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도움 줄 수 있는 삶이야말로 ‘행복’”
상태바
“누군가에게 도움 줄 수 있는 삶이야말로 ‘행복’”
  • 편집부
  • 승인 2020.02.04 09:54
  • 수정 2020-02-04 17: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희망을 응답하는 사나이 
정정희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 
인천시본부 재난통신지원단

 정정희 씨는 오늘도 인천시 서구청 2층에 마련된 재난안전실 한켠에서 무전수신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정정희 씨가 소속된 사단법인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 인천광역시본부 재난통신지원단은 홍수와 해일, 태풍 등 재난발생 시 정전으로 인해 휴대폰과 전화기 등 통신이 마비될 경우 무전기를 활용해 구조와 지원활동을 하는 단체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30대의 젊은 나이에 사고로 지체장애를 가지게 된 정정희 씨는 연맹에 가입하기 전까지 자신의 삶은 지옥과도 같았다고 회상했다.

  “30대면 정말 한참 왕성하게 활동도 하고 미래에 대한 계획도 세우고 할 때인데, 당시 경추를 다치면서 7년 동안 침대 위에서만 생활을 했어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하루가 계절의 변화도 느끼지 못하고 누워만 있는 삶을 지속하면서 안 좋은 생각도 많이 했죠.”
 

 다행히 치료와 재활로 인해 정희 씨는 지금은 휠체어를 타고 이동도 할 수 있고 부축을 받으면 짧은 거리는 걸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시 삶이 많이 바뀌진 않았다고 했다. 그러다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지인의 추천으로 무전을 접하면서 정희 씨는 제2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손바닥에 잡히는 작은 무전기 하나면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었어요. 내 목소리를 통해 누군가는 안부를 전할 수 있고 또 누구는 위로와 용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요. 그리고 받기만 하는 삶이 아닌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서 희망과 행복을 봤어요.”

정정희씨와 함께 활동하는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 인천시본부 회원들
정정희씨와 함께 활동하는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 인천시본부 회원들

 실제로 정희 씨는 연맹 회원들과 함께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마라톤 경기에 자원봉사자로 참석해 무전을 통해 경기 중 발생하는 부상자에 대한 정보를 본부에 알리는 활동도 했으며, 적십자사와 등산로에서 일반시민들에게 심폐소생술을 교육하는 활동을 함께 하기도 했다.
 

 “제가 먼저 기자님께 연락을 취했던 이유 중 하나는 제가 그랬듯이 많은 장애인분들이 저와 같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알리고 싶어서예요. 장애인들에 취미활동은 사치라고 느껴지고 무엇보다 비장애인과 함께 할 수 있는 취미는 더더욱 찾기가 힘들기 마련인데, 이 일을 하면서 저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서로 돕고 의지하는 삶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를 알게 됐거든요. 

 기자가 찾아간 이 날도 사무실에 정희 씨와 함께 있는 회원들은 자연스럽게 정희 씨의 이동을 도우며, 서로의 안부도 묻고 무전통신 연습도 하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정희 씨가 무전통신기기 쪽으로 이동하거나 할 때마다 그를 부축하며, 길을 안내한 김창신 본부장은 “정희 씨가 장애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 일을 하는 데 어떠한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만큼 용기를 내서 함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희 씨 역시 자신이 과거에 홀로 시간을 보내며, 우울함을 느꼈던 적이 있기에 그 힘듦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많은 장애인들이 용기를 내서 집 밖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고,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으며, 또 누군가는 우리의 목소리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장애인들이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닌 나누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로서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었던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함께 하자고 손을 내밀고 싶다.”
 

 정희 씨의 인터뷰 내내 함께 있던 회원들 역시 언제든 누구든지 사무실의 문을 두드리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간단한 교육만으로도 취미생활도 갖고,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란 말도 잊지 않았다.

  정정희 씨의 무전기를 통해 보내는 희망의 시그널이 멀리 퍼지길, 그리고 그 신호를 받는 누군가의 삶이 정희 씨가 그랬던 것처럼 희망으로 변할 수 있길 기대한다.

차미경 기자

------------------------------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 인천시본부의 활동에 관심이 있는 분은 본부 전화(☎032-882-1450)를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