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작가들만을 위한 작업장과 전문 매니저가 따로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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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작가들만을 위한 작업장과 전문 매니저가 따로 있었으면…”
  • 배재민 기자
  • 승인 2020.06.16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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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래 발달장애화가 & 어머니 문성자 씨

본지는 발달장애인 청년들의 예술활동을 응원하고 그들의 작품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됨으로써 장애인예술의 이해와 대중화를 이루기 위한 특별한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에 전시회 ‘발달장애인 청년작가전2020: 보고…다시 보고’에 참여했던 19세부터 34세 발달장애인 청년작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작품을 통해 담아내고자 하는 세계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그 첫번째로 이번 호에서는 꽃과, 동물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들로 동화적인 분위기로 재구성 하는 매력적인 작품의 주인공 이다래 화가를 만나보기로 하자. - 차미경, 배재민 기자 

 

이다래 화가는 장애예술계에서 50대 이상의 원로작가들로 구성된 초대작가들 사이 유일하게 20대에 초대작가가 된 화가이자 국회부의장 상, 장관상 등 대통령상을 제외한 미술계의 유명한 상은 다 받은 작가다.

그는 꽃, 동물 등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들을 밝고 화려한 색들을 사용해 동화적인 분위기로 재구성한다. 다양한 색들과 오밀조밀 많은 오브제가 화폭 안에 담겼지만 산만하거나 난잡하지 않고 그녀만의 독특한 구도 설정과 색 배열로 따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다래 작가의 어머니인 문성자 씨는 이다래 작가의 미술 감각은 어릴 때부터 두각을 드러냈다고 말한다.

“언어 능력이 부족하니 4-5살쯤 치유목적으로 심리미술을 시작했다. 그때 선생님이 다래의 색감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6-7살이 될 무렵부터 정식으로 미술을 시작했다.”

눈 내리는 숲속. 80x101cm, 캔버스에 아크릴, 2018
눈 내리는 숲속. 80x101cm, 캔버스에 아크릴, 2018

 

이 작가의 색깔을 다루는 감각은 그녀를 지도한 모든 미술 선생님들이 인정한 재능이다. “색을 따로 가르치지 않았다. 물감을 사용하면 처음 배우는 것이 물감을 섞어 색을 내는 것이고 다양한 색을 섞어 새로운 색을 만드는 것은 저학년 아이들이 어려워한다. 하지만 선생님이 다래는 가르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다래도 자기 혼자 스스로 색을 창조했다. 이것은 타고난 것이라고 들었다.”

또한 이다래 작가를 가르친 선생님들은 그의 화풍에 간섭하지 않으며 화풍이 가진 장점만을 살리는 교육을 진행했다. “선생님들은 다래의 그림을 그대로 따라갔다. 고치라는 것, 어드바이스가 없었다. 다래의 선이 워낙 곱고 색이 개성적이기에 어떤 선생님이 와도 그것을 고치려 하지 않고 발전하는 방향으로 지도를 했다.”

부엉이와 등불. 72.7x60.6cm, 캔버스에 아크릴, 2018
부엉이와 등불. 72.7x60.6cm, 캔버스에 아크릴, 2018

 

문성자 씨는 이어 자신이 이해하지 못했던 이다래 작가의 시선이 미술에선 큰 장점이 된다는 것을 다양한 전문가들의 증언을 통해 알게 되었다. “중학교 때 성신여대 총장상을 받은 작품은 신발 그림이었다. 다들 신발을 똑같은 모양으로 그리는데 다래만 신발을 뒤집어서 그렸다. 나는 왜 다래가 안 이쁘게 신발을 그릴까 생각했는데 미술 선생님들은 이게 다래의 제일 큰 장점이라고 말해 줬다. 다래는 우리가 봤을 때 별로라고 생각하는 장소나 물건도 사진을 찍어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원래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색깔도 다래의 취향으로 바꾼다. 꽃을 보고 그리는데 다른 꽃이 나온다. ‘선생님들께 다래는 왜 보는 대로 그리지 않을까요?’ 하고 물어 보니 ‘똑같이 그린 걸 볼 거면 사진을 보는 게 낫겠지요’라고 대답하더라. 미술은 잘 모를지만 이해가 되었다.”

이다래 작가의 그림을 그리는 방식은 화풍은 다르지만, 인상주의 화가 고갱의 그것과 비슷하다. 우선 사물을 보고 작업실로 들어와 자신의 기억을 재구성해서 자신의 감정에 따른 색으로 그림을 표현한다. 실제로 기자가 본 이다래 작가는 작업실에서 흔한 레퍼런스(참고) 없이 자신의 기억만으로 캔버스에 색을 채우고 있었다. 그의 그림들은 자신의 주관이 그대로 반영되는 솔직한 작품처럼 느껴졌다.

작업에 집중하는 이다래 작가

 

기자가 본 이다래 작가의 집중력은 정말 놀라웠다. 어머니인 문성자 씨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그림에 집중했다. 기사에 들어갈 작가의 사진을 찍을 때도 이다래 작가의 눈은 작업중인 캔버스를 향하고 있었다. “다래는 집중력으로 졸업작품 심사 때 단 한 번도 반려당하지 않고 모든 심사를 한꺼번에 통과했다. 보통 학생들은 졸업작품을 그리더라도 장시간 집중을 어려워하던데 다래는 죽기 살기로 그렸다. 그래서 교수님들이 다래를 좋아했다. 그리고 교수님이 다른 학생들에게 ‘너네가 다래처럼만 하면 사회에 나가서 무엇을 해도 잘 될 것이다.’라고까지 말했다.”

그림을 그리는 이다래 작가를 보면 세상에 그와 그림 도구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문성자 씨는 그림은 이다래 작가의 ‘유일한 친구’라고 말했다. “그림은 다래의 친구이자 놀이이고 취미다. 대화를 잘하지 못해 그림을 그리며 혼자 중얼거리고 음악을 듣는다. 사실 사람을 잘 못 만나고 그림만 그리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도 있다. 그래서 전시를 많이 다니고 시간이 나면 여행도 자주 가려고 한다.”

빛으로 가득 찬 방. 91x116.7cm, 캔버스에 아크릴, 2020
빛으로 가득 찬 방. 91x116.7cm, 캔버스에 아크릴, 2020

 

문성자 씨의 모든 말에서 이다래 작가를 향한 애정이 묻어 나왔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이 딸의 작품들을 관리하는 것에 대해 힘이 부치는 듯이 토로하며 발달장애예술가들을 위한 전문적인 매니징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발달장애작가들만을 위한 작업장이 있고 이들을 관리할 전문적인 매니저가 따로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엄마들이 케어하기엔 힘든 면이 많다. 이 큰 작품들을 옮기고 관리하는 것도 일이다. 일 년에 15번에서 20번 정도 그림을 전시에 보냈다 받았다 하면 위치도 파악하기 힘들다. 다른 분들은 다래 같은 아이들이 많이 모여 한꺼번에 관리될 수 있으면 우리가 갤러리나 예술관에 다가가는 게 아닌, 그들이 다가오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더라. 해외전시도 더 쉬워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다래 작가의 작품들은 작가의 시선과 경험이 온전히 반영되기에 솔직하다. 심지어 이다래 작가는 아직 27살밖에 되지 않았다. 그가 접할 미래의 경험들은 다시 오롯이 그녀의 작품에 투영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다래 작가의 작품은 시간이 갈수록 변화하고 진화한다. 벌써부터 이다래 작가가 새롭게 그릴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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