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계층 격리시설 집단감염 대책 절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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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계층 격리시설 집단감염 대책 절실해졌다
  • 임우진 국장
  • 승인 2020.03.0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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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우려했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정신장애인들이 입원해 있는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데 이어 장애인시설인 칠곡 밀알사랑의집과 대구 성보재활원 등 시설에서의 집단감염이 잇따른 것이다. 첫 사망자에 이어 사망자 대부분이 대남병원 정신장애인이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확진자 190여 명이 정신병동이나 장애인, 요양원 등 집단수용 시설의 환자와 종사자들이다.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 감염병이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확진자와 사망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의 열악한 수용실태가 드러났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장애인 등 소외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격리시설에 대한 집단감염 대책이 절실하다 하겠다.

주목할 것은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 입원환자 105명 가운데 2명을 제외한 103명이 집단 감염됐다는 사실이다. 중증장애인시설인 칠곡 밀알사랑의집 역시 입소자와 근무자 56명 중 2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특히 정신병동의 폐쇄성이 문제로 지목됐다. 보도에 따르면, 정신병동의 경우 15개 방에 방마다 6~8명이 생활했다. 쇠창살로 감금된 좁은 공간에 환기도 안 되고 밀폐된 곳에 갇혀 밀착해 생활하다 보니 한 명이 감염되면 모두가 위험에 노출되는 구조다. 청도대남병원 폐쇄병동 내 첫 사망자의 사망 당시 몸무게가 고작 42kg에 불과했다는 사실도 큰 충격을 줬다. 20년 넘게 폐쇄병동에 감금돼 있는 동안 얼마나 비인간적인 삶을 살았는지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장애계가 청도대남병원 폐쇄병동에 입원 중인 정신장애인 대부분이 감염된 사실에 분노하고 있는 것은 현행 폐쇄적인 격리시설 운영에 대한 구조적 문제점 때문이다. 강제입원과 폐쇄병동으로 인한 ‘인권침해’ 결과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요청한 사실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진단과 의료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차별 맞다. 비난이 일자 뒤늦게 보건당국이 폐쇄병동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키기는 했지만, 당초 감염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을 통째로 봉쇄하는 ‘코호트 격리’도 소외계층에게는 차별로 인식되기에 충분하다. 환기도 안 되는 밀폐된 공간에 확진자를 가둬 놓는 코호트 격리 조치에도 장애계의 분노를 산 것. 부유층 입원환자라도 이런 대우를 받았을까.

이번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는 재난상황에서 폐쇄적인 시설의 집단수용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감염병이 발생하면 정신병원이나 장애인시설 등 집단시설에서는 즉각 감염관리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왔다. 허나, 무엇보다도 집단격리 시설의 설립과 운영 일체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함을 일깨워 준다. 국가 차원에서 지지부진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과감히 앞당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감염병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장애인활동지원사와 주변인의 확진이나 자가격리로 활동지원이 끊긴 중증장애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심각한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시급하게는 사회적 보호망에서 밀려난 취약계층을 돌보는 일에 정부와 지역사회의 세심한 대책과 지원을 바란다.

 

임우진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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