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청각장애인 임용시험 불합격처분 취소판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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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청각장애인 임용시험 불합격처분 취소판결해야
  • 이재상 기자
  • 승인 2020.02.21 09:43
  • 수정 2020-02-21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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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이 지방공무원 필기시험에 합격했지만 면접과정에서 장애인차별로 불합격된 사실이 전해져 장애계가 분노하고 있다.

피해자 A 씨는 상대방의 입술을 읽으며 의사소통을 하는 구어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이다. 지난 2018년 제1회 경기도 여주시 지방공무원 공개경쟁 임용시험 9급 일반행정 장애인 구분모집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면접시험 최종등급에서 ‘보통’ 등급을 받으면 합격하는 상황이었지만 면접위원 세 명 전원으로부터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영역에서 ‘하(下)’를 받았다. 추가 면접시험에서도 ‘하’를 받으면서 결국 ‘미흡’ 등급으로 필기시험 성적과 관계없이 탈락했다. 전체 응시자 61명 가운데 ‘미흡’ 등급을 받아 탈락한 사람은 A 씨뿐이다.

면접관들은 A 씨에게 “수화를 배우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냐. 집이나 학교에서 의사소통은 어떻게 하냐. 동료들과는 어떻게 의사소통을 할 것이냐. (SNS를 통해 소통하면 된다고 하자) SNS를 쓸 줄 모르는 민원인과는 어떻게 의사소통을 할 것이냐. 장애 때문에 오해와 갈등이 있었던 경험은 무엇인가” 등 공무원 직무와 무관한 장애인 차별적 질문들만 던졌다.

또한 면접시험은 노트북을 사용한 필담 형태로 이뤄졌는데 청각장애인의 경우 수어나 필담에 의해 의사소통할 경우 통역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채용기관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면접시험의 시간을 연장하는 등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여주시는 시간 연장 등 정당한 편의제공을 안내하지도 않았다.

이에 A 씨는 여주시의 불합격처분이 부당하다며 수원지방법원에 불합격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피고 여주시가 편의제공 의무를 위반하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는 원고 A씨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고 결국 2019년 9월 원고 패소 판결했다. A 씨는 항소해 오는 3월 첫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그렇다면 관련 판례는 어떨까. 청각장애, 뇌성마비 등 장애인 응시자에게 시험시간 연장 등의 정당한 편의제공은 원고의 요구를 전제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5가합519728 장애인차별행위중지이행청구 판결에서 면접시험의 경우 임용기관에서 응시자가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면접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험시간 연장, 문자통역 등 인적·물적 제반수단을 제공하지 않은 것 자체가 장애인차별금지법상의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 위반임을 판시했다.

또한 장애를 이유로 면접에서 불합격시킨 사실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은 채용기관에 있다며 피고 B기관은 이를 입증하지 못했으므로 역시 장애인차별에 해당한다며 원고 장애인에게 500만 원의 위자료를 줄 것을 판결했다.

또한 광주고등법원은 2016누4361 중등특수교사 임용시험 불합격처분 취소소송에서 교사로서 소질과 가치관 등을 묻는 심층면접에서 언어장애가 심한 중증뇌성마비장애인 원고에게 스케치북을 이용해 필답하기 위한 시험시간을 연장하지 않았다며 이는 중대한 절차적 위법사유로서 불합격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처럼 판례는 장애인의 필기시험 및 면접시험에서의 시험시간 등의 정당한 편의제공을 당연시하고 이를 위반했다면 절차적 하자로 그 결과 또한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장애인들이 직장에서 차별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직업은 공무원이 유일하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 이 시간에도 열심히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수많은 장애인들의 희망을 꺾지 않기 위해서라도 항소심 법원은 여주시의 청각장애인 공무원 임용시험 불합격처분 취소를 명령해야 할 것이다.

 

이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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