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폭력근절, 언제까지 대책만 세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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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 폭력근절, 언제까지 대책만 세울 건가
  • 임우진 국장
  • 승인 2020.02.2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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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체육선수들이 성폭력을 포함한 신체적 폭력과 학대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정부와 관계기관이 사실상 손 놓고 방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장애인체육선수 중 22.2%인 345명이 신체적 폭력이나 언어폭력 등을 경험했다고 한다. 성폭력피해를 당했다는 응답자도 143명으로 9.2%에 달했다. 하지만, 대다수 피해자들은 도움을 청하거나 외부기관에 신고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신고하더라도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중고등학생과 성인 장애인체육선수 1,5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라니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이 지경이 되도록 정부와 장애인체육회는 뭘 하고 있었단 말인가.

폭력유형도 다양하다. ‘협박이나 욕, 모욕적인 말을 들은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292명으로 가장 많았다. 과도한 훈련이나 기합, 얼차려 등의 체벌, 구타 피해도 상당수에 달했다. 심지어 흡연이나 음주를 강요당하고, 교실이나 운동부실, 라커룸 등에 갇히기도 했다. 이런 가혹행위는 주로 훈련장과 경기장, 합숙소에서 감독이나 코치에 의해서 벌어졌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피해자들은 도움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외부에 도움을 청한 경우는 15.5%에 불과했다. 보복이 두렵고 선수생활에 불리할까 봐서다. 설사 도움을 청하더라도 오히려 가해자를 옹호하거나 조사하면서 기분 나쁜 질문을 하거나 비난하고 의심하는 등 2차 피해로 이어지다 보니 피해를 당하고도 숨기는 악순환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월 빙상 국가대표 선수의 ‘미투’ 폭로로 체육계의 만연한 성폭력 실태가 드러난 뒤 정부는 범정부 차원에서 전수조사를 벌이고 성폭력 등 체육계 인권침해 근절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록 대책수립은커녕 폭력의 악습이 지속되고 있음이 인권위 조사결과로 확인된 것이다. 체육계의 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작년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를 대상으로 한 감사원 감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폭력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경기에 출전하도록 했는가 하면 장애인수영연맹이 폭력으로 제명한 코치가 대한수영연맹에 코치등록 후 버젓이 활동하는 등 비위지도자들이 단체를 옮겨 복귀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이러니 어느 누가 처벌을 두려워하겠는가.

체육계 인권침해가 근절되지 않는 데는 상습체벌과 성폭행이 드러나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이유가 크다. 특히나 사제관계 등 규율이 엄격하고 폐쇄적인 체육계의 ‘침묵의 카르텔’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가해자가 관련된 개별 경기단체 차원에서는 제대로 된 조사나 징계가 어렵다. 무엇보다도,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각종 대책이 나오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고 관행에 익숙해지는 체육계와 이런 현실에 눈감은 정부당국의 안이한 대응으로는 폭력근절은 요원하다. 그래서 강력한 조사권을 가진 독립기구를 만들어 체육계의 악습을 도려내자는 제언도 있었다. 이제야말로 정부와 국회가 체육계 내의 폭력 등 인권침해를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조사할 독립기구를 설치하는 일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임우진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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