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도 여행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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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도 여행 가고 싶다
  • 배재민 기자
  • 승인 2020.04.27 14:43
  • 수정 2020-04-27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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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새로운 세계를 오롯이 자신의 몸으로 접하는 체험이며 경험의 확장이다. 휴가철, 잠시나마 새로운 곳으로 떠나기 위해 열심히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도 부기지수다. 그만큼 여행은 우리 삶의 활력의 요소가 된다.

2018년 국민여행조사에 의하면 한국인의 여행경험률은 89.2%로 나타났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여행경험률은 9.2%밖에 되지 않는다. 91.8%의 장애인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에서 지낸다는 뜻이다.

이에 본지는 한국 장애인들의 객관적 여행실태와 어떻게 장애인 여행문화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한국관광공사의 실태조사 및 장애인 전문 여행사 ‘어뮤즈트래블’의 오서연 대표, 김찬중 본부장과 인터뷰 등을 통해 장애인들의 여행 사례를 중심으로 문제점 및 개선방안들을 알아보고자 한다. - 배재민 기자

<사진제공 =어뮤즈트래블> 

 

무엇이 장애인들의 발을 묶어 놓았는가?

 

초기 가톨릭 교부 아우구스티누스는 “여행하지 않는 사람에겐 이 세상은 한 페이지만 읽은 책과 같다.”고 말했으며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는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여행은 권태로운 삶의 활력이며, 새로운 체험을 경험하게 해주는 수단이다. 이는 장애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한국관광공사의 2014년도 조사인 ‘장애물 없는 관광환경 조성을 위한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에서 장애인의 관광 참여 동기를 5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 관광활동에 참여하고자 하는 동기는 평균 3.84점으로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새로운 곳을 보고 체험하고 싶어서는 3.94점, 자연을 보고 싶어서가 3.93점, 휴식과 건강함을 즐기고 싶어서가 3.92점, 자유를 느끼고 재미를 느끼고 싶어서가 3.90점을 기록했으며 가장 낮은 동기가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어서(3.51점)이다.

2010년도의 연구를 보면 장애인들이 가장 많이 참여하는 문화 및 여가활동은 ‘영화감상’이지만 가장 참여하고 싶은 문화 및 여가활동으로는 ‘여행’, ‘영화관람’, ‘공연예술 관람’ 등을 꼽으며 정적인 여가활동보다 동적인 여가활동을 선호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동적인 활동을 선호하나 현실의 제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정적인 활동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장애인 관광지 전체적으로 미흡

 

한국관광공사의 2015년 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내 500개 관광지 중 관광 취약계층이 접근하기에 전반적으로 양호한 관광지는 9개(1.8%)에 불과했으며, 보통 수준이 446개(89.2%), 미흡 수준이 45개(9%)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자연관광이나 역사문화 관광지보다 시설자원 관광지 비중이 높은 것과 관광 취약계층이 접근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관광지가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조사된 항목 중 여행지 중 ‘출입구’가 양호하다는 비율이 58%가 나왔는데 이는 경사로 설치 여부가 포함된 결과이며, 장애인화장실의 양호 수준은 2%에 불과하다. ‘장애인주차장’은 양호 17.4%로 나타났다.

이에 어뮤즈트래블 김찬중 본부장은 “발간된 보고서의 기준에만 맞춘다면 사실 모든 여행지가 기준 미달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지 말라고 할 수 없다. 관광지에 발전이나 변화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가 운영하는 시설들이 좀 잘되어 있는 편이다. 장애인들이 오면 자리를 빼준다든가, 불편한 점을 개선하려고 하며 접근 가능한 관광지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제는 더 나아가서 그 안에서 많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콘텐츠 개발이 되어야 한다. 매일 가도 똑같기보단 매일 갔을 때 여러 가지를 즐길 수 있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좌측부터 어뮤즈트래블 오서연 대표, 김찬중 본부장

 

장애인 여행의 공통적 어려움

정보접근 재한-편의시설 부족

가장 큰 문제는 장애인식개선

 

장애인들이 여행 중 공통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정보접근 제한 △편의시설 부족 △인식개선으로 파악되었다.

우선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다르게 사전에 필요한 여행정보를 파악해야 하는데, 특히 휠체어 장애인의 경우 관광지나 이동, 숙박 관련 정보를 구할 수 있는 곳은 한정적이다.

편의시설 또한 비장애인 중심이어서 여행지에 대한 접근 가능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누구나 쉽게 접근해야 하는 대중교통 시설에서도 불편함이 제기되는 현실이다. 관광지에 접근해서도 주변 시설물을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인식개선이다. 아직 장애라는 다름을 이해하지 못한 비장애인들의 시선은 여전히 존재하며 이러한 시선은 여행은커녕 외출도 어렵게 만든다. 여행을 가서 이런 시선을 느끼면 즐기기는커녕 장애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인식에 미안한 마음에 휩싸이게 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비장애인들의 장애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해외에서 여행을 한 어느 장애인 관광객은 “호주공항에 딱 도착했는데 장애인이라고 특별히 차별하지 않고 다 똑같이 대해요. 그래서 호주 같은 경우는 장애인 인식이 개선되어 있어 다닐 때 쳐다보는 사람이 없어요. 장애인이 버스를 타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다 자리를 자발적으로 일어나요.”라고 대답했다.

김찬중 본부장은 해외 관광지와 한국 관광지의 차이를 들어 설명했다. “가장 큰 차이는 관광지의 활용이다. 일본 같은 경우는 활용을 굉장히 잘한다. 우리나라는 좋은 관광자원이 많은데 미흡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유럽의 경우는 역사를 훼손하면서까지 관광지를 변경하는 혹은 배리어프리를 적용하는 것에 관해 토론이 벌어진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인식이다. 관광지를 함께 이용하는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에게 가지는 인식, 이 인식 때문에 편함과 불편함이 갈린다. 인식이 개선되면 콘텐츠 이용엔 차이가 없으리라 본다.”

오서연 대표는 인식개선을 위해선 장애인들이 꾸준히 밖으로 나가 자신들도 소비의 주체라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들이 탈 수 있는 기구와 탈 수 없는 기구를 나누는 것, 안 되는 것을 개선하는 것이 아닌 장애인분들을 최대한 눈에 띄게 하고 소비자로 인식시키고 거리감을 좁히는 콘셉으로 (장애인여행 가이드를) 잡았다. 그렇게 두세 번 가기 시작하니 지금은 장애인분들이 가면 자리를 배정해 준다. 인프라를 새로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닌 장애인분들을 노출해 기존의 인프라에서 할 수 있는 요소들을 이끄는 것이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그래도 많이 나아졌다. 처음 유람선을 탔을 땐 발달장애인 친구들을 보면 비장애인 가족들이 놀라서 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비장애인 가족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친구처럼 대화도 나눈다. 예전처럼 거부감을 보이지 않고 장애에 대해 많이 이해하는 모습이 보인다. 2019년도부터 특히 이런 긍정적 변화가 많이 보인다. 2016년에 처음 어뮤즈트래블을 시작할 때에는 여행지에 장애인 관광객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작년 기점으로 장애인 가족들이 관광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아직 모든 장애인이 체감하진 못하고 여전히 부족하지만, 많이 발전한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장애인분들이 더 자주 나오고 굳이 비싼 걸 사지 않더라도 소비의 주체로 활동하고,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불편한 점을 서로 이해한다면 충분히 개선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사진제공 =어뮤즈트래블> 

 

장애인 여행, 나아갈 방향

가능하게 하는 것이 목표

 

많이 나아지고 있긴 하나, 여전히 한국에서 장애인들의 여행은 쉽지 않다. 김찬중 본부장은 관광지들이 장애인들의 수요예측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예로 들며 어뮤즈트래블의 방향을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여행이 가능한 곳을 찾아 섭외했다면 이제는 가능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관광지도 이익을 추구한다. 무장애 관광지의 편의시설, 베리어프리를 만들 때는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 많은 관광지에선 만65세 이상의 사람들, 혹은 장애인들은 등록증만 보여주면 무료 매표가 된다. 이게 수혜처럼 보이지만 다른 의미론 수요예측을 하지 않는 것이다. 수요예측이 안 되기에 콘텐츠를 구상할 수 없고 장애인들이 많이 오면 콘텐츠가 팔린다고 보고를 하지 못한다. 그래서 장애인이 아닌 다른 수익에 집중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부분을 우리 회사가 만들어 역으로 제안하는 것을 생각 중이다. 대다수는 장애인 고객들이 배제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들을 양지로 끌어내서 활발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그 자체로 많은 관광상품이 개발되고 인프라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하는 관광상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오서연 대표는 한국 관광지의 장점과 개선점에 관해 이야기했다. “할인을 적용하고 복지기금을 이용해 조금 더 장애인의 여행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두드러진다. 정부 중심하에 지원, 할인 등 제도가 늘어나면 많은 분이 움직이기 좋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 인프라들의 활용을 잘하지 못한다. 편의시설, 화장실 같은 경우는 잠겨 있거나 창고로 쓰는 경우가 많다. 개선하려면 우리가 많이 활용해야 한다. 두드리면 바뀔 것이다. 기존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 이게 개선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장애인 여가활동 증진을 위한 국내외 여행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에 의하면 “접근 가능한 관광은 책임 관광의 차원에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관광 참여에 대한 권리보장과 관광경쟁력 강화와 경제적 효과 추구를 위해 필요하다. 즉, 장애인 관광은 장애인의 재활을 촉진하고, 사회로부터 배제된 일상의 삶을 개선할 수 있으며, 국민관광 활성화를 위해 필수적인 것.”이라고 설명하며 사회적 관광 및 접근 가능한 관광은 관광사업 활성화와는 별개의 관광대상을 위주로 추진된다고 볼 수 있지만, 이는 모두에게 필요한 관광시장 활성화 기반마련

이라고 할 수 있다. 접근 가능한 관광이 갖춰진다면, 관광시장의 활성화는 기본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사회적 관광 및 접근 가능한 관광과 일반적인 관광시장 활성화의 경계를 두기보다는 관광 대상과 서비스의 융합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사진제공 =어뮤즈트래블> 

 

장애인에게 여행은 무슨 의미인가?

 

어뮤즈트래블 오서연 대표는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차이는 없다. 둘 다 똑같은 사람이다. 비장애인이 가고 싶은 곳은 장애인도 가고 싶다. 여행은 삶을 지속해 나가는 힘이며 원동력이다. 삶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다시 살아가는 힘을 얻는 것. 그게 여행이다. 여행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자기 자신의 삶에서 머무르지 않고 계속 도전하고 경험하며 삶에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오래 전에 만난 고객은 삶을 마감하려 했다. 하지만 우리와 여행을 다녀온 후 그 다음 여행을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삶을 흘러가듯이 사는 것과 지속하기 위해 도전하는 것은 삶의 태도가 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조사에 따르면, 여행을 다녀온 장애인들 대부분이 여행 혹은 관광이 본인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준다고 증언했으며 여행을 다녀 온 후 ‘또 가고 싶다’, ‘좋은 사람과 만나 어울리는 시간’, ‘세상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가족과 추억을 쌓을 수 있어 좋았다’,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다른 새로운 곳에서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었다.’ 등 새로운 경험이 삶을 환기시켜 주는 긍정적 답변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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