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운전면허 취득’ 문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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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운전면허 취득’ 문 열려있다
  • 배재민 기자
  • 승인 2020.05.08 13:15
  • 수정 2020-05-08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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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기준 우리 국민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는 3264만9584명으로 나타났다. 이중 장애인 운전면허 소지자 수는 15만298명으로 1퍼센트도 되지 않는다고 경찰청은 밝혔다.

지난 4월 14일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의 후속 조치 중 하나로 ‘도로교통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심의·의결하며 도로교통공단 장애인운전지원센터의 무료 운전교육 지원대상을 기존 1~4등급 장애인에서 전체 장애인으로 확대했다.

무료 운전교육은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현재 장애인 운전면허 소지자 수는 적지만 이로 인해 점점 늘어갈 것으로 본다.이에 본지는 장애인들의 운전면허 취득 과정과 장애인운전지원센터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 배재민 기자

 

장애인 누구나 운전교육 ‘무료’…면허취득 도전해 볼만

 

운전교육에서 면허취득까지

개인맞춤형으로 원스톱 서비스

 

∎장애인운전지원센터란?

장애인운전지원센터는 도로교통공단, 경찰청, 국립재활원 세 기관의 업무협약으로 설립돼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장애인의 자동차 운전면허 취득을 지원해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과 자립능력 향상을 돕고 있다.

부산남부시험장이 2013년 처음 설립되었으며 이후 지역의 접근성과 형평성 등을 고려해 현재는 전남, 용인, 강서, 대전, 대구, 인천, 전북 등 총 8곳에서 운영 중이다.

장애인운전지원센터는 신체검사 및 운전면허 적합 여부를 상담하고 평가하며 이를 통해 개인맞춤형으로 장애유형에 알맞은 안전교육과 차량개조를 조언한다.

학과 2시간, 기능 4시간, 도로주행 10시간, 도합 16시간 교육이 무료로 제공되며 응시수수료만 지불하면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또한 모든 과정에는 장애전문 교육강사와 특수 제작된 차량을 갖춰 운전교육에서 면허취득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원스톱(One-Stop) 서비스로 제공한다.

접수는 장애인복지카드 및 신분증을 지참해 운전지원센터 방문 후 상담하고 교육접수(상시)를 하면 된다.

좌측부터 인천장애인운전지원센터 박예빈 업무보조, 송상용 센터장, 손효승 작업치료사, 이우근 도로교통공단 면허지원부 차장

 

장애인들 면허취득 돕는

인천장애인운전지원센터

 

∎인천장애인운전지원센터

인천장애인운전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는 인천시 남동구 아암대로 1247에 위치한 인천운전면허시험장 1층에 자리잡고 있다.

2018년 4월에 개소해 2018년엔 79명, 2019년엔 155명, 도합 234명의 장애인들이 이곳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운전면허 교육을 신청하는 방법은 쉽다. 장애인등록증을 가지고 센터에 가기만 하면 된다. 전화로도 상담이 가능하다. 직원들이 모두 수어가 가능하기에 청각장애인들은 따로 수어통역사를 대동하지 않아도 된다.

지원센터의 직원은 송상용 센터장, 손효승 작업치료사, 박예빈 업무보조 등 세 명이다. 특히 송상용 센터장과 손효승 작업치료사는 운전강사도 겸하고 있다.

이들은 불철주야 자신의 쉬는 시간을 할애해서까지 장애인들의 면허취득을 위해 힘쓰고 있다.

 

7월부터 모든 장애인으로

확대되면 교육생은 늘고

교육시간은 짧아질 것

 

인천장애인운전지원센터의 담당자들은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무료 운전교육 지원 대상의 확대 정책에 대해 좋은 정책이라며 긍정했다. 하지만 좋은 정책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잘 되지는 않는다.

2019년, 지원센터는 단 두 명의 강사로 155명 장애인들의 면허취득을 도왔다. 그중 중증이 123명, 경증이 32명이다. 무료 운전교육 지원대상이 확대되면 경증장애인의 교육 신청은 분명 늘 것이다.

특히 중증장애인은 경증에 비해 교육시간이 훨씬 길다. 지원대상이 모든 장애인으로 확대되면 교육생은 늘고 교육시간은 짧아질 것이고 대기 기간은 길어진다.

면허취득을 위해 정해진 시간이 있는데 대기자들은 늘어나니 중증장애인들 중 수료를 못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지원센터 측은 “5월 6일 교육을 신청한 사람이 7월 초에 교육이 잡혔다. 6월에 접수해도 8월로 밀린다. 7월 1일, 무료교육이 전체 장애인으로 확대되면 첫 번째로 접수를 한 교육생은 빨라도 8월 말에 교육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되는 부분을 설명하며 “우리는 이것에 대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인력을 충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개인회사가 아니기에 인력을 뽑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기획예산처에 배정을 받으려면 일 년 전에 계획을 올려야 한다. 또한 수요 예측이 제대로 집계되는 것은 7월이다.”며 “우리는 7월에 시행되는 무료교육을 우선 시범단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원센터는 대응책으로 내부 논의 결과 작업치료사협회와 업무협약을 맺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작업치료사협회의 학생들은 수업의 일환으로 지원센터의 장애인 교육생들과 접촉하며 실무 경험을 배우고, 지원센터의 강사들은 더 자신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협약이다. 협약은 곧 이루어질 것이다.

 

자동차 구조변경 하거나

각종 운전보조장치 등 사용

∎장애인운전보조장치는 무엇이 있을까?

장애인들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신체를 보조해 주기 위해 자동차의 구조를 변경하거나 의수, 의족, 보청기 등 보조수단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그래서 운전보조장치는 각 장애인들마다 다르며 이는 의수와 의족같이 그들의 신체 일부라고 볼 수 있다.

 

핸드컨트롤러

핸드콘트롤러는 다리로 가속페달이나 브레이크를 사용하기 어려운 운전자가 손으로 조작하기 위해 만들어진 보조장치다.

상하 작동식과 전후 작동식이 있으며 왼쪽과 오른쪽에 설치하는 방식은 다르나 역할은 같다.

핸드콘트롤러에는 좌·우측 방향지시기와 경음기, 비상, 정지 등 기능이 포함되어 있으며 브레이크를 오랫동안 걸어 놓을 수 있는 록 장치도 있다.

 

핸들선회장치

핸들선회장치는 한쪽 손이 절단되거나 핸드콘트롤러 사용자 등 한 손으로 운전대를 조작해야 하는 운전자를 위한 보조기구다.

또한 척추손상 등 다른 장애를 가진 장애인들을 위해 다양한 유형의 선회장치가 있다.

 

좌측가속페달

좌측가속페달은 오른쪽 다리에 장애가 있는 운전자가 왼쪽 다리로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게 도와준다. 고정식과 탈부착식이 있으며 오른 다리에 장애가 있거나, 절단 혹은 편마비 장애를 가진 운전자가 주로 이용한다.

 

버튼식기어변속장치

버튼식기어변속장치는 기존의 기어를 조작하기 힘든 운전자가 쉽게 기어를 변경할 수 있도록 버튼식으로 만들어졌다. 간단하게 조작이 가능해서 요즘엔 비장애인들이 타는 자동차에도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청각장애인 차량용 스티커

청각장애인 운전자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54조에 의거해 차량용 스티커를 차량 후면 좌측 상단 유리에 후방에서 오는 차량이 볼 수 있도록 부착해야 한다.

인터뷰

 

“운전면허 딴 지금 어디든 갈 수 있는 새 다리 생겨”

이용수(가명)/운전면허 교습생

 

이용수 씨(44세, 소아마비, 가명)는 운전면허시험에 한 번에 합격했다며 인터뷰 내내 쾌활했다. “교통은 다리와 마찬가지입니다. 운전면허를 따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 인천에 장애인운전지원센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인천에 사니 바로 등록했습니다. 만약 장애인운전지원센터라는 존재를 몰랐으면 면허를 따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이용수 씨는 한 번에 면허시험에 합격한 비결로 ‘집중’을 꼽으며 이런 집중을 할 수 있게 해준 센터 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사전에 자주 내방했습니다. 아무래도 면허를 딴다는 게 처음 도전해 보는 일이다 보니 강사님들에게 많이 물어봤습니다. 귀찮을 수도 있었을 텐데, 쉬어야 할 시간에도 너무나 성심성의껏 답변해 주어서 감사했습니다. 강사님들 때문에 힘든 점들이 많이 채워졌다.”

기자는 이어서 운전을 배우면서 힘들었던 점을 물어보았다. 이용수 씨는 두 가지의 힘든 점을 이야기했다. 하나는 장애인 접근성에 관한 문제 다른 하나는 개인의 문제였다.

“면허시험장에 오려면 버스를 타야 하는데 접근성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장애인들을 위한 셔틀이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며 “또한 장애인운전지원센터는 인천운전면허시험장 안에 있는데 1층은 장애인들을 위해 난간이라든가 장애인 접근성이 잘되어 있지만 엘리베이터가 없어 2-3층 올라가기가 힘듭니다.”라며 개선해야 할 점을 짚었다.

이어서 “왼쪽 다리에 장애가 있다 보니 오래 앉아 있는 게 힘듭니다. 자동차 관련 매뉴얼은 대한민국 운전자 모두를 위한 것인데 저 하나를 위해 바꿀 수 없으니 결국 제가 극복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또한 저 스스로 운전을 하기 위해선 각오를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계속 노력하고 최대한 FM대로 했습니다.”

이용수 씨는 인터뷰 초반 “교통은 다리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운전면허를 딴 지금 그에겐 어디든 갈 수 있는 새로운 다리가 생겼다. 하지만 그는 아직 자신의 새 다리를 좀 더 공부하고 싶어 했다.

“전 아직 초보입니다. 이론, 법규, 준수사항 등 이런 자동차 관련 공부를 더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내공이 쌓였을 때 기회가 된다면 여자친구를 사귀어서 남들도 다가는 동해안 바닷가에 드라이브를 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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