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사람)“세상을 색(色)다르게 바라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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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사람)“세상을 색(色)다르게 바라봐요” 
  • 차미경 기자
  • 승인 2020.07.08 14:21
  • 수정 2020-07-08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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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이정 발달장애 작가 & 어머니 안명희 씨

본지는 발달장애청년들의 예술활동을 응원하고 그들의 작품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됨으로써 장애인예술의 이해와 대중화를 이루기 위한 특별한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에 전시회 ‘발달장애인 청년작가전2020 : 보고…다시 보고’에 참여했던 19세부터 34세 발달장애청년작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작품을 통해 담아내고자 하는 세계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본지가 이번 호에 만난 작가는 세상을 색(色)다르게 바라보는 시선을 가진 임이정 작가다.

임이정 작가의 작품은 ‘색’에서 시작해서 ‘색’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결국 색으로 연결되며, 그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 역시 색을 통해 투영된다.

‘발달장애인 청년작가전 2020: 보고…다시 보고’에 참여했고, 본지가 4번째로 만난 임이정 작가는 자신만의 색 세계를 통해 자유롭게 소통하지 못했던 세상과 소통하고 있었다.

 부산에 살고 있는 작가의 특성상 이번 인터뷰는 임이정 작가의 어머니 안명희 씨와 전화통화를 통해 이루어졌다.

 어머니 안명희 씨의 말에 따르면 임이정 작가의 색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어려서부터 이어져 왔다고 했다.

“이정이는 아기 때부터 외출을 하거나 목욕 등을 할 때 여러 가지 레고블록을 갖고 놀다가도 초록색 레고블록 하나를 챙겨 들고 다녔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부터 색에 대한 특별한 시선과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또 펜을 쥘 수 있는 시기가 됐을 때부터는 스케치북에 온갖 모양의 무지개를 그렸던 것으로 기억해요. 처음에는 자폐적 성향의 표출이겠거니 생각했었는데, 그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뒤에 드는 생각은 그때부터 세상의 모든 것을 소리나 형태보다 색으로 먼저 받아들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마 여러 모양의 무지개는 작가의 눈에 보이는 세상을 표현하려는 의지였다고 느껴졌었어요.”

 

해운대할머니집,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57x42cm, 2020
해운대할머니집,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57x42cm, 2020

임이정 작가의 작품의 특징은 ‘색면추상’이다. 색면추상 기법을 사용하는 임이정 작가의 작품은 그리고자 하는 대상의 이미지를 무게와 부피로 느끼고 색상, 명도를 유니크하게 넘나들며 과감하게 색을 선택해서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그날의 감정 변화와 흐름에 따라 색은 또 다르게 변화하며,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작가만의 미묘한 심리변화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임 작가의 초창기 작품인 ‘해운대’는 해운대 바닷가와 하늘을 담고 있는데, 임 작가는 하늘을 푸르게 색칠하는 것이 아닌 하늘 전체를 무지개로 표현해냈다. 그가 평소에 생각하는 하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이처럼 색으로 표현하는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조금은 낯설지도 모른다. 실제로 임 작가의 작품 중 ‘닭갈비’와 ‘부대찌개’ 등은 제목을 본 뒤 바로 작품을 봤을 때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큰 팬에 요리된 음식의 그림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서로 다른 색의 조합과 배열로만 이루어진 작품에 기자 역시 적지 않게 당황했었다.

 하지만 조금 더 작품을 바라보니 이내 색으로만 이루어진 작품이 실제로 닭갈비와 부대찌개처럼 보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닭갈비,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45.5x53cm, 2019
닭갈비,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45.5x53cm, 2019

임이정 작가는 세상의 모든 것을 ‘색’으로 바라보고, 반대로 ‘색’에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는 듯했다. “이정이 작품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어색해하기도 하지만 보편적으로 그 특별함과 참신성에 많이들 놀라세요. 어느 날 이정이가 “닭갈비 그리고 싶어요”라고 말한 뒤 캔버스 위에 작업을 한 뒤 보여줬는데 함께 봤던 사람들 모두 ‘너무 특별하다’며, 놀랐던 게 생각나요. 닭갈비를 색으로 표현할 거라곤 아무도 상상 못 했던 거죠. 이정이와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서 모든 작품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색에서 보이는 느낌을 통해 조금이나마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Untitled 1-1, 나무에 아크릴물감, 각 30x30x30cm, 2019
Untitled 1-1, 나무에 아크릴물감, 각 30x30x30cm, 2019

 색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임 작가는 평소에도 대부분의 시간을 색을 탐구하고 조합하는 데 쓴다고 했다. 여러 가지 물감을 풀어 색과 색을 섞어 보고, 물을 더해 농도에 변화를 주고, 다시 그곳에 다른 색을 섞어서 또 다른 색감을 만드는 일을 매일 가장 긴 시간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누구보다 그림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가지고 있는 임이정 작가지만, 작품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는 통로가 아직은 너무 부족하다. 안명희 씨는 이번 인터뷰를 전화로라도 진행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지방에 거주하는 장애인 작가가 느끼는 벽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 대부분의 공모전이나 아트페어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진행되다 보니 참여하는 공모전시나 아트페어마저 방문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에요. 바람이 있다면 스포츠 대회 등이 여러 지역을 순회하면서 치러지듯 큰 전시나 아트페어 등도 다양한 지역에서 진행됐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보다 많은 실력 있는 장애인 작가를 발굴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또 하나 아쉬운 것은 재능을 가지고 있더라도 작업실 등이 부족해 작품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기 힘든 작가들도 많다는 점이에요. 임이정 작가를 포함해 많은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장애인 작가들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임이정 작가의 든든한 지원군인 어머니 안명희씨(왼쪽)과 임이영 작가
임이정 작가의 든든한 지원군인 어머니 안명희씨(왼쪽)과 임이정 작가

 임이정 작가는 오는 8월 부산광역시 기장에 위치한 카페에서 개인전과 부산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장애예술토크살롱과 빛된소리글로벌예술협회가 마련한 공모전시인 세상에 하나뿐인 전시까지 바쁜 여름을 보내게 될 예정이다.

 이처럼 바쁜 일정 속에서도 임 작가는 동네 화방에서 물감을 고르고 구입할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말한다.

 세상을 색(色)다르게 바라보는 임이정 작가 작품 속에 앞으로 물들일 색들은 그 어느 자연의 색보다 찬란하고 아름답길 바라본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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