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등 관광약자를 위한 무장애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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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등 관광약자를 위한 무장애 관광
  • 김찬중 본부장/어뮤즈트래블
  • 승인 2020.06.05 09:29
  • 수정 2020-06-09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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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어뮤즈트래블 면접을 보는 순간까지도 장애인 등 관광약자를 위한 전문 여행사라는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단지 나라는 사람은 어떤 누구에게도 즐거운 여행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 하나로 대표님을 만났고 인턴으로 시작하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부담 없이 장애인 여행시장이라는 곳에 뛰어들 수 있었다. 첫 출근부터 현장으로 투입되었다. 서울 소재의 지체장애인단체와 함께 당일 여행을 진행했는데 처음 시작하는 순간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충격이 가시지를 않았다. 아침에 약속된 집결지에 도착하니 여러 대의 전동휠체어들이 버스에 승차하고자 대기하고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세상을 만나는 새로운 순간임과 동시에 엄청난 두려움이 몰려왔던 순간이었다. 휠체어에 그대로 착석한 채로 탑승을 할 수 있는 버스도 처음 봤다. 좋은 풍경을 보여드리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 이전에 이분들과 오늘 하루 제대로 된 식사라도 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 그때의 내 머릿속에 빙빙 맴돌았던 것 같다. 투어가 진행되는 내내 단 1초도 긴장을 풀지 못했고 투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웬만한 각오가 아니면 시작도 하지 말자고 내 마음을 다잡고 또 다잡았다.

모든 게 낯설었던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셨던 첫 투어를 시작으로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이제 나는 장애인, 관광약자들을 위한 전문적인 여행을 개발하고 있다. 현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않으면 안전은 물론 재미있고 흥미로운 프로그램은 물론 최상의 서비스를 당연히 받아야 하는 고객이 오히려 인솔자의 눈치를 보거나 위로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는 것을 이제는 나뿐만 아니라 우리 회사 전 직원이 뼛속 깊이 알고 있다. 다수의 여행사가 여행상품을 기획하는 오퍼레이터를 비롯한 사무팀과 인솔 및 가이드를 책임지는 현장팀으로 이분되어 진행된다면 우리는 기획자가 곧 현장 인솔인력이 되어야만 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대처가 가능해야 하고 여행지 상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돌발상황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장애 관광에 대해서 우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조사하고 상품을 개발한다. 첫 번째로는 정량적인 데이터이다. 2019년 좋은 기회를 얻어 서울, 경기 지역의 BF(Barrier Free, 무장애), UD(Universal Design, 유니버설 디자인) 전문가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30여 곳의 관광지를 조사하여 무장애 관광 지도를 만드는 사업을 수행한 적이 있다. 이후부터는 관광지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식사, 간식, 체험 등 모든 일정의 동선을 파악하고 우리만의 정량적 지표로 접근성에 대한 검토를 우선으로 한다.

두 번째로 직원들이 직접 수동휠체어를 이용해서 시뮬레이션도 해보고 장애인 유튜버 또는 다녀온 경험이 있는 분들의 의견을 정성적으로 취합하여 접근성에 대한 정보를 지속해서 업데이트한다. 정량적으로 전체적인 접근성에 대한 정보를 취득할 수는 있지만, 개개인이 느끼는 불편함이나 개선사항에 대해서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보를 취합하는 것이 더욱 안전하고 고객만족도가 높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위의 사전 조사가 완료되면 우리는 대상자 중심의 체험상품을 개발 고도화시킨다. 이에 우리는 장애인단체 혹은 한 명의 개인이 의뢰하더라도 고객의 관광욕구를 충분히 끌어내고 한분 한분 요구조건에 맞추어 맞춤여행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아직 부족한 환경을 가지고 있는 곳들이 많이 있지만 다양한 접근 방법으로 다가서야 근본적인 환경이 해결된다는 것을 익히 보아 왔기 때문이다. 실례로 유명 숙박시설에서 처음에는 장애인단체가 오는 것에 대해서 걱정과 우려로 인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었다. 하지만 수차례 방문하고 실제로 현장에서 마주하다 보니 결국엔 하나하나 시설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여러 관광지와 숙박시설 등에서 먼저 접근하여 같이 고민하는 예도 많다.

무장애 관광은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고, 개선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바꾸는 힘은 거시적으로 장애인, 관광약자가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은 관광주체라고 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제는 장애인이라고 한정적인 장소만 방문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접근성은 물론이고 관광을 주체인 고객의 요구에 맞는 식사부터 체험까지 맞춤형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욕구는 개인에 맞추어 점점 세밀해지고 구체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가 현재 상품을 개발할 때 풀 컨시어지 서비스 즉, 개별 맞춤형 여행으로 진행하는 이유도 이러한 이유다.

칼럼을 쓰는 오늘까지 약 6,000명의 장애인, 관광약자를 대상으로 한 여행상품을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알게 되고 고객님들과 함께하면서 참 많이 배운다. 여행지에 갈 때마다 접근성에 대한 고민과 체험요소에 대해 접근할 수 있도록 항상 방법을 찾아낸다.

짧은 글을 마무리하려고 보니 무장애 관광에 대해 깊이 있는 내용을 쓰지 못하고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어리광만 가득한 것 같다. 다시 한번 칼럼을 쓸 기회가 된다면 고객님들과 함께 방문했었던 여행지와 에피소드 그리고 앞으로 방문하게 될 여행지, 체험상품들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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