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과 장애인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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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과 장애인의 공통점
  • 안승준 / 한빛맹학교 교사
  • 승인 2020.02.21 09:39
  • 수정 2020-02-21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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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멀쩡해 보여서 불편한 분인 줄 전혀 몰랐어요.” 낯선 곳을 가거나 처음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만날 때 이따금씩 듣게 되는 소리다. 예의상 하는 말인지 진짜로 장애 없는 사람처럼 보여서 그런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렇게 말하는 이의 의도는 칭찬 쪽에 가깝다.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나의 시력 상태가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평소 내가 보이지 않는 내 눈에 대해서 부끄러워하거나 애써 감추려고 하는 것도 아닌데 많은 사람들은 장애인 같지 않아 보인다고 말하는 것이 장애인인 나에게 하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장애’라는 단어 자체가 그다지 유쾌하거나 긍정적인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도 사회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느끼는 ‘장애’ 혹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수준이 매우 낮은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이 난 그 예의바른 인사들의 조금 더 정확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어르신들에게 나이답지 않게 젊어 보이신다는 말을 하는 것이 예의로 느껴지는 것도 여성에게 여성스럽다고 하는 것이 감수성 떨어지는 시대착오적인 것이 된 것도 ‘노인’이나 ‘여성’이 그 자체로서 가지는 특성보다는 사회적 인식과 관련한 것인 것처럼 말이다.

노년 이후에도 젊었을 때 이상으로 전문적인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사회환경이 조성되고 그것이 건강하고 일반적인 문화로 자리 잡아간다면 나이 들어 보인다는 말은 완숙하고 완성에 가까운 사람들을 칭찬하는 말로 쓰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양성평등이 완벽히 실현된 사회가 존재한다면 ‘남성스럽다’ 혹은 ‘여성스럽다’라는 말 또한 생물학적으로는 다르지만 완벽히 조화롭게 살아가야 하는 각 집단의 가장 아름다운 상태를 지칭하는 말로서 존재할 수 있다고 나는 주장한다.

미래지향적이고 이상적인 말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겠지만 그런 수준의 세상이 온다면 ‘장애인스럽다’라는 말도 신체적인 어려운 상태를 다양한 노력으로 지혜롭게 적응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지칭하는 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시각장애인처럼 잘 다니네.”라고 말하면 눈으로 보지 않고도 무인자동차나 각종 애플리케이션 지도를 활용하여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는 사람을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요즘 세상은 나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흘러가는 듯하다. 금배지 달고 뉴스에 나오시는 분들에게 가장 칭찬은 “요즘 정치인 같지 않으세요.”라는 말인 것 같다.

“대한민국 검찰과는 좀 달라 보이시네요.”라는 말을 가장 좋아할 만한 부류들도 바로 우리나라 검찰청에 계신 분들인 듯하다.

최근 같으면 장애에 대한 인식이나 국회 혹은 검찰에 대한 인식이나 거기서 거기인 듯하다. 어쩌면 그렇게 인식의 평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코미디 같은 생각마저 든다. 여러 다름이 함께 사는 세상이 가장 조화로울 수 있는 방법은 각자가 스스로의 존재를 자랑스럽게 느끼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장애인이 굳이 비장애인처럼 보인다는 칭찬을 받기 위해 애써 감추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바란다. 어른스럽다, 여성스럽다, 남성스럽다는 말이 모두 그 존재에 대한 치명적인 매력을 뜻하는 칭찬이 되는 세상을 원한다. 국회의원스럽다, 검찰스럽다는 말이 더 이상 술자리 안주가 아닌 자랑스러운 칭찬이 되는 세상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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