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은 편의제공이 아닌 기본적인 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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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은 편의제공이 아닌 기본적인 권리이다
  • 조태흥/(사)한국장애인연맹(DPI) 기획실장
  • 승인 2020.02.21 09:42
  • 수정 2020-02-2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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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야 할 만큼 수많은 정보(information)들을 스마트 기기 등을 통해 매일 문자, 음성, 디지털 또는 이미지를 포함한 여러 가지 형태들로 전달받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 장애인 당사자의 정보접근권은 제대로 보장받고 있는가?

우리나라도 ‘국가정보화기본법’ 제32조 제5항에 따라 ‘장애인·고령자 등의 정보 접근 및 이용 편의증진을 위한 고시’ 등의, 정당한 편의 제공을 의무화하는 장애인 정보접근권을 보장하는 법적인 규정은 있다. 하지만 세부적인 제재 규정은 미비하기에 장애인의 정보접근권에 대한 실효성은 과연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자주 든다.

우선, 지난 2008년도 국내에 비준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보면 비준 당사국은 장애인이 자립적으로 생활하고 삶의 모든 영역에 완전히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제9조와 21조를 통해 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장애인, 노인 등의 사회적 약자 계층의 정보접근권을 보호, 육성해야 할 정부가 국회에서 관련 질의가 나오면 그저 "알겠다”, “검토하겠다” 등의 말과 앞으로 반영하겠다는 구두적인 약속만 남발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한 최근의 상황에서 각종 언론을 통해 관련 정보에 대한 브리핑이 수도 없이 흘러나오는 과정 속에서 초기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은 제공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청각장애인 관련 단체 및 시민단체의 거듭된 정보제공 요청에 따라 지금은 수어통역이 제공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6년 한국수어법이 통과되었고, 이때만 해도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에 대한 기본 권리가 보장되는 획기적인 부분이라 인식되었고, 기대감 또한 크게 갖게 되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한국수어법은 사문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무용지물이 되었다. 시각장애인의 정보제공을 위한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 활용에 있어서도 구두적인 시행만 있을 뿐 실제 당사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법적인 실효성은 매우 낮다.

정보화 사회에서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평등하게 정보통신기기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정책들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장애인을 비롯한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원천적으로 고려되지 않았고, 고가의 정보기기들은 소득 수준이 낮은 대부분의 장애인은 편리성이 보장된다 하더라도 쉽게 구입해 사용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의료적 구분을 떠나 빈부의 차별을 가져오는 하나의 부정적인 사회적 장벽을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거듭되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 많은 장애인들은 정보접근권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 취약계층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정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편의수단을 제공해야 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웹사이트’에서‘모바일 앱,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 지적장애인 전용 콘텐츠, 전자도서, 사물인터넷(IOT) 등’까지 접근권의 범위를 법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둘째로 정보통신기술(ICT)은 기존의 의사소통 구조에서 소외되거나 경시되었던 계층에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문자(text) 중심의 의사소통 환경을 뛰어넘어 멀티미디어 세계에서의 의사소통 환경은 뇌병변장애인, 지적발달장애인,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및 문자 해득능력이 떨어지는 저학력 계층에게도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로, 원격(tele), 가상(cyber)이라 지칭되는 기술들을 더욱 발전시켜 기존의 의사소통 체계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공간상의 제약들을 극복할 환경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넷째로 정보통신기술(ICT)을 개발할 때 장애포괄적 개념을 도입하여 장애구별 없이 누구나 다 이용할 수 있는 통신기술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물리적인 요소도 있지만 의식적인 전환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즉, 우리 정부는 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이 단순히 편의제공에 대한 측면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은 편의제공 차원이 아닌 기본적인 권리보장에 대한 인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장애인권리 차원의 인식적 전환이 되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장애인의 정보접근권 보장을 위한 시위가 청와대 앞에서, 국가인권위 앞에서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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