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정체성 존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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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정체성 존중하기
  • 지후트리/수화 아티스트
  • 승인 2020.02.07 09:33
  • 수정 2020-02-07 09: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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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몇 명의 장애인을 만나 보았나, 마주쳤나 기억을 되짚었다. 나의 가족이 장애를 안기 전까진 나 또한 장애인을 마주하고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 우리는 나와 다른 타인에게 얼마나 관심을 가지는가.

내가 어렸을 적 나의 어머니는 외부환경에 의해 후천적으로 한쪽 청력을 잃었다. 그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충격적이었고, 걱정이 되었다. 우려와 달리 그는 장애를 인정하고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과정을 지켜보던 나는 성장해 여성장애인 관련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처음 알게 된 사실은, 사회적 최하위 취약계층은 여성장애인이라는 것이었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그 중에서도 여성이 겪어야 할 차별과 냉대는 비장애인들의 상상 이상이다. 이는 경제적으로 후진국일수록 그 정도가 심해진다. 그러나 그들의 처지에 관심을 두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들이 일하는 현장에서 많은 것을 목격했다. 그들은 그들의 정체성과 마땅히 가져야 할 권리에 대해 치열하게 사투하고 있었다. 장애여성들은 학력, 이동권, 화장실 등 여러 문제로 인해 그동안 인력개발에서 배제되었다. 그들에게 일반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데 커다란 장벽은 능력보다 장애를 먼저 보는 세상의 시선이다. 장애여성을 바라보는 비장애인들의 시선은 ‘불쌍하다’ 혹은 ‘돕고 싶다’는 측은지심이 먼저다. 그러나 장애여성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건 일방적인 도움이 아니다. 서로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장애여성 역시 사회의 일부로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봐 주는 것이다.

장애여성에게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이다. 수급이 아닌 내 능력으로 돈을 버는 것. 한국 장애여성의 68%가 무학이고, 취업률은 20%에 불과하다. 그들에겐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교육과 일자리가 필요하다. 장애여성에게 일자리를 개발해 주고 지역사회 주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실질적인 장애인복지정책은 없다. 장애인들이 일자리를 마련하는 데 정보를 얻는 곳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인데, 공단의 관리자 역시 현장 사람이 아닌 페이지 속 전문가만 되고 있다. 공단을 통해 장애여성들의 삶이 나아지거나 고용되지는 않고 있는 사실이 안타깝다.

비장애인이라고 일컬어지는 대다수의 우리는 잠재적 장애인이라 생각한다. ‘틀리다’가 아니라 ‘다르다’는 서로의 정체성을 존중하고 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이나 제도가 무엇인지, 관심을 가지고 바라봐 주는 열린 사회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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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후트리넘버원 2020-02-15 11:52:46
항상 고민하고 노력하는 아티스트 지후트리
더욱 멋진 활동 기대할게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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