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vs 분리.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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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vs 분리.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김광백/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 승인 2020.05.08 09:24
  • 수정 2020-05-08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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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고문에서는 서울의 서진특수학교에 맞추어 몇 가지 당부를 적어보았습니다. 특수학교를 다니는 장애학생과 부모, 학교 구성원의 입장에서는 필자의 입장이 억울하거나, 과도하다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필자의 입장을 다른 의견으로 받아들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번 기고문은 한 걸음 더 나가고 싶습니다. 필자는 장애학생의 사회통합과 더 나은 교육권 확보를 위해서 장기적으로 특수학교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부는 2017년 12월에 ‘제5차 특수교육 5개년(2018~2022년) 계획(이하 제5차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교육부는 세 가지 주요 과제로 2022년까지 특수학교 22교 이상, 특수학급 1250학급 신설 및 특수교사 확충, 통합교육 내실화를 위해 장애유형별 거점지원센터와 치료지원전담팀 운영, 국가 장애인 평생교육 지원체제 구축 및 교육부 특수교육 전담조직 확대를 주요한 세 가지 과제로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제들은 생애단계별 맞춤형 교육으로 특수교육 대상자의 성공적 사회통합 실현의 비전을 지향하고 있다고 밝히며 분명하게 ‘사회통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특수학교 확대와 장애학생의 사회통합은 과연 공존할 수 있는 정책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장애운동 진영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해 몇 가지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장애인의 탈시설과 자립생활 운동입니다. 장애인거주시설 폐쇄 정책의 필요성과 관련한 논쟁은 차치하고, 저의 주장은 거주시설이 장애인의 지역사회 분리를 정당화하는 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거주하기 위해 집을 구합니다. 그런데 많은 비장애인은 장애인에게 적합한 시설이 있는데 왜 여기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합니다. 그리고 사회복지 공무원들도 비슷한 생각들을 합니다. 장애인에게 안전한 거주시설이 있는데, 힘들게 자립생활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합니다. 즉 장애인거주시설은 장애인에게 적합한 거주 공간으로 인식을 만들어 주고, 더 나아가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을 방해하는 것입니다. 거주시설이 없다면, 장애인이 사는 곳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하겠지만, 거주시설의 존재는 어떻게 해서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만한 우리들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방해물입니다.

이런 문제의식들을 특수학교로 옮겨보겠습니다. 고프만이라는 학자가 있습니다. 그는 시설에 대한 정의를 시설과 외부 사이에 존재하는 장벽, 특히 ‘탈출을 가로막는 장벽’이라고 설명합니다. 그의 정의를 학교 교육에 적용해 보면, 특수학교는 일반교육이라는 외부 사이에 존재하는 장벽입니다. 그리고 특수학교에 입학 혹은 전학하는 학생은 대부분 졸업하기 전에는 일반학교로 입학 혹은 전학을 거의 하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이런 점에서 특수학교는 ‘시설’로서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통합교육 현장에서는 어려운 행동이 많은 장애학생을 대하는 경우 특수학교로의 전학 권유가 일반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특수학교는 ‘시설’로의 이미지를 갖습니다. (장애학생이 특수학교를 다니는…다닐 수밖에 없는…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열악한 통합교육의 현장, 장애에 대한 교사들의 낮은 인식, 편의시설 및 관련 서비스의 부재 등이 대표적일 것입니다.)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통합교육 이념을 강조할 때 빠지지 않은 이론이 울펜스버그의 정상화(nomalization) 이념입니다. 그는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통 사람들과 유사한 일상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잠시 그의 주장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사회서비스와 정상화 이론(1972)」이라는 책에서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위해서 ‘가능한 한 문화적으로 일반적인 개인의 행동과 특성들을 만들어 가거나 유지하기 위해 가능한 문화적으로 일반적인 수단들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이의 적용을 위해서 장애인이 이용한 시설은 지역사회와 접근성, 소규모화, 기능의 분리, 전문성, 각 서비스별로의 연속성을 강조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직업, 주거지원, 교육 등에 적용합니다.

울펜스버그의 정상화 이론을 교육에 적용하면 이렇습니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 가능한 공간은 어디일까요? 지역사회로부터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특수학교보다 일반학교가 장애학생의 교육에 더 적절한 공간입니다. 그리고 많은 인원이 재학하는 특수학교는 지역사회가 통합을 감당하기 힘든 환경입니다. 즉 특수학교는 지역사회 활용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장애인거주시설의 소규모화 추진은 이런 맥락에서입니다. 그리고 학교는 연령별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유치원은 저연령의 학생에 적절한 교육환경을 구성합니다. 초등학교는 그 나이에 맞게끔 학교 환경이 구성되어 있고, 동선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모두 각자 나름의 환경을 갖기에 따로따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특수학교는 유초중고등학교가 한 학교에 구성되어 있으면서, 결국 어떤 연령도 만족하기 힘든 교육환경을 갖습니다. 오로지 ‘안전’만을 강조된 교육환경에서는 장애학생의 사회통합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이런 이론의 적용 결과로 서구사회는 1970년대부터 통합교육이 강조되었고, 지금은 법적으로 강제되고 있습니다. 2016년 미국 교육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특수교육 대상 장애학생의 94.7%가 일반학급에서 교육을 받는다고 합니다. 미국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 서구사회는 장애인의 통합교육을 ‘당연함’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특수학교로의 분리는 마지막 선택이지요. 1970년대 미국이 2020년의 우리나라보다 예산과 인력이 충분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통합교육은 선택이 아닌 당연함과 권리로서 이해하려는 국가와 사회 노력의 결과입니다.

저는 교육부의 특수교육 5개년 발전계획을 비판하였습니다. 이는 장애인의 사회통합과 거리가 먼 정책들이 나열되었기 때문입니다. 성인기 장애학생의 삶은 어떠해야 할까요? 장애라는 이유로 지역사회로부터 분리된 시설이어야 할까요? 아니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한 시민이어야 할까요? 지역사회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장애인의 사회통합은 선택이 아닙니다. 교육부는 장애학생과 부모에게 통합이냐, 분리냐를 선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특수학교를 없애는 것과 함께 통합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함께 병행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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