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법 무색케 하는 잇따른 장애가족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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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법 무색케 하는 잇따른 장애가족 비극
  • 임우진 국장
  • 승인 2020.06.19 09:24
  • 수정 2020-06-19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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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최근 제주와 광주에서 발달장애 가족이 동반 자살하는 비극이 연이어 발생해 장애인돌봄 문제가 또다시 이슈화되고 있다. 지난 3월 제주에서 발달장애아들과 어머니가 코로나19로 가중된 돌봄부담을 이기지 못해 동반 자살한 데 이어 6월 3일 광주광역시에서도 똑같은 일이 발생하자 발달장애아 부모들이 정부에 ‘발달장애국가책임제’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코로나19로 발달장애인 이용 시설이 모두 휴관한 데 이어 활동지원서비스 연결마저 어렵게 됨으로써 사실상 가족이 모든 돌봄책임을 떠맡아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 같은 돌봄부담이 가중돼 결국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것. 문제는 이 같은 비극을 막아보자고 제정한 발달장애인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발달장애인법)이 2014년 5월 20일 제정되기 바로 직전 해인 2013년에도 비극이 잇따랐다. 2013년 11월 서울 관악구에 사는 40대 아버지가 자폐성 장애아들(17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아버지는 ‘발달장애인을 가족으로 두고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며 ‘아들을 데리고 가니 함께 묻어 달라’는 유서를 남겼다. 그해 10월에도 부산시 기장군에서 40대가 지적장애1급인 아들(7세)과 함께 투신했고 앞서 6월에도 30대가 동반자살을 시도했다 딸을 살해하는 등 발달장애인 가족의 비극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연이은 극단적 사건에 부모들은 천막농성과 삭발식 등을 통해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이끌어 냈었다. 그렇게 어렵사리 제정된 법이 제구실을 못 하고 있는 셈이다.

발달장애는 언어와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의사전달도 어려워 보호자 없이는 일상생활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24시간 도움 없이는 생활이 어려워 가족 중 한 명이 24시간 동안 옆에서 돌봐 주어야 한다. 하루종일 아이에게 매여 있다 보니 사회생활은 물론 경제활동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 발달장애자녀를 돌보느라 자신의 노후준비는 아예 꿈도 꾸지 못하는 게 발달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의 실상이다. 조사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보호자의 우울 정도는, 의심의 척도인 16점을 훨씬 넘어선 19.43점으로 일반인 5.03점의 4배에 달한다. 이 수치는 극단적 행동에 내몰리게 될 수밖에 없는 심리상태를 고스란히 대변해 준다. 가족에게만 떠넘길 게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돌보고 지원해야 하는 이유다.

보건복지부가 ‘2019년 사회서비스 수요공급 실태조사’ 결과만 봐도 장애인돌봄 문제가 한 가정의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큰 문제인지 간접적으로나마 짐작해 볼 수 있다. 사회서비스 이용에 대한 실태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61.4%는 서비스 욕구(6점 만점)가 5점 이상 충족됐다고 응답했는데, 장애인돌봄서비스가 93.6%로 가장 높은 충족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만큼 발달장애인 가정에서 장애자녀의 돌봄지원은 절박한 실정이다. 그런데, 이를 모를 리 없는 정부가 3차 추경안 편성에서 코로나19로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이유를 들어 청소년발달장애인 방과 후 활동서비스 예산 100억 원을 삭감했다, 감염병 위기 상황을 고려해 지원예산을 늘려도 모자랄 판에 이래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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