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에게 ‘안마사’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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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에게 ‘안마사’의 의미
  • 배재민 기자
  • 승인 2020.02.21 10:01
  • 수정 2020-02-21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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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학사전에 의하면 한국시각장애인협회 회원은 14만 명이지만 등록되지 않은 시각장애인들까지 합치면 모두 29만 명으로 추산되고 이 중 직업을 가진 이들은 30~40%에 불과하다. 이들 중 안마사와 지압사는 단연 시각장애인들이 가장 많이 택하는 직업이다. 또한 안마사는 시각장애인들만이 자격을 딸 수 있는 유보직종으로 남아 있다.

지금까지 비장애인들은 직업선택권의 자유라는 명목하에 안마사 자격 제한에 저항해 위헌심판 청구를 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총 다섯 차례 판결에서 모두 합헌 판정을 했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안마업은 시각장애인이 정상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직업. 시각장애인 안마사제도는 시각장애인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이렇듯 안마업은 시각장애인들의 삶과 늘 함께 있지만,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하다. 이에 본지는 시각장애인에게 ‘안마사’란 어떤 의미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 배재민 기자

인천안마수련원 실습수업
인천안마수련원 실습수업

 

시각장애인 유일한 직업 ‘안마사’…불법 시술소 난립에 이미지 나빠져

시각장애인 직업대책의 중요기관

 

∎안마업과 안마수련원의 역사

사단법인 대한안마사협회는 1970년 12월 3일 보건사회부로부터 인가를 획득하고 창립했다. 이듬해인 1971년 4월 1일 사단법인 대한안마사협회의 경기지부가 설립되었으며 1974년 2월 16일 사단법인 대한안마사협회 부설 안마수련원이 보건사회부로부터 인가를 획득 후 중앙회와 본 지부 등 안마수련원이 설립됐다.

인천안마수련원은 2007년 5월 장애인복지시설로 설치, 신고됐으며 인천 남동구와 장애인고용공단에서 지원을 받아 운영된다. 또한, 2012년에는 인천시교육청 장애성인평생교육거점지원센터 위탁 운영기관으로 선정되었으며 2019년에는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지원기관으로 지정됐다.

2019년 기준, 인천의 시각장애인수는 1만3747명이다. 그 중 20세 이상 시각장애인은 98.6%로 1만3550명이며 20세 이상 시각장애인 중 정도가 심한 장애인의 비율이 19%나 된다.

안마수련원의 목적은 중도실명 시각장애인의 직업재활을 위해 안마사양성교육, 사회적응훈련, 일상생활훈련, 상담 등 직업재활서비스를 제공해 시각장애인의 직무능력을 향상시키고 그들의 일자리 창출과 인식을 개선해 사회적 자존감을 높여 사회의 일원으로 자주적인 삶을 영위하게 하는 데 있다.

인천안마수련원 측은 “우리나라는 안마업을 법률로 시각장애인의 유보직종으로 지정하고 있음에도 성인이 되어 실명한 시각장애인이 안마교육을 받고 국가공인 안마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가 시설 또한 열약한 상태”라고 현실을 짚는다.

한국에서 안마사수료증 취득은 맹학교와 지자체의 수련원 두 곳에서 할 수 있다. 인천안마수련원의 경우, 전체 훈련생 중 정도가 심한 장애인의 비율이 60%다. 선천적 시각장애인들은 대부분 맹학교에서 안마사 자격증을 취득하니 인천안마수련원에 입학하는 사람들의 다수는 중도 시각장애인이다. 입학 기준은 만 15세부터지만 실제 입학하는 훈련생들의 나이는 40대에서 60대 사이로 다양한데 이는 사고나 병 때문에 중도 실명이 된 사람들이 제2의 인생, 새로운 직업을 찾기 위해 지원을 해서 그렇다.

그러므로 시각장애인이 안마업 외에 다른 직종으로 진로가 불가능한 현실에서 안마수련원은 중증시각장애인 직업대책의 중요기관이다.

 

너무 많은 불법 시술소

덩달아 하락하는 직업 이미지

 

∎시각장애인 안마사의 애로

조금만 길거리를 둘러보면 수많은 안마 관련 업소들이 눈에 띈다. 하지만 이용자의 입장에서 어느 곳이 정식 안마사 자격증을 취득한 곳인지 알기는 어렵다.

우후죽순 보이는 불법업소들 때문에 안마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나 정식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에 대한 직업 이미지도 덩달아 나빠지게 된다.

또한 변종 업소들이 성행하니 정식 인가를 받은 안마사들의 경제사정 또한 어려워졌다. 정식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시술하는 곳 중 가장 안전한 곳은 복지관 내에 있는 곳이다. 다만, 모든 지자체의 복지관마다 안마원이 있지는 않다.

외관에서 확인하자면 ‘안마원’이나 ‘안마센터’로 적힌 곳은 안마사들이 하는 곳이다. 입장 하고 나서 확인해야 할 것은 보건소에서 발급한 필증이 걸려있는지다. 보건소에서 정식으로 발급한 필증이 걸려있으면 합법적인 안마원이다.

인천안마수련원 측은 “불법 안마시술소들은 제대로 단속하고 정식 안마사들이 안정되게 일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하며 “안마수료원에 오시는 분들 대부분이 연세가 드셔서 오는 분들이 많은데 젊은이들과 경쟁해서 일하기가 쉽지 않으니 국가에서 안마사들을 위한 여러 공공일자리를 만들어 재활과 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현재 불법 시술소는 줄어드는 추세고 안마원이나 안마센터는 증가하는 추세여서 안마사들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있다는 것이다.

작년 12월에 졸업한 46기 훈련생들
작년 12월에 졸업한 46기 훈련생들

 

∎인천안마수련원, 무엇을 배우나?

안마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선 인천안마수련원에서 주 5일씩 하루 6시간 수업을 2년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무단결석이 5회가 되면 퇴소 처리된다.

현재 인천안마수련원의 누적 졸업자는 400명 가까이 되며 1, 2학년 총 정원은 32명이다. 하지만 장애인고용공단에서 훈련생 지원 TO와 예산에 맞춰서 뽑기 때문에 매년 입학자수는 다르다.

9월 초에서 11월 말까지 학생 접수를 받고 12월에 면접을 본 뒤 합격자를 선정한다.

1학년 수업에선 △해부생리 △안마마사지지압이론 △병리 △수기실습 등을 배우며 2학년 수업에선 △한방 △지난 △전기치료 △이료임상 △침구 △침구실습 △수기실습을 배운다.

이론과목과 실습과목이 나누어져 있으며 이론을 미리 공부하고 실습에서 이론을 접목해 수업한다.

이 모든 과정을 수료하게 되면 취업전선에 뛰어들게 되는데 취업 가능한 분야는 △안마시술소 △헬스키퍼 △안마원 △시각장애인안마치료 서비스(바우처) △시각장애인안마사 파견사업 등이 있다.

미니인터뷰

“안마는 고객들에게 믿음을 주어야 하는 직업”

박의권 인천안마수련원 교무주임

박의권 인천 안마수련원 교무주임
박의권 인천 안마수련원 교무주임

박의권 인천안마수련원 교무주임은 선천적 시각장애인으로서 안마사 경력 20년의 베테랑이자 교직자 경력 올해 6년 차다.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몸이 안 좋은 분들의 치료도 병행한다.

박의권 교무주임은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시각장애인이 의외로 많지 않다. 그래서 안마사란 시각장애인들의 직업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가져야 할 필수 덕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가 안마사로 일을 할 때는 “고객이 어떠한 요구(요구사항)가 있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지만,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기본에 충실하게 가르치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어떤 직업이든 간에 교육과정을 마치고 바로 전선으로 뛰어드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기본에 충실하게 가르치려고 노력한다.”며 “특히 안마에 있어 중요한 부분들, 근육이나 골격에 대

박의권 교무주임의 이론 수업
박의권 교무주임의 수업 모습

한 것들을, 안마사의 손이 직접 닿는 부분들을 심도 있게 가르치려고 한다. 너무 어려운 것들은 전반적인 것들을 이해하는 선에서, 개념을 이해는 정도에서 진행한다. 이런 것들은 경험을 통해 몸으로 익히는 것들이다.”고 자신의 교육방침을 설명했다.

안마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직업이다. 수업에서 배운 것들만으로 실전을 헤쳐나가기는 어렵다. 선생님은 안마사가 가장 필요한 것은 예의라고 주장했다.

“남자가 여자분을 시술할 경우, 여자가 남자분을 시술할 경우, 잘못하면 불쾌감을 줄 수 있다. 특히 안마를 하다 보면 허리나 골반, 고객들의 민감한 부분을 만져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예의와 신뢰의 문제다. 그래서 안마사들은 안마실력도 중요하지만 고객들에게 믿음을 주어야 하며 고객들과 신뢰를 쌓는다는 자세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

선생님의 말씀은 안마사도 서비스 직종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신뢰는 일방통행이 아니다. 서로가 상대를 존중하고 예의를 지켜야 한다. 선생님은 안마를 받는 사람들이 지켜야 할 에티켓으로 “안마사들에 대해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마사들은 다 계획을 세우고 안마를 한다. 안마를 받는 사람들은 단순히 한 군데만 아프니 그곳만 치료를 받으면 되리라 생각하지만, 근육은 다 연결되어 있어서 한 부위가 아프면 다른 부위까지 영향을 미친다. 안마사들은 그런 부분들을 고려해서 시술 계획을 짠다. 하지만 계획 수정을 바라는 고객들이 너무 많다. 제대로 치료를 받으려면 전문가에 대해 믿음을 가져주는 게 중요하다.”

선생님은 20년 동안 많은 것들이 변했다고 말했다. 불법 시술소들의 난립으로 안마사들이 경제적으로 힘들어지기도 했으며 공인되지 않은 자격증을 가진 안마사들도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어서 그는 “그런데도 일자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현재 선생님의 목표는 “좋은 안마사를 많이 배출하는 것”이다.

박의권 교무주임은 인터뷰 마지막에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2년의 세월이 길지는 않다. 공부할 때 열심히 하지 않으면 수료하고 나서 안마사로서의 부족함을 많이 느끼게 된다. 밖에서 보면 다 쉬울 것처럼 보이지만 쉬운 것은 없다. 외부의 평가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선생님들이 지도하는 대로 잘 따라서 기본을 닦으면 그 외의 나머지 것들은 고객들을 상대하면서 저절로 늘게 된다. 2년간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해주었으면 좋겠다.”

 

 

미니인터뷰 2

“안마를 배우면서 재활의지가 생겼다”

예봉희 인천안마수련원 훈련생

실습수업중인 예봉희 훈련생
실습수업중인 예봉희 훈련생

 

현재 수료과정 2년차인 예봉희 씨는 2003년 오른쪽 눈의 시력 때문에 시각장애인 6급을 판정받았다. 하지만 당시 그는 보이는 다른 한쪽 눈으로 운전까지 할 수 있었지만 4년 전부터 급격히 나빠져 현재는 정면으로 사람을 볼 때 윤곽만 어렴풋이 보이는 상태가 되었다.

그가 안마수련원에 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일한 직종은 유통업이었다. “시각장애가 있었음에도 한쪽 눈이 보여 비장애인들과 일을 했었다. 13년 전, 53살에 일을 은퇴하고 집에서 쉬며 자원봉사를 다녔다. 그러다 남은 눈마저 안 보이기 시작해 안마사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기자는 예봉희 씨에게 유통업과 안마와 무슨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유통업은 전문가의 자세만 있으면 됐다. 하지만 안마사는 이료인으로서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얼마 전 안마봉사를 나가서 연세가 있으신 분을 안마해 드렸다. 척추 한 부분이 많이 튀어나오신 분이었다. 조심하라고 말씀드리며 손으로 안마를 해드렸는데 그분의 척추가 펴지는 것을 보며 이것은 그냥 안마가 아닌 치료 효과가 있는 것, 사람을 직접 상대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봉희 씨는 아직 학생이다. 그는 “학생 입장에선 뭐든지 다 어렵다. 하지만 어렵고 힘든건 다 겪어야 하는 일”이라고 대범하게 말했다. 그는 시각이 그대로 유지가 되었으면 안마라는 직종에 대해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과거에 나는 시각장애가 있으면서도 안마는 나와 전혀 관계없는 직종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시각을 잃으며 내 인생이 이모작이 되었다. 은퇴했었지만 안마를 배우면서 재활의지가 생겼으며 내 인생이 나름대로 새롭게 펼쳐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예봉희 씨는 이어서 그가 생각한 안마사의 긍지를 설명했다. “누구든지 장애를 입을 수 있다. 하지만 장애를 얻고 나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게 긍지 있고 좋은 일이란 것을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때때로 그를 힘들게 하는 것들은 졸업한 선배들이 겪는 생생한 차별의 이야기들이다. 간혹가다 고객 중 자신들 때문에 안마사들이 겨우 유지하지 않느냐는 직업 경시의 말들이 그렇다. “나도 예전에 안마사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면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으며 밝은 부분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와 보니 내가 틀렸다. 나 말고 다른 분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내가 생각을 바꿔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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