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는 내 몸에 대한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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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는 내 몸에 대한 그리움”
  • 배재민 기자
  • 승인 2020.07.23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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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란 뇌성마비 시인
김옥란 뇌성마비 시인

 

인천시뇌병변복지협회 명예이사로도 활동 중인 김옥란 시인(뇌성마비, 만 62세)이 쓴 시들에는 그리움이 사무쳐 있다. 시인이 시를 공개할 때 쓰는 필명은 ‘그리운 물망초’ 혹은 ‘노래를 사랑하는 물망초’다. 물망초의 꽃말은 ‘나를 잊지 마세요’다. 김옥란 시인이 쓴 시들의 주제인 ‘그리움’을 설명하려면 그가 시를 쓰게 된 계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나는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장애가 있었다. 태어나고 나서도 9살이 될 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숨 쉬는 것뿐이었다. 내가 생일이 빨라 7살에 입학통지서를 받았는데 걷지도, 앉지도 못하고 누워 있을 수밖에 없으니 가고 싶었던 학교도 못 갔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노래를 듣는 것과 시를 쓰는 것밖에 없었다.”

시인이 처음 시를 썼을 때, 그는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제목은 ‘나에게도 날개가 있다면’. 시인이 걸을 수 없으니, 날개를 달면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 같은 심정에서 쓰게 된 시다. 그가 처음 쓴 시를 통해 기자는 김옥란 시인이 가진 그리움이 자유를 상징한다는 생각을 했다.

“내 시의 주제는 그리움이다. 그냥 읽어보면 일반적인 그리움에 관한 시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그리움은 아니다. 좀 더 깊게 설명하자면 내 몸에 대한 그리움이다. 보다시피 나는 말도 잘 못 하고 걷는 것도 힘들다. 왜 나는 남들처럼 자유롭게 살지 못하고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에, 자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에 대한 그리움이다. 만약 내가 아프지 않고, 몸이 지금보다 더 나으면 더 좋은 생활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시로 표현된다.”

시인은 이어서 “일상에서 떠오르는 것들을 주로 메모하고 밤에 시를 쓴다. 가끔 느낌이 오면 느낌 가는 대로 바로 쓴다. 그러다 보니 어떤 시가 나올지 나도 잘 모른다. 그저 나는 내가 살아온 환경, 내가 한 마음고생들, 그리움이 묻어 나오는 것 같다.”

김옥란 시인이 쓴 시 두편, '그리움이 그리움으로 간직될 때', '겨울비'
김옥란 시인이 쓴 시 두편, '그리움이 그리움으로 간직될 때', '겨울비'

 

시인은 시에서만큼이라도 자유로워지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옥란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어딘지 모르게 울적해지는 구절들이 있다. 김옥란 시인이 시를 공개하는 네이버 밴드나, 그가 라디오 DJ로 활동하는 세이클럽 음악방송에서도 시인의 시를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슬프다.”라고 말했다고 시인은 증언했다.

“사람들이 내 시를 읽고 슬프다고 말한다. 그리고 내 모습에도 슬픔이 깃들어 있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내가 시를 읽으면 시와 내가 너무나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실제로 시인은 자신의 아픈 몸 때문에 좌절한 경험이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장애인으로 태어난 것을 자책하며 하느님께 왜 무심하게 나만 장애인이냐고 묻기도 했다. 자신의 육신을 향한 슬픔과 그리움을 시로 풀어내는 김옥란 시인의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시인은 “딸을 낳고 나서 그런 좌절이 조금 사라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시인은 “딸을 낳고 나서와 낳기 전, 내 시의 주제에 대한 차이는 없다. 아무래도 내 밑바닥에는 장애인이 아닌 비장애인으로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늘 있다. 나이를 먹은 지금도 그런 생각이 내 내면 깊숙이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김옥란 시인은 시는 “나의 친구다. 죽을 때까지 같이 가는 친구다.”라고 묘사했다. 시인이 쓰는 필명에 등장하는 꽃, 물망초는 신의와 우애의 상징이다. 시인의 대답은 그가 죽을 때까지 시를 쓰겠다는 다짐과 시에 대한 영원한 우정의 맹세처럼 보였다.

.처음 기자가 김옥란 시인과 연락을 주고받을 때, 그는 자신이 시를 쓰긴 하지만 시인이라 불리긴 부끄럽다고 말했지만, 이렇게 자신의 시에 대해 말하는 그는 한 명의 엄연한 시인이었다.

시인은 사람들이 자신의 시를 읽고 그저 “잘 썼다.” 한마디면 만족한다고 말하며 자신을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사람 혹은 시인”으로 봐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슬픔을 이야기하는 시인에게 기자는 삶의 기쁨에 대해 질문했다. 김옥란 시인은 “손녀가 나에게 기쁨을 많이 준다.”고 답하며 “딸과 사위 그리고 손녀에 대한 시를 지금 구상 중”이라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김옥란 시인이 쓰는 딸과 사위 그리고 손녀에 관한 시는 행복에 관한 시일까?

“슬프게 나올지, 행복하게 나올지 나도 잘 모른다. 써봐야 안다.” 벌써부터 시인의 다음 시가 기대된다.

 

배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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