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와 통합학교-연재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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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와 통합학교-연재기고
  • 김광백 / 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 승인 2020.04.24 09:18
  • 수정 2022-03-10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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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의 서진학교 개교가 장애인특수교육 전환점 됐으면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2013년 11월 강서구 공진학교 부지에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 계획을 예고하였습니다. 그리고 특수학교가 설립되는 과정에서 2017년 9월에는 강서구에서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 문제를 놓고 열린 공청회에서 학부모들이 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무릎을 꿇고 개교를 호소하여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습니다. 결국 특수학교 설립이 확정되어 2019년 3월에 개교하려고 했지만, 결국 주민들의 지속적인 방해와 민원으로 드디어 올해 3월에 개교가 확정되었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지속적인 민원과 반대를 뚫고 서진학교의 개교는 정말 다행스럽고, 축하할 만한 일입니다. 장애인교육권 운동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서진학교가 개교되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 고생을 하셨던 장애학생 부모님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나 필자는 서진학교 개교와 관련하여 몇 가지 우려도 있습니다(이는 서진학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특수학교에 해당하는 것임을 밝힙니다).

우선 장애학생에 대한 인권침해와 관련한 대안 마련이 시급합니다. 몇 년 전 서울 인강학교와 교남학교, 세종시의 특수학교 등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특수학교는 여전히 장애학생의 인권침해에 사각지대로 남아 있습니다. 작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일부 개정으로 특수학교에 인권침해 실태를 매년 국회에 보고토록 하였지만, 특수학교 내에서 장애학생 인권침해와 관련 근본적인 대안이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장애학생 인권침해는 개별 학교의 일탈보다는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특수교사의 법정정원 확보, 특수교육실무사의 확대, 장애학생의 개별화된 교육지원 확립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인권침해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문제를 등한시하고 특수학교를 늘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둘째, 특수학교의 동의어가 분리 교육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우리나라의 특수학교 시스템은 쉼표가 아니라 마침표입니다. 무슨 뜻이냐면, 특수학교에 한 번 입학하는 장애학생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일반학교(통합교육)로 방향을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는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을 지향합니다. 그래서 (많은 부분 미진하지만) 탈시설과 자립생활이 정책의 방향이 됩니다. 이런 점에서 장기적으로 특수학교는 가능한 한 사라지는 것이 바르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발맞추어 모든 학교에 특수교사 등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 지원이 함께 병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교육부의 특수학교 확대 계획은 이런 사회 변화에 역행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서진학교 개교를 기점으로 우리 사회에서 특수학교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셋째, 특수학교가 지역 특수교육의 블랙홀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필자는 주로 인천에서 활동합니다. 인천에서 2010년대 중반부터 특수학교가 늘어나면서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더 다양하고, 많은 지원을 필요로 하는 장애학생의 수는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특수학교가 통합교육을 받는 장애학생들을 그만큼 흡수해 간 것입니다. 그러면서 통합교육 현장에서 조금 어려운 행동을 보이는 장애학생이 생기면 특수학교 전학을 권유하는 일들이 다반사입니다. 결과적으로 특수학교는 중증화(化)되어가고, 일반학교 특수학급은 경증화(化)되어가고 있습니다. 결국, 특수교육의 양극화가 발생한 것입니다. 학교는 모든 학생들이 다닐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모든 학생은 장애학생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늘어나는 특수학교는 일반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경향적으로 장애학생을 배제하는 것에 기여합니다. 장애학생은 특수학교에 다니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 말입니다.

필자는 서진학교 개교가 장애인 특수교육의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앞서 언급한 우려에 대한 대안을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앞서 적었지만, 마침표가 아닌 쉼표로서 말입니다. 차분히 생각해 봐야 합니다. 특수학교를 중심으로 특수교육 체계를 가져가는 것이 정말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많은 장애아 부모님들은 ‘우리 아이는 중증이라서 자립생할을 못해요’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여기서 특수교육으로 질문을 전환하면 ‘우리 아이는 중증이라서 통합교육이 불가능해요’라는 말과 같습니다.

장애가 있든 없든, 장애 정도가 심하든 그렇지 않든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누구나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어야 합니다. 통합교육과 자립생활 가능 여부에 장애의 정도가 원인일 수 없습니다. 그 장애 정도에 대한 적절한 지원이 되지 않은 우리 사회환경이 원인이 되어야 합니다. 서진학교 개교를 통해서 특수교육의 전환에 대한 담대한 꿈을 함께 꾸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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