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능력자 법률행위 취소제도, 폐지하되 보완책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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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능력자 법률행위 취소제도, 폐지하되 보완책 만들어야
  • 배재민 기자
  • 승인 2020.07.01 09:17
  • 수정 2020-07-01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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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능력자 법률행위 취소제도 개선방향 토론회

6월 30일 국회도서관에서 한국장애인부모회가 주최하고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이 주관한 ‘장애인의 인권보호를 위한 제한능력자 법률행위 취소제도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모든 토론자들이 제한능력자 법률행위 취소제도(이하 취소제도)는 실효성 문제로 폐지되어야 하며, 그로 인해 나타나는 부수적인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에 뜻을 모았다. -배재민 기자

 

후견인의 취소권

인권 차원의 문제 존재

UN장애인권리협약 12조 위반

 

윤태영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br>
윤태영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태영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제한능력자 제도는 미성년자들도 포함된다. 하지만 당사자가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한정후견심판, 성년후견심판을 받았다고 취소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다. 인권의 문제다. 취소제도는 본인을 보호하는 것도 있지만 가족의 재산을 보호한다는 취지도 있다. 자신의 계약을 보호자가 마음대로 취소한다는 것은 자신의 행위능력을 박탈한다는 뜻이다. 이는 UN장애인권리협약 제12조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인환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br>
박인환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인환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취소제도가 한편으론 당사자를 보호하는 것이지만 타인(후견인)이 당사자를 부정하는 방법으로 보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취소제도는 본인의 자기 결정, 법적인 행위를 타인이 부정한다는 측면에서 결정권을 정면에서 부인하는 것이니 장애인권리협약과 양립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취소권 행사, ‘실효성 부족’

 

윤태영 교수는 의사결정 장애인의 보호자들 400명을 대상으로 취소권의 실효성에 대해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우선 취소제도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성년후견하고 한정후견은 다소 필요함과 거의 필요하지 않음이 많았으나 아직 후견을 고려하는 분들은 매우 필요함과 다소 필요함이 많아 후견인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취소권을 중요하게 생각하나 막상 취소권을 가진 분들은 그런 생각이 없음이 나타났다.

또한 집단능력을 고려할 때,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보다 특정후견심판을 받은 사람들이 사회활동을 더 많이 하니 중증장애인들보단 사회생활이 가능한 경증장애인들이 피해에 노출되는 빈도와 강도가 더 많음이 나타났다.

박인환 교수는 “취소제도는 역사적으로 따지면 가문의 경제적 기반을 보호해 판단력이 없는 집안 사람으로부터 가산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라고 설명하며 “근대 민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본인 보호라고 포장된 측면이 있다. 실제로 많은 나라가 취소제도가 있지만, 당사자를 위해 쓰인 적은 거의 없고 당사자의 재산권리권을 박탈하기 위해 이용됐다.”며 취소제도의 실효성이 없음을 설명했다.

 

취소제도는 폐지하되

보완책은 반드시 마련해야

 

윤태영 교수는 “실제로 취소권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분야는 부동산 거래나 보증 등 큰 재산적 피해가 발생하는 분야인데 이는 의사결정 능력에 장애가 있다면 이러한 계약에서는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 심판을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다른 제도, 불공정 거래행위나 사기 등에 의해 무효 또는 취소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으리라 판단된다. 하지만 그 증명이 쉽지 않기에 오히려 증명책임의 전환을 통해 실효성을 보장할 수 있다.”며 “성년후견 및 한정후견에서의 취소권 제도를 없애고, 소송법상 증명책임의 전환 및 소비자 계약 관련 합리적 법제도 등을 구축하면, 후견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사라지게 되는 긍정 효과가 발생한다. 후견심판 여부와 관계없이 의사결정 능력 장애인이 공정한 계약을 할 수 있는 법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면, 후견인은 이러한 제도를 피후견인이 잘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충실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후견제도가 의사결정 지원으로서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인환 교수는 “본인에게 부당한 계약을 했을 때의 문제들을 푸는 것이 과제다. 새로운 대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하며 “이 제도가 가진 가장 어려운 점은 판단력이 아주 부족한 사람들은 사회활동을 하지 않으니 취소 법률관계에 연루될 문제가 없다. 장애가 있지만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시는 분들에게 문제가 생긴다. 대부분 소비자 구제로 인해 구제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 비장애인 소비자도 불이익 거래를 하면 처리가 되는데 장애인들에게 두터운 보호조치를 하는 건 정당하다. 타인이 본인을 구제하는 방식이 아닌 본인이 스스로 권리를 확장해 구제하는 방법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옥필 변호사
서옥필 변호사

 

∎서옥필 변호사는 “비장애인들도 취미활동을 위해 돈을 쓴다. 삼자 입장에선 비장애인들이 돈을 이상하게 써도 후견인이 있어야 할 정도로 생각하지 않는다. 과소비가 문제라고 단정하지 아니한다. 장애인분들도 이런 행위를 했다 할지라도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것에서 제삼자가 판단하는 것이 옳을까? 단지 요건이 안 맞아 취소하는 것이 옳을까?”하고 질문을 하며 “제도 취지 자체가 장애인에게 잔존능력이 있으면 그것을 도와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사실상 제도를 잘 만들어도 실무에서 운영하는 사람이 어떻게 하냐에 따라 정착 여부가 결정된다. 문제가 된 이후에 수습하는 건 복잡한 상황을 초래한다. 법률행위 전에 후견인을 통해 그 사람이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을 보며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하고 물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한국사회의 자본주의 심화와 일정한 모순에 따라 끊임없이 소비자 피해, 금융이용자 피해 등이 발생하고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참에 사기성 부정거래, 불완전 판매, 반사회적 폭리행위, 기만적 상술 등을 근절하고 당사자의 약자적 지위를 악용해 불법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경우에는 징벌적 손배제도까지 도입해 복잡한 현대사회에서의 다층적인 피해를 효과적으로 예방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경 보건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사무관
박은경 보건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사무관

∎박은경 보건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사무관은 “취소제도가 피후견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장치로 구성이 된 것이기에 이를 보완하는 다른 제도를 같이 고민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발달장애인에 대한 공공후견지원 예산은 지금 15억4천만 원으로 증가하고 피후견인수도 250명에서 800명까지 지원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이 연평균 3.6%씩 증가하는 것을 고려할 때 앞으로 그들의 후견인들에 대한 법률적 제도가 많이 필요로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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