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참정권 보장 ‘공직선거법’ 개정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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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참정권 보장 ‘공직선거법’ 개정 방향
  • 이재상 기자
  • 승인 2020.07.2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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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A 씨 등 장애인 100명은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았지만 필요한 조치를 받지 못했고, 이에 심각하게 참정권을 침해당했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장애인참정권 보장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6월 25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 주최로 열렸다. -이재상 기자

사진제공=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공직선거법, 장애인차별금지법 포괄적 준수토록 개정해야

 

헌법 보장한 권리 참정권

장애인에게만 평등하지 않아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주제발표에서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와 관련한 정보를 확인할 수 없어서, 투표소에 접근할 수 없어서, 장애유형별로 필요한 보조용구를 제공받을 수 없어서 등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장애인이 선거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며 헌법에서 보장하는 평등한 권리이지만, 장애인에게 선거권은 결코 평등하지 않음을 주장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지체장애인 3명, 청각장애인 4명, 시각장애인 4명, 발달장애인 5명이 참여한 장애인참정권 관련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체장애인의 경우 사전투표 당시 엘리베이터가 없는 투표소에 갔다가 이동지원을 요청했는데 선관위 직원인 운전자가 귀찮다고 짜증을 내면서 함부로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또한 임시투표소를 이용하라고 종용하거나,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는 경우, 활동지원사를 통해 기표소에서 지원을 받으려고 하니 들어가지 못하게 하거나 투표보조용구를 전혀 찾을 수 없는 경우도 다수 있었다.

시각장애인 응답자들은 투표과정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 것은 투표소 안에서의 투표지원을 꼽았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157조 6항(투표용지수령 및 기표절차)에선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그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하여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에 따라 시각장애인은 혼자서 기표할 수 없는 경우 가족 또는 2인을 동반해 투표보조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2인의 동반규정을 두고 있는 이유는 시각장애인의 기표과정에서 혹시 지원하는 사람이 시각장애인의 의사가 아닌 자신의 의사대로 부정을 저지를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견제조치다.

혼자서 기표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 당연히 당사자가 단독으로 기표를 진행할 수 있지만,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기표소에 선관위 직원이 동행하는 사례도 있었다.

기표과정을 보조할 경우 반드시 2명이 함께 기표소에 출입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선관위 직원 한 명만 기표소에 들어오는 경우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현재 기표보조용구에 숫자만 점자로 표시되어 있는 상황에서 ‘내가 진짜로 원하는 사람을 잘 찍었는지 확신이 없다’는 불만도 많았다. 한편 시각장애인 관련 협회장 선거 등에서는 후보자의 칸에 스티커 형태의 점자를 붙이도록 하고 있어서 나의 투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현행 공직선거법상 선거절차에서의 수어통역 제공은 의무가 아니며, ‘할 수 있다’라는 임의조항으로 규정돼 여전히 수어통역이 없는 투표소와 선거방송 등으로 청각장애인의 정보접근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수어안내가 되는 QR코드 장치가 붙어 있다고 했지만 본 적이 없다는 참여자가 많았다. 투표소의 경우에도 수어통역사가 없는 상황에서 담당자가 말로만 설명하고 그림이나 사진 등의 설명이 없어서 답답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밖에도 수어통역 없는 거리유세나 수어통역사 1명이 후보자 5명을 한 번에 통역하는 토론회 방송의 경우 비슷비슷한 내용으로 누가 이야기하는지 알기가 어려웠으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준비해 놓았다는 투표소 안내에 대한 그림안내책자나 선관위 홈페이지에 수어통역사 배치 안내 등은 참여자들이 모두 확인하지 못했다는 의견이었다.

또한 청각장애인에게 필요한 선거공보물 등의 안내를 위해서 주민센터나 구청 등의 연락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모두 연락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발달장애인 대부분은 선거절차에서 쉬운 말로 되어 있는 정보 등이 없어서 내용을 알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 토론회 등의 경우에도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고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아서 내용파악이 매우 어려웠다. 만약에 토론회 등을 하게 되면 아래쪽에 쉬운 글로 설명이 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밖에도 선거공보물이 만화처럼 나오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는 의견과 투표용지의 칸이 너무 좁아서 맞추어 찍기 어렵다는 의견, 투표할 때 도장을 어떻게 어디에 찍어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있어서 자세하게 안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 등을 제안했다.

김성연 국장은 “이처럼 현행 공직선거법은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많은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개인별로 한계와 변화가 있을 수 있는 장애인에 대한 조항을 담아가는 것보다는 포괄적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준수하도록 하는 등의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 관리규칙

67조의2 단서조항 삭제해야

유럽연합, 발달장애인 대상

참정권 교육 프로그램 진행

영국, 발달장애인 쉽게 접근

가능한 공보홍보물 제작

 

∎정제형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는 “‘원활한 투표관리를 위해 적절한 장소가 없다’는 모호한 기준으로 선거관리위원회가 장애인들이 접근 불가능한 투표소를 설치하고도 이를 면피할 수 있도록 하는 단서 조항을 삭제해야” 함을 주장했다.

선관위는 21대 국회의원 선거 실시 투표소 중 1층이거나 승강기 등이 설치된 투표소는 사전투표소 3,500개 중 3,275개(93.5%), 선거일 투표소 1만4304개 중 1만4227개(99.5%) 수준으로 확보할 예정임을 밝혔다.

수치상으로는 대부분의 투표소가 장애인들이 접근 가능한 곳에 설치된 것으로 나타나지만, 장애인유권자가 접근 불가능한 투표소가 여전히 사전투표소 225개, 선거일 투표소 77개가 존재했으며, 그 외에도 급경사, 진입로 등 접근이 어려운 건물이 많아 오고 갈 때의 어려움이 컸다.

이는 공직선거법 관리규칙 제67조의2에서 투표소를 1층 또는 승강기 등의 편의시설이 있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원활한 투표관리를 위하여 적절한 장소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여지를 열어 두고 있어서 발생하는 문제다.

선관위는 부득이하게 1층이 아니고 승강기가 없는 장소에 투표소를 설치하는 경우에는 지침상으로 1층에서 임시투표소를 만들 수 있도록 하여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1층의 임시투표소의 방식은 공직선거법상 투표구마다 2개의 투표함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조항과 충돌할 우려가 있으며, 선거관리를 위한 직원이 투표소가 아닌 곳에서 투표용지를 받아 옮기는 방식의 임시투표함은 비밀선거의 원칙을 자칫 해할 위험도 상존한다.

정 변호사는 “비밀선거 원칙을 보장하면서도 편의제공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1층, 또는 최소한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보장될 수 있는 장소를 투표소로 반드시 설치하도록 의무화해야” 함을 주장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투표 절차-시설-도구가

적절하고 접근 가능하며

이해하고 사용하기 쉽게

보장해야 함을 명시

 

∎이수현 법조공익모임 나우 변호사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29조는 투표 절차, 시설 및 도구가 적절하고 접근 가능하며, 이해하고 사용하기 쉽도록 함으로써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정치 및 공적 생활에 효과적이고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여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며 유럽의 발달장애인 선거권 지원 사례를 소개했다.

유럽연합(이탈리아, 덴마크, 아일랜드, 스페인, 몰타, 헝가리)의 ‘나의 의견, 나의 투표(My Opinion, My Vote)’ 프로젝트 (2009)는 유럽연합의 ‘교육, 시청각 및 문화 기관(European commission Education, Audiovisual and Culture Executive Agency)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은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개인적이고 독립적인 의견 형성 △정치란 무엇인가 △정당과 선거 등 참정권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영국의 경우 Mencap(발달장애인인권단체)은 발달장애인 선거권 보장을 위해 ‘내 한 표를 행사한다(Get my vote)’ 캠페인 (2010)을 실시했다.

2008년 United Response(정신적·신체적 장애인 서비스 지원 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지적장애인 중 16%만이 2005년 총선에서 투표에 참여했다.

캠페인을 통해 국회의원과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높은 참여를 이끌어 내 주요 정당 3곳과 군소 정당 2곳이 지적장애인을 위한 Easy-Read(쉬운 말로 되어있는 정보) 형식의 선거공보물을 제작하도록 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 발달장애인 1,100명 중 31%가 투표에 참여했으며, 더 나아가 다양한 정당 소속의 국회의원 145명으로부터 중앙정부, 지방정부와 정당에게 선거 관련 자료를 장애인이 접근 가능하도록 제작하는 것과 모든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선거공보물을 발달장애인들이 쉽게 접근하게 제작하기로 하는 협정문에 서명했다.

벨기에, 체코, 스웨덴에서는 투표소 담당 직원 대상으로 한 발달장애인 지원 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며, 벨기에와 핀란드에서는 발달장애인 지원 방법에 대한 안내책자를 발간하고 있다. (2011년 기준)


제18대 대통령선거 장애인 84.1% 투표

복지부의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제18대 대통령선거에 84.1%의 장애인이 참여했다. 장애유형별로는 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와 함께 신장장애와 같은 내부장애가 80~90%의 선거참여를 보였으며,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뇌병변장애, 뇌전증장애가 있는 사람이 50~60% 정도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하지 않은 15.9%의 장애인들은 몸이 불편해서(56.7%), 하고 싶지 않아서(28.3%)의 이유 이외에도 도우미가 없어서, 주위의 시선 때문에, 편의시설이 부족해서 등의 이유로 투표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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