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장애인학대 범죄에 집행유예 판결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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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장애인학대 범죄에 집행유예 판결해선 안 된다
  • 이재상 기자
  • 승인 2020.02.07 09:36
  • 수정 2020-02-07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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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해바라기시설에서 사망한 고 이재진 씨의 5주기 추모제에선 5년이 지나도록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절망감으로 가득 찼다.

지난 2015년 1월 28일 인천 영흥도 장애인시설 해바라기에서 거주인 이재진 씨가 온 몸에 피멍이 든 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사망 원인은 급성경막하출혈로 폭행에 의한 사망이 의심됐다. 경찰 수사결과 남자 생활교사 11명 중 8명이 폭행혐의로 기소되었고 모두 유죄판결이 내려졌는데 가해자 중 가장 중형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처럼 가벼운 형량의 이유로는 중증지적장애인을 돌보는 과정에서의 불가피한 물리력 행사는 비장애인과 다르게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현행 형법 제62조(집행유예의 요건)에선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할 경우 피해자와의 관계 및 범인의 환경 등 정상 참작을 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학대 관련 대부분의 판례에선 의사표현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지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폭행 등의 범죄행위는 그 침해법익의 중대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나 피고인들이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은 사실이 없고 초범인 점, 범행의 동기에 훈육의 목적 등 참작할 만한 사정이 없지 아니한 점, 피고인 모두 반성하고 있는 점, 그 밖에 여러 정상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있었다.

한편 지난 1월 19일 수원지법 형사1단독 이원석 판사는 시설 거주 지적장애인들에게 서로 때릴 것을 지시한 재활교사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시설 재활교사 A(30) 씨는 2018년 4월 25일 경기도 오산시 한 지적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지적장애인 B(39) 씨에게 또 다른 지적장애인 C(46) 씨를 가리키며 “쟤를 한 대 때려라. 빨리 때려라”라며 폭행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이런 수법으로 2018년 2월부터 1년여간 22차례에 걸쳐 장애인 10명의 신체에 폭행을 가하거나 정서적 학대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판사는 “피고인은 자신이 보호해야 할 피해자들이 제대로 의사를 표시할 수 없는 점을 이용해 직접 피해자를 폭행하거나 아무런 이유 없이 다른 지적장애인을 부추겨 피해자들을 폭행하도록 해 죄질이 극히 좋지 않다.”며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 두 판례의 차이는 뭘까? 오산의 경우는 장난이었고 해바라기의 경우 가해자의 학대는 지적장애인의 온 몸에 피멍이 들도록 가해졌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수원지법은 제2의 해바라기 사건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가해자에게 집행유예가 아닌 징역형이란 벌을 줬다.

해바라기 사건 이후 개정된 현행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 9에선 장애인 대상 신체적, 정서적, 경제적 학대를 금지하고 있으며 동법 제86조(벌칙)에선 장애인의 신체에 폭행을 가하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한 가해자에겐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더 이상 장애인학대를 장애인을 돌보는 과정에서의 불가피한 물리력 행사로 판단해 집행유예를 선고해선 안 될 것이다.

 

이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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