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동이 함께 차별 없이 놀 수 있는 공간 ‘통합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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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동이 함께 차별 없이 놀 수 있는 공간 ‘통합놀이터’
  • 엄선희 변호사/사단법인 두루
  • 승인 2020.01.23 09:36
  • 수정 2020-01-23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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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은 유엔아동권리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이 채택된 지 30주년 되는 해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의 생존, 발달, 보호, 참여에 관한 기본 권리를 명시한 협약으로 1989년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 1991년 가입한 대한민국을 포함해 196개국이 비준한 이 협약은 대한민국 헌법 제6조에 따라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아동권리협약 제31조는 당사국이 자신의 연령에 적합한 놀이와 오락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인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장애아동이 놀 수 있는 환경은 너무나도 열악하다. 휠체어와 같은 보조기구를 이용하는 장애아동은 대부분의 놀이터에 접근조차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현행 법·제도상으로는 보조기구를 사용하는 아동이 이용할 수 있는 놀이기구를 놀이터에 설치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놀이터에 설치하는 놀이기구는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에 따라 안전인증을 받아야 한다. 놀이기구 안전기준에서 규정하고 있는 형태의 놀이기구만을 놀이터에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보조기구를 사용하는 사람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놀이기구는 현행법상 놀이터에 설치할 수 없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도 탈 수 있는 그네(일명 휠체어그네’)는 현행 법·제도상 놀이터에 설치할 수 없어 놀이터와 분리된 공간에 울타리를 두르고 휠체어전용그네라는 명칭으로, 어린이놀이시설이 아닌 장애인시설로 설치되어 있다. 다른 법률에서도 놀이터에 관한 규정이 다수 존재하지만, 장애아동을 놀이터의 이용 주체로 인식하고 있는 규정은 찾을 수 없다.

모든 아동이 장애유무와 관계없이 함께 놀 수 있는 장소로서, 아동의 놀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통합놀이터의 설치 및 확산이 필요하다. 통합놀이터란 모든 아동이 장애유무나 장애정도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완전히 참여하여 놀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놀이터를 의미한다. 장애인의 접근성 보장을 위한 물리적 장벽의 제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하게 사회참여의 공간인 놀이터에서 동등한 주체로서 참여하여 노는 것을 보장하는 놀이터가 바로 통합놀이터이다.

미국의 경우 기본적인 놀이터의 접근성을 넘어 통합놀이터가 갖춰야 할 구체적인 범위와 기술적인 요구사항, 높낮이와 부품, 접근로, 연결통로, 놀이터 바닥 및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는 통합놀이터 가이드라인이 법적 구속력을 가지며, 정부와 연방정부의 놀이시설, 공공놀이시설과 상업놀이시설은 반드시 이 기준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모든 아동이 통합적이고 참여적인 방식으로 놀 수 있는 통합놀이터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휠체어그네’, ‘휠체어시소와 같은 놀이기구들이 놀이터에 설치될 수 있도록 안전인증 기준을 보다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보조기구를 이용하는 장애아동도 놀이터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모든 놀이터의 접근에 물리적 장벽을 없애는 내용을 관련 법령에 담고, 장애아동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어린이놀이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필요한 시책과 지원 방안을 마련할 의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지원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아동은 사회 곳곳에서 차별받고 있고 아동을 위한 법·제도에서도 여전히 소외되어 있다. 장애아동은 학대에 비장애아동보다 더 많이 노출되어 있고, 이동권, 학습권 등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아동의 놀 권리는 마치 다른 권리에 대한 문제가 다 해결된 뒤에 천천히 살펴보아도 되는 부수적인 권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놀 권리는 모든 아동이 함께 누려야 할 아동의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권리이다.

이제는 분리된 공간이 아닌 통합놀이터에서 모든 아동이 즐겁게 놀 권리를 함께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휠체어그네가 휠체어전용그네가 아닌, 통합놀이터 안에 있는 모두를 위한 놀이시설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위반하고 있는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하여 관련 규정에 대한 의미 있는 검토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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