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발달장애인에 대한 맞춤형 지원방안 마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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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발달장애인에 대한 맞춤형 지원방안 마련 필요
  • 조영실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인천지부장
  • 승인 2020.04.24 09:30
  • 수정 2020-04-24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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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이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우울감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겼다고 합니다. 코로나19 지역 확산 방지 대책으로 교육기관과 복지기관의 휴교·휴관 결정, 사회적 거리 두기로 외출자제를 권고함에 따라 발달장애인 부모들도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심리적으로 ‘코로나 블루’를 느끼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생활 전반에서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장애 특성상 어떤 돌발상황이 생길지 모르기에 항상 내 아이에게 신경을 써야 하고 24시간 자녀와 함께 해야 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 자녀들이 동등한 사회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애인 복지서비스를 요구했습니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한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통해 부모도 잠시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며 건강한 가정을 만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와 함께 그 모든 것들이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려고 합니다.

발달장애인은 생활 전반에 걸친 평생교육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 대부분이 집안에서만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기존의 생활 리듬이 깨지고 퇴행을 보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부분의 복지서비스가 중단된 상황에서 발달장애인의 돌봄 공백을 줄이기 위한 대책은 전무하며 그 책임은 모두 부모에게, 가족에게 전가되었습니다.

현재 학령기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온라인 개학이라는 또 하나의 짐이 얹어졌습니다. 같은 ‘발달장애’라고 해도 당사자 개개인의 특성이 다른 상황에서 장애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준비된 일괄적인 원격수업을 들을 수 있는 학생은 많지 않습니다.

가족만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장소에서 개별 또는 소수로 돌봄 및 교육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이것이 힘들다면 장애자녀 돌봄으로 인해 경제적, 사회적 공백이 생겨버린 부모들을 위한 최소한의 지원이라도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연대와 존중을 기반으로 뭉쳐져 있습니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도 최소한의 사회관계망 속에서 연대와 존중의 일원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이전에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일입니다. 이제는 앞으로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해나가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감염병 상황에 취약한 장애인과 그 가족의 맞춤형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우리는 보건당국이 코로나19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를 파악하고 통보하는 과정에서 장애나 가구특성에 따라 추가지원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연계하는 기능은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확진자는 의료서비스에게만 맡겨졌고 자가격리자는 가정에게만 맡겨졌습니다. 이들이 의료서비스로만 충분한 지원이 가능한지, 가정에서 실질적인 자가격리가 가능한지 등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사회복지시설들은 일괄적인 휴관에 들어갔고, 학교는 개학연기에 이어 온라인 개학으로 이어졌습니다.

앞으로 또 사회적으로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면 사회복지시설들은 정부의 획일적인 정책에 따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내 상황에 맞게, 시설 이용자의 개인별 환경에 맞게 최소한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할 것입니다.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온라인개 학과 원격교육 등 관련 정책이 급하게 준비되다 보니 장애학생의 경우에는 개별화 교육에 대한 협의도 하지 못하고, 급변하는 상황에서 비장애학생 위주의 정책 시행에 좌지우지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교육과정을 통해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부모들이 그동안 체계적으로 쌓아온 교육과정과 방식이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도록 개인별 장애특성과 컨디션, 기존습관, 환경 등을 고려하여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방안을 마련해 두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사태를 잘 이겨내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도 현명하게 이 상황을 잘 이겨낼 것입니다. 언제든 일상의 재해는 또 다가올 수 있습니다. 발달장애인 가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충분한 논의와 상호협력을 통해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이제라도 마련되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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