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승강기 설치 청구소송, 절반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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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승강기 설치 청구소송, 절반의 승리
  • 이주언
  • 승인 2020.07.10 09:25
  • 수정 2022-01-12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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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언/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리프트만 설치되어 있는 지하철 이동(환승) 구간에 승강기를 설치해 달라는 장애인 원고들의 청구가 2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문제 된 구간에 계단과 리프트만 설치되어 있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법원이 교통사업자에게 적극적인 구제조치를 명하는 것은 차별행위 시정을 위한 적합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그 이유로 해당 시설에 어떤 편의시설을 설치할 것인지는 서울교통공사에 폭넓은 재량이 있고, 편의시설 설치 과정에서 여러 기관과의 협력이 필요하며, 서울교통공사가 현재 승강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24개 역사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와 추진계획 등을 수립하고 있는 점 등을 들었다.

장애인단체들은 1999년부터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지하철을 이용하던 장애인이 죽거나 다쳐야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현실에 분통을 터뜨렸다. 신길역과 광화문역이 바로 대표적인 예이다. 2017년 10월 신길역에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리프트를 사용하려다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였고, 이를 계기로 제기된 소송 중 신길역에는 경사형 승강기가 설치되었다. 광화문역 역시 기술과 구조의 문제로 승강기를 설치할 수 없다고 하였던 곳이지만 5년 이상 장애인활동가들의 투쟁 끝에 승강기가 설치되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을 접근ㆍ이용함에 있어서 장애인을 차별해서는 안 되고,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지하철을 이용하여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을 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법원은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차별행위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를 명하는 판결을 할 수 있다. 이것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내용이다. 그리고 법원은 지하철 역사에 계단과 리프트만 있는 것이 차별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렇다면 법원이 어떤 형태로 구제조치를 명할 것인지를 더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법원의 재량은 구제조치의 내용과 범위를 결정할 때 발휘되어야 한다.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법원의 구제조치가 도입된 후 첫 승소판결이 나기까지 6년이 걸렸다. 그 이후로도 승소판결은 아직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많지 않다. 이제는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법원이 어떤 조치를 판결로 내릴 수 있을지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지하철 소송은 일단락되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모여 있다. 차별임은 분명하지만 법원이 나서지는 않겠다는 판결문을 들고. 소송과정에서 많은 장애인들이 리프트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위험에 처했던 상황들을 토로하는 탄원서를 제출하였고, 10분도 채 안 걸리는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두세 시간씩 걸려 법원에 모였다. 이러한 노력이 이어져 소송과정에서 신길역은 승강기가 설치되어 운영을 시작하였고, 충무로역, 영등포구청역, 디지털미디어시티역, 구산역은 모두 승강기 설치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되어, 승강기 설치를 위해 설계 중이거나 공사를 앞두고 있다.

그래서 나는 우리 재판이 절반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장애인을 포함한 교통약자들이 전국의 모든 지하철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여정이 아직 남았고, 우리는 계속 연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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