이다. 장애유형별로 큰 차이가 있어 가장 낮은 자폐성 장애인의 21.3%에 비해 지체장애인은 46.8%로 높은 편이다.

척수장애인은 별도의 통계가 없어 지체장애인의 통계를 그대로 대입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최근 가까운 척수장애인 회원들이 암으로 고생하는 안타까운 일들을 보면서 척수장애와 같은 중증장애인들의 암검진율이 참으로 궁금해졌다.

척수장애인은 다친 부위 아래로는 마비가 되어 감각이 없고 통증을 느끼지 못하거나, 반대로 늘 통증이 있어서 그 차이를 모르다가 암이 악화되어 다른 부분으로 전이가 되고 최악의 상황이 되어서야 암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 폴리를 이용하여 소변을 배출하는 한 회원이 방광벽에 암조직이 발생한 것을 너무 늦게 알아서 방광을 적출하고 뇨관에서 직접 소변을 배출하도록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감각이 없는 장애 특성이 이런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가지게 된 것이다. 3년 전에는 고열로 병원에 가니 방광암 말기라는 진단에 제대로 치료도 못 받고 돌아가신 척수장애인 회원의 경우도 있었다.

한국인의 대장암 발생률은 세계 2위라고 한다. 식생활의 변화가 그 원인이라고도 한다. 척수장애인의 경우는 더 심각할 수 있다. 자율적인 배변활동이 안 되니 변이 장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늘 불안하지만 검진을 위해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하는 문제는 녹록지가 않다.

회원 중에는 큰 결심을 한 후 내시경 검사를 하면서 용종 20개를 제거했다느니 8개를 제거했다느니 하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비장애인들은 일상적으로 장 세척제를 먹고 간단히 장을 비우지만 척수장애인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괄약근 조절이 안 되어 장을 비우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 밤새 고생을 해도 장이 비워지지 않아 검사대에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경우도 있고, 검사 이후에도 실변 등의 후유증으로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겪게 되니 아예 대장 내시경 검사를 포기하고 만다.

전체 국민의 대장암 수검률이 33.7%로 다른 암 검진에 비해 현격히 낮은 것도 이러한 검사과정의 불편함 때문일 것이고 비장애인도 이럴진대 중증의 척수장애인들은 그 불편함이 더 할 것이다.

손쉬운 장 비우기의 과정이 어렵다면 시스템적으로 해결을 해야 한다. 간편한 대장암 보조진단 검사를 확대 적용하거나 입원을 해서 편하게 장 세척을 하도록 검진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직장생활을 하는 장애인들을 위해 주말검사도 실시했으면 한다.

방광암을 예방할 수 있는 정기적인 방광검사를 위한 시스템도 확대되어야 한다. 국립재활원에서 시행하는 2박3일짜리 방광검사의 예약이 2년이 밀렸다고 한다면 이는 커다란 문제이다. 전국에 있는 권역별 재활병원이 이러한 검진을 하도록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전국민 암검진 제도’로 미리미리 검진만 하면 안심이라고 홍보하지만 암검진을 받을 기회와 과정이 복잡해서 포기하는 중증의 장애인에게도 통용되는 제도일까? 휠체어를 타고 비틀어진 몸을 거부하는 장비로 검진을 받아야 하고 그 과정에 인간적인 모멸감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정부도 장애친화형 검진기관의 지정을 확대하고 있고, 국립재활원에도 장애인건강검진센터를 짓고 있지만 장애인들의 불편함을 개선하려는 연구와 노력 없이 보여주기식의 전시행정이라면 건강할 권리를 보장받은 장애인들의 커다란 저항을 받을 것이다.

불쌍한 척수장애인이라고 특별히 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래서 암으로부터 자유롭도록 검진의 기회가 평등해야 한다. 통계 구축과 장애유형별 특화된 서비스가 요구되고, 검사준비 과정부터 진단장비의 개선과 그리고 의료인들의 인식개선이 필요한 이유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