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감염병, 취약계층 대응 매뉴얼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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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감염병, 취약계층 대응 매뉴얼 있는가
  • 임우진 국장
  • 승인 2020.02.0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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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에 대한 국내 확산 공포가 커지면서 보건당국이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달리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국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베이징청년보가 지난달 30일 보도했다는 기사가 남의 나라 일 같지 않다. 신종 코로나로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와 함께 봉쇄 중인 황강시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이 의심돼 아버지와 11살 자폐증이 있는 둘째 아들은 집중거점 치료 장소로 옮겨지고 17세 뇌성마비장애인이 집에 홀로 남겨진 지 6일 만에 사망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세심한 조치가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감염에 취약한 노인, 장애인 등이 이용하고 있는 복지시설은 물론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의 대응 매뉴얼이 필요한 이유다.

감염병 등 재난안전 취약계층인 장애계는 지난 2015년 충격을 줬던 메르스 사태를 잊을 수 없다. 장애인활동보조인이 활동보조서비스를 하다가 메르스에 감염돼 숨진 일이다. 당시 70세 여성이던 활동보조인은 서울에서 다리를 다친 시각장애인(당시 52세 여)과 병원 응급실에 동행했다가 감염됐다. 활동보조인은 확진판정을 받은 뒤 3일 만에 숨졌고 시각장애인은 격리됐다. 이로 인해 당시에도 활동보조인에 대한 감염병 안전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장애계의 우려는 메르스에 국한될 사안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는 물론 앞으로 어떤 신종 전염병이 발생할지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보건안전대책이 절실하다 하겠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신종 코로나에 대한 정부의 대응 역시 여러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콜센터 1339는 초기에 문의 전화 폭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메르스 사태 때도 제기됐던 공공 격리시설을 미리 갖추고 매뉴얼에 지정해 놨더라면 이번 우한교민 수용시설 확보과정에서 천안이냐 아산·진천이냐 우왕좌왕했던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정치권은 메르스 사태 이후에도 권역별로 5개 감염병 전문병원을 만들고 감염병 대응센터를 만들겠다고 공약을 했었다. 선거철이면 말로만 때우고 그뿐이다. 정치권은 ‘우한 폐렴’이라고 부르지 않고 ‘신종 코로나’라 부른다며 트집잡기에 급급할 뿐 국가 재난을 정쟁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확산에 대응해 정부는 취약계층에 마스크를 보급하고 있지만 예산과 물량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작년 추경에 이어 올해 예산 국회심사에서도 취약계층 (미세먼지)마스크 지원예산마저 ‘총선용 이벤트’라며 야당은 전액삭감을 요구했었다. 메르스 사태에서도 힘없는 소외계층이 희생양이 돼야 했다. 공공병원들이 메르스 격리치료 거점병원으로 지정되면서 다른 질환의 소외계층 환자들이 병원에서 쫓겨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엄중한 신종 코로나 사태에서조차 정부 브리핑에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았다가 장애인단체의 진정으로 뒤늦게 수어통역사를 배치했다. 감염병 확산 차단 못지않게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과 국가지정 공공 격리시설 구축은 물론 보건취약계층 대응 매뉴얼을 미리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임우진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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